눈앞 이익에 고객 눈 가린 은행, 반복되는 ‘불완전판매’
키코·DLF 배상비율 결정…은행권 분조위 결과 받아 들일까
금융산업에도 ‘독’, 은행 신탁상품 판매 발목 잡혀

금융감독원. 사진=연합뉴스

최근 금융감독원에서 DLF와 키코 사태에 대한 은행의 배상 비율을 확정한 가운데 이번 기회에 불완전판매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불완전판매가 사회적 물의를 불러일으키며 소비자에 피해를 끼치고 있을 뿐 아니라 금융산업을 멍들게 하는 단초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는 지난 5일 DLF 투자손실에 대한 배상 비율을 40~80%로 결정했다. 키코 사태에 대한 불완전판매 배상비율도 결정났다. 분조위는 지난 12일 은행들이 기업별로 손실액의 15~41%수준으로 배상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사실 키코에 이어 약 10년 만에 불거진 DLF사태를 두고 불완전판매의 뿌리가 뽑히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는 지적이 파다했다. 2008년 키코 사태로 수많은 수출입 중소기업들이 무너졌던 과거가 있었음에도 은행들은 또다시 같은 실책을 반복하며 개인 고객의 피해를 초래한 것이다.

조붕구 키코 공동대책위원회 대표는 지난 10월 1일 파이낸셜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키코사태로 관련 은행이 강력한 처벌을 받았다면 DLF사태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고 밝힌 바 있다.

금감원은 두 사례에서 모두 불완전판매가 있었다고 보고 이를 중점적으로 살펴 배상비율을 정했다. 특히 DLF의 경우 판매 일선에 대한 책임뿐 아니라 본점의 내부통제도 문제를 삼으며 강도 높은 대책을 마련하기도 했다.

금융위원회는 분조위의 배상비율 발표 이후 지난 12일 ‘고위험 금융상품 투자자 보호 강화를 위한 종합 개선방안’ 최종안을 발표하며 불완전판매 제재를 강화하는 방안을 내놨다. 제재 수위를 높였고 그 책임을 실무진뿐 아니라 경영진으로까지 확대했다.

실제로 DLF 사태를 들여다보면 본점에서는 비이자이익을 확보하고자 직원들에게 DLF 판매를 유도했으며 핵심성과지표(KPI)에도 비이자이익에 대한 배점을 높게 책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상대적으로 소비자 보호와 관련된 항목의 배점은 낮았다. 또한 판매 과정에서 KEB하나은행과 우리은행 PB직원들은 해당 상품에 대한 위험성을 설명하지 않은 채 ‘안전한 상품’이라고 판매한 것은 물론 투자자 성향을 조작하기도 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DLF 사태에 대한 배상비율이 정해지자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이를 수용하고 배상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키코 사태로 피해를 입은 기업에 대한 배상 문제에는 은행(신한·하나·우리·산업·대구·씨티)들이 난감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소멸시효가 지났는지에 대한 해석이 분분할뿐더러 은행 내부에서도 주주들이 배상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피해자 측에서도 이번 배상에 대한 불만이 새어 나오고 있다. DLF 피해자대책위원회는 분조위의 배상비율이 낮다며 지난 9일 분조위 재개최를 요구하는 진정서를 청와대에 제출하기도 했다. 키코 공대위도 분조위 결과에 대해 아쉽다는 입장이지만 약 10년만에 의미 있는 결가가 나온 만큼 은행들과의 협상을 이어나가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피해는 완전히 회복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이며 은행들은 불어날 배상금액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아울러 이 같은 불완전판매는 고위험 금융투자상품 판매에 대한 규제를 더욱 심화시킴으로써 은행들의 발목을 잡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했다. 금융위는 지난달 말 파생상품 내재 등으로 투자자의 이해가 어렵고 원금 손실 가능성이 20~30% 이상인 상품을 고난도 금융투자상품으로 정의하고 고난도 사모펀드 및 신탁을 은행에서 판매할 수 없도록 제한하기로 했다.

은행권에서는 신탁 판매까지 제한하는 것은 너무한 처사라며 반발의 목소리를 냈다. 은행권은 금융당국에 기초자산이 주가지수이고 공모로 발행됐으며 손실배수가 1이하인 파생결합증권을 편입한 신탁(ELT)에 대한 판매는 허용해달라고 건의했다. 이에 금융위는 지난 12일 건의사항을 수용하기로 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12일 “은행들이 건의를 했고 투자자 보호를 위해 자율적으로 잘하겠다고 해서 믿고 건의를 수용하는 것으로 결론을 냈다”고 말했다.

하지만 ELT 판매량은 지난달 말 잔액(약 40조원) 이내로 제한했다. ELT 판매를 허용해주되 ELT 시장 확대는 막아버린 것이다.

한편, DLF사태를 피해간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도 최근 불완전판매와 관련해 금감원 제재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은행은 기관경고를 받았으며 신한은행은 기관주의를 받았다.

금감원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2016년 8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특정금전신탁 상품을 문자메시지를 통해 159명에게 홍보함으로써 특정금전신탁 홍보 금지 관련 법규를 어긴 사실이 밝혀졌다. 지난해 1월부터 6월까지는 파생상품 투자권유 자격을 보유하지 않은 7명의 직원이 파생상품 투자권유 자격을 보유한 직원의 사번을 이용해 69명의 고객에게 파생상품 투자를 권유했다.

신한은행 역시 2016년 5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1만1190명의 고객에게 문자메세지로 특정금전신탁 상품을 홍보했다. 또한 2017년 3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파생상품 투자권유 자격이 없는 직원이 자격을 보유한 직원 사번을 이용해 153명의 고객에게 파생상품 권유한 사실이 밝혀졌다.

파이낸셜투데이 임정희 기자

저작권자 © 파이낸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