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기영 장관 “5G 중저가요금제 출시 노력해달라”
이통3사 CEO “아직은 시기상조” 난색
월 10GB 데이터, 이통사 설명대로면 30초 만에 소진
‘데이터당 요금’ 비례형으로 가야 한다는 지적도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11월 2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메리어트 여의도 파크센터에서 열린 ‘과기정통부 장관-통신사 CEO 간담회’를 진행했다. (왼쪽부터) 황창규 KT 회장,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 사진=연합뉴스

통신비 인하 공약을 내건 정부가 이동통신사 3사에 꾸준히 월 3만~4만원대로 설계된 5세대 이동통신(5G) 중저가요금제 출시를 당부하면서 이통3사 CEO들이 5G 투자비용 회수 등의 이유로 난감해 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5G 중저가요금제 출시에 앞서 실효성을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중저가요금제는 데이터가 제한적으로 제공될 것이 유력한 데 5G는 데이터 무제한이 아니면 이통3사의 5G 서비스를 이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 가계통신비, 인하 정책에도 기기 가격 늘어 ‘제자리걸음’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가계통신비 인하 공약 이행을 위해 이통3사에 5G 투자 확대 및 중저가요금제 출시를 독려하고 있다. 지난달 29일에는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황창규 KT 회장,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 등 이통3사 CEO들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5G 이용 확대가 통신비로 인한 국민들의 생활비 부담 과중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단말기 다양화 및 중저가요금제 출시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정부가 가계통신비 인하 공약을 이행하려는 의지는 확고해 보인다. 최기영 장관은 지난 5일 서울무역보험공사에서 진행된 제2차 범부처 민관 합동 5G+ 전략위원회에서도 통신비 인하를 요청했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제조사들은 이날 전략위원회에서 5G 보급형 단말 출시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월 5G 상용화 이후 출시된 5G 단말기들은 대부분 100만원을 넘는 가격이었다. 5G 상용화 후 출시된 5G 단말 가격을 살펴보면 ▲갤럭시 S10 5G 139만7000원(256GB), 155만6500원(512GB) ▲V50 ThinQ, V50S ThinQ 119만9000원 ▲갤럭시 노트10 124만8500원 ▲갤럭시 노트10 플러스 139만7000원(256GB), 149만6000원(512GB) ▲갤럭시 A90 89만9800원 ▲갤럭시 폴드 239만8000원 등이었다. 올해 출시된 애플의 아이폰11 시리즈는 5G를 지원하지 않는데도, 출고가는 최저 99만원부터 최고 180만원이었다.

통신비 자체는 정부의 정책 및 5G 상용화 초기 이통3사의 각종 프로모션을 통해 요금제가 4G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저렴해진 경우도 있었다. 다만 단말기 가격대가 전반적으로 늘면서 전체 가계통신비에는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가구원 수별 가구당 월평균 가계지출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통신서비스 지출은 2017년 10만5527원에서 2018년 9만8614원으로 줄었지만, 단말 지출은 3만1943원에서 3만5223원으로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 ‘데이터 무제한’ 아닌 5G, 4G 써도 충분

최기영 장관은 이통3사 CEO 오찬 간담회나 5G+ 전략위원회를 통해 이통사와 단말기 제조사에 가계통신비 인하를 위한 방안들을 요청하고 있다. 이에 이통3사는 ‘지금은 네트워크에 투자하고 있어 경영압박이 있다’는 단서를 붙인 뒤 중저가요금제 출시를 적극적으로 고민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5G 가입자 유치를 위해 많은 돈을 투자한 만큼 중저가요금제를 출시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5G 중저가요금제의 실효성을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중저가요금제라고 제공 데이터양을 대폭 줄인다면 5G 서비스를 제대로 이용할 수 없는데 굳이 5G를 써야 하냐는 비판도 나온다. 현재 이통3사의 5G 요금제는 월 8만원대 요금제를 주축으로 아래로는 5만원대 슬림·라이트 요금제가, 위로는 10만원대 프리미엄 요금제 등으로 구성됐다.

5만원대 요금제의 경우 SK텔레콤과 KT는 월 8GB의 데이터를 제공하고, LG유플러스는 9GB를 준다. 하지만 이 정도의 데이터로는 5G를 제대로 체감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SK텔레콤은 지난 4월 5G 상용화 당시 최고 2.7Gbps의 속도를 낸다고 소개한 바 있다. 초당 약 350MB의 데이터가 전송되는 셈이다. 월 10GB의 데이터는 최고 속도로 5G를 사용할 경우 30초면 전부 소진하게 된다. 5G VR 고화질 콘텐츠 같은 서비스는 시간당 20GB 이상의 데이터가 소모된다.

데이터 제공량이 제한된다면 유튜브나 이통3사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 초고화질 영상을 보는 것도 어려워진다. VR 콘텐츠 같은 것도 마찬가지다. 5만원대 요금제에 10GB가 안 되는 데이터가 제공되는데, 3만~4만원대 요금제라면 제공되는 데이터량이 더 적을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대용량의 데이터를 초고속으로 주고받는 콘텐츠는 사실상 이용할 수 없고, ‘초저지연’에 중점을 둔 게임 등의 서비스 정도를 이용할 수 있다. 이런 경우 5G를 이용하면 4G보다 조금 더 쾌적할 수 있겠지만, 비싼 5G 단말기를 사면서까지 꼭 5G를 써야 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중저가요금제로 ‘생색내기’를 하는 것보다 비싼 요금을 매달 지불하는데도 5G를 제대로 이용할 수 없는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5G 상용화 이후 8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먹통’ 사례가 잇따르자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가 지난 12일 이통3사 5G 가입자 7명과 함께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자율분쟁조정위원회에 분쟁조정을 신청하기도 했다.

아울러 단순 월 요금만 낮춘 중저가요금제 출시보다는 데이터당 요금이 요금제마다 다르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월 5만원대 5G 요금제는 다른 요금제보다 GB당 단가가 13배가량 높은 수준이다. 김주호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민생팀장은 파이낸셜투데이와의 통화에서 “LG유플러스 기준 청소년용 LTE 요금제 최저가는 월 3만3000원이었는데, 5G 청소년용 요금제는 월 4만5000원이어서 결과적으로 5G로 교체하게 될 청소년은 요금이 올랐다”며 “5G 요금제끼리도 낮은 요금제일수록 데이터당 요금이 더 비싸지는데, 데이터당 요금이 요금제마다 다르지 않게 비례형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변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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