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농협銀, 호실적에 현 행장 연임
신한·우리금융지주, 뛰어난 경영 성과냈지만…
기업·수출입銀 “국책은행은 교체”…낙하산 인사 논란 불거져

허인 KB국민은행장(왼쪽)과 이대훈 NH농협은행장. 사진=연합뉴스

올해 말부터 내년 초까지 금융권 수장들의 임기 만료 시점이 다가오면서 이들의 거취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좋지 않은 경제 상황에도 대체적으로 좋은 실적을 낸 CEO들이 연임에 성공할지, 각종 리스크로 교체를 당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지난 11월부터 금융권에서는 인사 돌풍이 불기 시작했다. KB국민은행과 NH농협은행은 현 행장의 연임을 확정했고 수출입은행에는 은성수 전 행장이 금융위원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방문규 수출입은행장이 새롭게 임명됐다. 현재는 행장 임기가 이달 27일까지인 IBK기업은행과 내년 3월 현 회장의 임기가 끝나는 신한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의 차기 CEO가 누가 될 것인지를 두고 다양한 예측이 나오고 있다.

◆ 국민·농협, 경영 성과 따라 연임 쟁취

국민은행은 제일 먼저 차기 행장을 확정했다. 지난 11월 허인 은행장의 1년 연임을 결정한 것이다.

KB금융지주 계열사는 보통 2년 임기에 연임으로 임기를 1년 연장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업계에서는 2017년 11월부터 2년 임기를 채운 허인 은행장의 1년 연임 가능성을 높게 내다봤다. 또한 허인 은행장은 잡음 없이 국민은행을 이끌었고 그룹 내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어 연임엔 무리가 없을 것으로 분석됐다.

국민은행의 2017년 순이익은 2조1747억원이었으나 허인 은행장이 본격적으로 은행 경영에 나섰던 지난해 순이익은 2조2592억원으로 3.9% 늘었다. 다만 올해 3분기에는 일회성 요인 등의 이유로 순이익이 지난해 동기(2조793억원)보다 소폭 감소한 2조67억원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금융업계 최초로 통신업 진출에 나서는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지난 10월 말 국민은행은 가상통신망(MVNO) 서비스 ‘리브엠(Liiv M)’을 출시하고 금융과 통신의 융합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특히 국민은행은 MVNO 사업자 중에서도 최초로 5G 요금제를 지원하며 눈길을 끌었다.

이대훈 현 농협은행장 역시 연임이 확실해졌다. 통상 농협은행장은 1년 임기에 연임을 더해 총 2년간 업무를 수행한다. 이미 이대훈 은행장은 지난해 말 한차례 연임으로 올해가 2년째기 때문에 3연임은 어려울 수도 있다는 의견이 많았으나 전례를 깨고 연임을 성취했다.

이대훈 은행장이 농협은행을 이끈 이후 농협은행의 순이익은 급성장했다. 2017년 6513억원에 불과하던 순이익이 이대훈 은행장 취임 이후 지난해 1조2181억원까지 87% 증가한 것이다. 또한 올해 3분기에는 지난해 동기(9339억원)보다 27.6% 증가한 1조1922억원의 순이익을 달성했다.

이대훈 은행장은 다른 시중은행보다 뒤처지던 글로벌·디지털 사업도 적극적으로 밀어붙였다. 글로벌 사업은 신남방 국가를 중심으로 해외 진출의 초기 발판을 마련하는 데 힘쓰고 있으며 디지털 사업 역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NH디지털혁신캠퍼스’를 설립하고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농협금융지주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이러한 경영 성과를 높이 평가해 지난 6일 이대훈 행장을 차기 농협은행장 단독후보로 결정했다. 이 행장은 향후 주주총회를 거쳐 최종 선임된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왼쪽)과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사진=연합뉴스

◆ 신한·우리금융지주, 안정적 실적 자랑

내년 3월 임기가 끝나는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과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도 그룹을 안정적으로 잘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조용병 회장은 2017년 취임 이후 중장기 프로젝트인 ‘2020 스마트 프로젝트’에 입각해 글로벌 사업과 디지털 사업, 비은행 부문 성장을 추진했다. 특히 손해보험회사 오렌지라이프 인수 카드를 과감히 던지며 신한금융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했고 실적 증가를 이끌었다.

손태승 회장 역시 지주회사체계전환 이후 조직 안정화에 힘썼다. 또한 우리은행의 자회사였던 우리카드와 우리종합금융을 그룹 자회사로 편입시키는 한편 동양자산운용과 ABL글로벌자산운용, 국제자산신탁 인수도 순차적으로 성공시켰다. 롯데카드 지분 투자는 물론 내년 아주캐피탈과 아주저축은행 인수도 앞두고 있다. 손태승 회장은 이렇듯 M&A를 연달아 성사시키며 몸집을 키우고 비은행 부문을 확충하는 행보를 보여줬다.

사실 이러한 경영 성과만 놓고 보면 조용병 회장과 손태승 회장의 연임은 무리가 없어 보인다. 다만 조용병 회장은 채용비리, 손태승 회장은 DLF 사태와 관련한 리스크로 전망이 마냥 밝지만은 않다.

신한금융은 이미 차기 회장 인선 작업에 돌입했다. 임기가 내년 3월까지인 만큼 다음 달 중으로 회장 선임 절차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신한금융은 지난달부터 회장추천위원회를 열었다. 이에 업계에서는 다음 달 조용병 회장의 채용비리 1심 재판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조 회장의 연임을 위해 신한금융이 절차를 서둘렀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금융감독원이 지난 4일 조용병 회장의 법률 리스크에 우려 의견을 신한금융 사외이사들에게 직접 전달한 만큼 향후 귀추를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이다.

손태승 회장은 DLF 사태가 변수다. 금융당국이 DLF 사태와 관련해 실무진뿐 아니라 경영진 책임까지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가 우리은행의 배상비율을 최대 80%까지 결정한 점을 고려하면 중징계를 받을 가능성도 높다.

금융사 임직원 제재는 ▲주의 ▲주의적 경고 ▲문책 경고 ▲직무 정지 ▲해임 권고 순이다. 문책 경고부터는 3년~5년 동안 금융사 임원에 선임될 수 없어 연임이 불가능하다. 때문에 손태승 회장은 제재 여부 및 수위가 연임을 좌우할 전망이다.

김도진 IBK기업은행장. 사진=연합뉴스

◆ ‘교체’ 바람 부는 국책은행

국책은행 인사 트렌드는 ‘교체’다. 앞서 수출입은행은 은성수 전 행장이 금융위원장에 임명됨에 따라 지난달 방문규 행장으로 새로 교체됐다. 이달 27일까지 임기를 채우는 김도진 기업은행장은 연임 의사가 없음을 밝힌 바 있다. 또한 지금까지 기업은행에선 연임 사례가 드물었던 만큼 김도진 행장의 연임 가능성은 일찍부터 낮게 평가됐다.

이렇듯 수장 교체 바람이 부는 국책은행들은 ‘낙하산 인사’라는 비판이 직면했다. 기업은행 차기 행장으로 유광열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 윤종원 전 청와대 경제수석, 정은보 한미 방위비협상 수석대표, 반장식 전 청와대 일자리수석 등 관 출신 인사들이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기업은행지부는 관료 출신 인사를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수출입은행 역시 기획재정부 제2차관이었던 방문규 은행장 임명됐을 때, 낙하산 인사 논란을 피해가지 못했다.

특히 기업은행의 경우 2010년부터 내부 출신 인물이 행장으로 임명됐던 터라 관치금융에 대한 그림자를 경계하는 모습이다. 기업은행은 2010년부터 조준희 전 은행장에 이어 권선주, 김도진 은행장이 임명되면서 관치금융의 고리를 끊어냈다.

또한 내부 출신 은행장들이 그 전의 관료 출신 은행장들보다 좋은 성과를 거둬왔던 만큼 노조는 관료 출신 인사를 반대하고 있다. 특히 2016년 12월 김도진 은행장 취임 이후 2016년 1조1646억원던 순이익이 2017년 1조5085억원, 지난해 1조7643억원까지 증가했다. 2년 동안 순이익이 51.5% 급증한 것이다. 또한 현장 경영을 강조하던 김 행장은 임기 동안 국내외 전 지점을 방문해 현장 직원들을 직접 챙기며 직접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 기업은행의 실적 하락 등으로 외부 출신 행장 선임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올해 기업은행의 3분기 순이익은 1조3678억원으로 지난해 동기(1조4603억원)보다 6.3% 하락했다. 또한 내부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도 외부에서 행장이 선임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금융노조 기업은행지부는 지난달 29일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기업은행장 선임에 관치금융 저의를 드러냈다. 새 기업은행장으로 거론되는 후보들은 기획재정부 관료 출신이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관료출신, 부적격 인사의 행장 선임을 포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기업은행 노조는 지난 9일부터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를 시작했다.

기업은행장은 일반은행과 달리 금융위원장의 제청하면 대통령이 임명한다. 금융위는 이달 중순 차기 기업은행장을 임명·제청할 예정이다.

파이낸셜투데이 임정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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