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실감콘텐츠, 글로벌 선점할 수 있는 분야”
정부, 올해 실감콘텐츠 육성에 예산 약 311억원 집행
VR멀미, 재미있는 콘텐츠 등 여전히 극복해야 할 한계 많아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문재인 대통령이 10월 15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1일 게스트 체험에 나서 가상현실(VR) 기기를 착용하고 VR시네마를 관람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가상현실(VR)·증강현실(AR)·혼합현실(MR) 등 실감콘텐츠가 문화콘텐츠산업의 차세대 먹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실감콘텐츠는 문재인 대통령이 미래성장동력으로 콕 집어 지목할 만큼 정부 차원의 대규모 투자가 약속된 분야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법·제도 미비로 인한 규제 문제 외에 아직 해결되지 않은 실감콘텐츠의 한계 등 극복해야 할 것들이 산적해 있는 점은 업계가 풀어야 할 숙제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정부는 지난 4월 세계 최초 5G 상용화를 이루면서 실감콘텐츠를 미래성장동력으로 삼았다. 실감콘텐츠는 VR·AR·MR처럼 체험하는 사람의 시각·청각 등을 자극해 기존 미디어를 통한 콘텐츠보다 높은 몰입도를 제공하는 콘텐츠를 통칭하는 말이다.

앞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실감콘텐츠 육성에 추가경정예산(이하 추경예산) 198억원을 투입한 바 있다. 추경예산은 1년 예산이 유효하게 성립한 이후 부득이한 사유로 이미 성립된 예산에 변경을 가하는 예산을 의미한다. 매년 추경예산 심사를 두고 여·야가 공방을 벌여왔는데, 정부가 그 과정을 겪고 예산을 투입한 곳 중 하나가 실감콘텐츠산업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은 5일부터 7일까지 서울 강남구 역삼동 엠컨템포러리에서 ‘2019 실감콘텐츠 페스티벌(Immersive Content Festival, ICF)’을 개최하기도 했다.

부처에서만 실감콘텐츠에 관심을 보이는 것이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9월 17일 ‘콘텐츠산업 3대 혁신전략 발표회’에서 “실감콘텐츠 분야는 본격적으로 시장이 활성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과감한 투자로 글로벌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분야다. 홀로그램, 가상현실 교육과 훈련 콘텐츠를 비롯한 실감콘텐츠를 정부와 공공 분야에서 먼저 도입하고 활용해 시장을 빠르게 활성화시키겠다”며 “창작자들과 기업들은 역량을 강화하고, 국민들은 쉽게 체감하고 활용할 수 있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실감콘텐츠 인프라를 구축하고 핵심 인재를 키워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는 수백억원 규모의 예산을 배정해 집행하고 있다. 이동섭 바른미래당 의원이 6일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제출받은 ‘2018·2019 실감콘텐츠 예산 세부 사용 내역’에 따르면 문체부는 2018년 실감콘텐츠 육성에 245억원가량의 예산을 투입했다. 지난해 VR콘텐츠산업 육성에만 103억8700만원을 집행했고, 이외에는 ▲군산 홀로그램 콘텐츠 체험존 조성(35억원) ▲삼도수군 통제영 실감콘텐츠 체험존(7억5000만원) ▲고성 공룡 AR체험존(15억원) ▲울산 대왕암 공원 AR체험존(10억원) ▲울산대교 전망대 VR체험존 조성(5억원) ▲첨단융복합 게임콘텐츠 17개 제작 지원(68억6300만원)에 예산이 쓰였다.

올해에는 총 341억2500만원가량의 예산이 실감콘텐츠 육성에 배정됐다. 이동섭 의원실에 따르면 배정된 예산은 올 12월 기준 ▲민간·공공향유형 콘텐츠 제작 지원(188억7000만원) ▲VR콘텐츠 기업지원 인프라 운영(24억5000만원) ▲국립문화시설 VR콘텐츠 향유 인프라 조성(9억8800만원) ▲마켓참가 등 글로벌 진출 지원(8억500만원) ▲첨단융복합 게임콘텐츠 25개 제작 지원(80억원) 등에 총 311억1300만원이 집행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이토록 정부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실감콘텐츠 산업이 넘어야 할 장벽은 여전히 다수 남아있다. VR게임, AR게임, VR영화, 이동통신사 3사의 VR·AR 콘텐츠 등 콘텐츠는 많지만, 대부분 일회성에 그친다. 특히 VR의 경우에는 ‘멀미’가 높은 진입장벽으로 작용한다. 가정에서 실감콘텐츠를 즐기기에는 기기 가격이 부담스럽고, 구매했더라도 이용할 수 있는 콘텐츠 수가 적다.

IT에 친숙한 게임이용자들에게도 VR 등 실감콘텐츠는 낯설게 느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19 게임이용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체 게임이용자 중 VR 게임을 이용해본 사람은 8.9%에 불과했다. 재미있는 콘텐츠도 부족했다. 2019 게임이용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VR 게임을 이용했던 게임이용자 중 한번 방문했던 VR체험장이나 외부시설 등을 다시 가볼 생각이 없는 사람들은 전반적으로 ‘생각했던 것보다 재미가 없다’고 느낀 것으로 조사됐다. 이외에는 ‘이용요금이 비싸다’나 ‘체험 중 어지러움을 느낀다’ 등이 재방문 의사가 없는 이유로 꼽혔다.

실감콘텐츠를 제작하는 기업들에도 넘어야 할 한계가 여럿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실감콘텐츠를 제작할 때 사용하는 모션캡처 기술은 장비 구매에만 막대한 초기비용이 필요하다. 실감콘텐츠 제작 장비를 대여할 때도 시간당 백만원 단위의 요금이 들어가는 것으로 전해졌다. 초기 자본을 마련해 장비를 갖추고 정부 지원을 받아 좋은 콘텐츠를 만들었다고 해도, 콘텐츠를 소비자에게 공급할 수 있는 창구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많다.

다만 산업 자체가 무르익으면서 산업 초창기에 마주하기 쉬운 문제들은 해결될 것으로 전망된다. 예를 들어 현재 콘텐츠 공급 창구가 부족하다는 한계점은 정부의 글로벌 진출 지원을 통해 기회를 넓히는 방향으로 풀어가고 있다. FPS게임 ‘스페셜포스’ IP를 활용한 VR게임 등을 서비스하는 드래곤플라이는 정보통신산업진흥원에서 주관하는 ‘K-Global@China 2019’를 통해 중국 시장을,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최한 ‘2019 K-CONTENTS EXPO’를 통해 인도네시아 및 동남아시아 시장 진출에 나서기도 했다.

앞서 김영준 한국콘텐츠진흥원 원장은 지난 5일 2019 ICF 개막식 환영사에서 “문체부와 콘진원은 지난 9월 콘텐츠산업 3대 혁신 전략을 발표하며 실감콘텐츠와 결합된 공공 서비스 인력을 확장하고 정책금융으로 과감한 투자책을 마련하는 등 의지를 강력하게 표명한 바 있다”며 “한국콘텐츠진흥원 역시 실감콘텐츠 도약을 위해 콘텐츠 발굴을 위한 제작지원과 해외 진출을 위한 자금지원, 공공 콘텐츠 제작까지 전범위에 걸쳐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파이낸셜투데이 변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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