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31일 오전 열린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예산안 심사 전체회의에서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제안 설명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근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게임산업에 대한 애정을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특히 2020년 초 중장기 계획 발표 등 적극적으로 게임산업을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한동안 한파를 겪었던 게임업계에 훈풍이 불지 귀추가 주목된다.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4월 취임한 박양우 문체부 장관이 게임업계가 겪고 있는 각종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문화·예술·체육 등 다양한 분야를 총괄하는 문체부의 수장이 잇따라 게임에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면서 게임 업계에서도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현재 한국 게임업계는 다양한 문제로 장기간 불황을 겪고 있는 상태다. 한국 게임 불황을 말할 때 가장 먼저 거론되는 문제는 중국 ‘판호’다. 국산 게임을 중국에 서비스하기 위한 허가권 ‘판호’는 한반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DD, 사드)를 배치 이후 2년 이상 발급되지 않았다.

이와 함께 세계보건기구(WHO)의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등재, 셧다운제 등 국내 규제,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등을 게임산업 한파 원인으로 꼽는 분석이 많다. 특히 셧다운제의 경우 지난 8월 현대경제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셧다운제가 도입된 2012년 이후 게임산업 자체가 위축된 것으로 드러났다. 게임사들의 매출이 전반적으로 감소했고, 셧다운제 인프라 구축 비용 등 추가 비용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올해 2분기까지만 해도 게임업계는 신작 게임 기근과 함께 실적 부진을 면치 못했다. 게임업계 ‘빅3’로 꼽히는 엔씨소프트는 2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6%, 영업이익이 17% 감소했다. 넥슨은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3% 늘어났지만 영업이익이 19% 줄었고, 넷마블은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5.1%, 영업이익이 46.6% 감소했다. 게임업계 ‘빅3’도 신작 게임이 하나둘 나오기 시작한 3분기에 들어서야 실적이 개선됐다.

이런 상황에서 도종환 전 문체부 장관의 후임으로 박양우 장관이 취임했다. 박양우 장관은 앞서 2005년 문화관광부에 게임산업과가 신설될 당시 문화산업국장에 임명됐고, 이후 차관을 역임하며 게임산업 진흥에 관심을 보여온 친게임 인사다. 2009년에는 고사하긴 했지만, 한국게임산업협회가 4기 회장으로 추대하기도 했다.

박 장관은 지난 4일 서울 동대문구 한국콘텐츠진흥원 홍릉인재캠퍼스 게임인재원에서 진행한 특강에서도 “와서 강연을 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분의 얼굴을 보고 싶었다. 여러 중요한 것들이 많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그래서 여러분들에게 많은 관심이 있었다”며 애정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취재를 온 기자들을 향해서도 “정말 우리 게임, 게임 산업에, 우리 게임인재원에 더 애정을 가져주셨으면 좋겠다. 정말 많이 사랑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판호 문제에 관해서는 중국 내 한국 게임 서비스는 막힌 상황에서 한국 게임시장에 중국 게임이 대거 들어오는 것을 두고 중국 정부에 비판이 일고 있다. 하지만 정작 우리 정부도 판호 문제에 무관심했던 것이 더 문제였다. 콘텐츠미래융합포럼에 따르면 사드 배치 당시 박근혜 정부부터 문재인 정부로 정권이 바뀐 이후에도 2년 이상 우리 정부는 판호에 무관심했다. 박 장관이 취임하고 나서야 한·중·일 문화·관광장관 회의에서 우리 정부가 한국 게임 판호 문제를 중국과 협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위정현 콘텐츠미래융합포럼 의장 겸 한국게임학회장은 “박양우 장관 전에는 한국 정부에서 판호 문제에 관심을 가졌던 적이 없다”며 “특히 대한민국 외교를 대표하는 외교부가 한국의 중요 IT산업인 게임이 고통 받고 있는데 게임에 대한 무지와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있으며, 여러 번 답변을 요청했어도 답변을 준 적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12월 4일 서울 동대문구 한국콘텐츠진흥원 홍릉인재캠퍼스에서 진행된 게임인재원 문화체육관광부장관 특강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변인호 기자

이런 상황에서 지난달 긍정적인 소식이 들려왔다. 박 장관은 지난달 13일 부산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에서 진행된 ‘2019 대한민국 게임대상’ 시상식에서도 “게임산업 재도약을 위해 10여년 동안 유지된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을 전면 개정하겠다”며 “불필요한 규제는 사업자의 시작에서 전면 재검토하고, 게임 이용자를 위한 다양한 제도를 반영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2020년 초에는 게임산업을 지원하기 위한 중장기 계획도 발표할 예정이다.

판호 문제에 관해서도 긍정적인 전망이 나온다. 박 장관은 2019 대한민국 게임대상 시상식 이후 국내 게임사 대표들이 모인 한국게임산업협회 행사에서 좋은 소식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는 지난달 15일 국제게임전시회 ‘지스타 2019’가 열린 부산 벡스코에서 “2019 대한민국 게임대상이 끝나고 한국게임산업협회 행사가 있었는데, 아직 확답은 못 하지만 언제까지 될 것 같다고 얘기해서 참석했던 게임사 대표분들이 ‘사업계획을 바꿔야겠네’ 그런 얘기도 하고 그랬다”며 “지금까지 정부 입장을 들은 것 중 가장 전망이 밝았다”고 말했다.

앞서 박 장관은 취임 두 달 만인 지난 6월 27일 게임물관리위원회 규정 개정을 통해 PC게임 성인 월 결제한도를 폐지하기도 했다. PC게임 성인 월 결제한도는 2003년 게임업계에서 자율적으로 정했던 자체 한도가 4년 만인 2007년 당시 게임물등급위원회가 등급분류 신청서에 월 결제한도를 기재하도록 하면서 강제 규제로 변했던 제도다.

그동안 게임업계에서는 PC게임 성인 월 결제한도가 ‘법적 근거가 없는 규제’라며 개선을 요구해왔는데, 박 장관 취임 후에야 폐지된 것이다. 이외에도 비영리 목적 게임물에 대한 수수료 감면 및 등급분류를 면제했다. 게임산업 활성화를 위해 아케이드 게임물에 대한 결제수단 다양화도 허용했다. 문체부는 이와 더불어 투자 활성화를 위해 모태펀드 문화계정에 게임 분야 펀드를 2020년까지 260억원 규모로 조성할 예정이다.

대표적인 차별규제로 꼽히는 셧다운제는 문체부를 비롯해 여성가족부 및 민간이 참여하는 ‘셧다운제 개선 협의체’를 구성해 장기적으로 완화할 계획이다. 사행성 논란으로 게임업계의 약점으로 지적받는 ‘확률형 아이템’은 확률 공개 의무화를 추진할 방침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문체부는 공정거래위원회와도 관련 내용에 관한 부처 간 협의를 진행했다. 25일 아이뉴스24 보도에 따르면 공정위는 확률형 상품의 확률정보를 공개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전자상거래법 고시 개정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박양우 장관이 게임산업에 대한 애정을 숨김없이 표현하고 있다”며 “최근 게임업계가 신작 기근을 끝내고 다양한 게임을 출시하고 있는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 후반기 정책적으로도 뒷받침된다면 한국 게임업계가 다시 한번 황금기를 맞이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변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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