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동 삼성 사옥. 사진=연합뉴스

연말 정기 인사 시즌이 다가오면서 국내 주요 그룹인 삼성, SK 등에 대한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변화’일지 ‘안정’일지, 그룹들이 두 갈래 중 어떤 것에 무게를 둘 것이냐에 시선이 모이는 것이다.

지난달 말 정기 인사를 진행한 LG는 30대 여성 임원의 다수 선임과 함께, 조성진 LG전자 부회장의 자리를 권봉석 사장에게 넘기며 ‘변화’에 중심을 뒀다. 여성 임원으로는 심미진 LG생활건강 헤어&바디케어 마케팅부문장과 임이란 LG생활건강 오휘마케팅부문장, 김수연 LG전자 시그니처키친 스위트 태스크리더 수석전문위원 등이 선임됐다.

이는 30·40세대의 임원 비중을 늘림과 동시에 사업 경험이 높은 인재로 실적 개선을 꾀하겠다는 의도다. 사령탑에 오르는 권봉석 사장은 MC(Mobile Communication) 사업본부장 출신으로 현 LG 모바일 사업의 문제점을 꿰뚫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3일 한화에서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 김동관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3세 경영체제의 막이 올랐고, GS에서는 허창수 GS그룹 회장의 퇴진과 함께 60년대생 CEO와 70년대생 오너가(家) 경영이 본격화됐다. 허창수 GS그룹 회장의 자리에는 회장의 막내 동생인 허태수 GS홈쇼핑 부회장이 선임됐다.

이렇듯 주요 그룹들이 임원 인사에 있어 세대교체를 하는 것에는 4차 산업 혁명 속에서의 경쟁력 확보가 주요인으로 꼽힌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모빌리티 등 4차 산업의 중요성이 점차 커지기에, 젊은 인재를 통한 세대교체를 꾀하는 것이다.

앞서 진행된 그룹들의 정기 인사에서 이러한 바람이 불자, 다가온 삼성과 SK의 정기 인사에서도 비슷한 경향이 나타날지에 이목이 쏠린다. 정확한 인사 날짜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SK는 이르면 5일, 삼성 또한 통상적으로 행해온 12월 첫째주에 인사가 실시될 가능성이 높다.

삼성에서 가장 시선이 집중된 곳은 김기남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 김현석 소비자가전(CE) 부문장, 고동진 IT·모바일(IM) 부문장 등 세 명의 삼성전자 CEO에 대한 인사다. 업계에서는 모두 유임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은데, 대내외 환경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무리한 교체가 아닌 안정을 택할 것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실제로 임기 또한 2021년 3월까지로 1년 넘게 남아있다.

김기남 DS 부문장에 대해서는 삼성의 주력인 반도체가 실적 부진으로 물러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실적 부진의 이유가 경영 실책에 따른 것이 아닌 대외적인 상황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에, 여전히 유임될 것이라는 추측이 더 많다.

또한 지난 8월 진행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파기환송 판결이 아직 해결되지 않은 상태기에 삼성의 인사는 ‘안정’에 무게를 둘 것으로 보인다.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파기환송심 세 번째 공판은 오는 6일 오후 2시 진행될 예정이다. 다만 LG와 같이 젊은 인재 발탁 측면에서는 계열사인 삼성전자에서 과거 파격적인 승진이 많았던 만큼 그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SK에서는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장동현 SK주식회사 사장이 오는 2020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어 이목이 쏠리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보여준 성과가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데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신뢰도 높은 것으로 알려졌기에 연임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SK이노베이션은 전기차 배터리 등으로 에너지 사업을 재편하는 것과 동시에 LG화학과의 소송도 진행 중이기에 임원진의 새로운 인사를 단행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특히나 5G 성공적 도입 등의 성과가 높은 평가를 받고 있기에 연임 가능성에 더 무게가 실린다. 연임에 성공한다면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2023년 3월까지 SK텔레콤을 이끌게 된다.

또한 SK에서는 지난 8월 진행한 임원 직급 체계 폐지로 인해 승진 인사 폭 또한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변화’보다는 ‘안정’에 방점이 찍힌 삼성과 SK의 인사가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진행한 그동안의 파격적인 승진과 선임, SK의 임원 직급 폐지와 지배구조 개편 등은 새 인사들의 선임 가능성도 충분히 열어두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파이낸셜투데이 정진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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