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 회추위 일정 앞당겨
경영성과 좋았던 조용병 회장, 연임 가능성에 무게 실려
‘채용비리’ 리스크는 걸림돌…금융당국 입장이 변수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사진=연합뉴스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둔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연임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지난 3년간 M&A와 글로벌, 디지털에서 성과를 거두며 신한금융의 리딩금융 입지를 굳힌 만큼 3연임에 성공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조 회장의 법률 리스크에 대해 금융당국이 우려의 의견을 전달할 것으로 알려져, 금융당국의 입장이 연임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신한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회의를 열고 1차 후보군 명단(long list)과 향후 일정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조 회장 임기 만료 2개월 전인 내년 1월 회추위가 시작될 것으로 점쳐졌으나 이러한 예상을 깨고 신한금융은 지난달 말부터 회장 선임 절차에 돌입했다.

회장 후보 명단에는 조 회장을 포함한 계열사 전·현직 CEO들이 이름을 올렸으며 최종 회장 후보는 이달 중순쯤 확정될 전망이다.

◆ ‘리딩금융그룹’으로 우뚝 선 신한금융

업계에서는 조 회장의 연임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조 회장이 지난 3년 동안 경영 전반에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뒀기 때문이다.

2017년 3월 조 회장이 취임하면서 신한금융의 순이익은 크게 성장했다. 2016년 2조7748억원이었던 순이익이 지난해 3조1567억원으로 증가한 것이다. 지난 3분기에도 누적 기준 2조8960억원의 순이익을 거둔 신한금융은 올해에도 무난하게 3조원이 넘는 순이익을 달성할 것으로 점쳐진다. 또한 3분기 KB금융의 누적 순이익(2조7777억원)보다 1000억원 앞서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 리딩금융그룹의 영광은 신한금융에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조 회장은 취임 이후부터 중장기 프로젝트인 ‘2020 스마트 프로젝트’를 지휘하며 ▲조화로운 성장 ▲Glocalization(세계화와 지방화의 합성어) 가속화 ▲Digital 신한으로 업그레이드 ▲신한문화의 창조적 계승 및 발전을 4대 전략으로 제시했다. 신한금융은 2020 스마트 프로젝트를 토대로 리딩금융그룹으로서의 입지를 다잡았다.

조 회장은 오렌지라이프(옛 ING생명)와 아시아신탁 등을 인수하며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강화했다. 특히 KB금융과 격차를 벌린 데에 오렌지라이프 인수가 큰 역할을 했다고 평가받고 있다. 신한금융은 지분 59.15%를 2조2989억원에 인수하며 지난 2월 오렌지라이프를 자회사로 품었다.

오렌지라이프가 자회사가 되면서 올해 3분기 신한금융의 비이자이익도 지난해 동기보다 37.3%나 뛰었다. 지난해 3분기 1조8841억원이던 비이자이익이 올해 동기에는 2조5867억원으로 증가한 것이다. 신한금융은 오렌지라이프 편입에 따른 보험이익 증가 및 유가증권 관련 손익 증가 등으로 비이자이익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비은행부문의 순이익 기여도 역시 지난해 3분기 31.3%에서 올해 3분기 33.6%로 증가했다.

신한금융은 오렌지라이프를 완전 자회사로 편입하기 위한 작업을 추진 중이다. 자회사 편입이 완료되면 추후 신한생명과의 합병 절차가 진행되며 신한금융은 자산이 60조가 넘는 대형 생명보험사를 품게 된다.

조 회장은 글로벌 사업에서도 눈에 띄는 성과를 거뒀다. 2016년 말 1592억원에 불과하던 글로벌 부문 순이익은 2017년 2049억원, 지난해 3228억원까지 늘었다. 또한 올해 3분기에는 지난해 동기(2450억원)보다 19% 증가한 2921억원의 순이익을 달성하며 전체 순이익 중 글로벌 순이익 비중을 10%까지 늘렸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올해 속도감 있게 추진한 차별적 성장 전략인 비은행 및 글로벌 부문에서 전년동기 대비 각각 15%, 19% 성장하는 성과를 창출했다”며 “2020년에도 ‘2020 스마트 프로젝트’를 통해 1류 신한을 향한 금융혁신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 조용병 회장, 채용관리 리스크 넘을까

다만 조 회장의 연임에 영향을 끼칠 최대 변수로 ‘법률 리스크’가 꼽히고 있다. 이미 일각에서는 신한금융이 회장 선임 절차를 서두르는 것을 두고 조 회장의 연임을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조 회장은 2015년~2016년 신한은행장으로 재직할 당시 신입사원 채용 과정에서 임원 및 교회 지인 자녀 등을 부정 채용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으며 1심 재판 결과는 다음 달 중에 나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때문에 차기 회장 선임 절차가 재판 일정에 따라 앞당겨진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불거졌다.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금고 이상 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유예기간 중에 있거나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고 그 집행이 끝난 날부터 5년이 지나지 않은 자는 임원이 될 수 없다. 물론 이는 확정판결을 기준으로 하고 있어 1심 판결 여부는 사실상 연임에 아무런 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다만 1심 판결에서 유죄를 받을 경우 여론과 당국의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기 때문에 미리 부담스러운 상황을 피하고자 회장 선임 절차를 서둘렀다는 분석이다.

더욱이 그동안 모든 절차를 외부에 공개했던 행보와 반대로 신한금융 회추위가 이번 회장 선임 절차를 비공개 하기로 결정하면서 ‘깜깜이 인사’라는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회추위의 이 같은 행보는 독립적인 의사결정을 내리고 외풍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조 회장의 법률 리스크와 회장 선임 절차의 투명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는 모양새다. 법적 하자는 없지만 이러한 사례가 다른 금융사들에게 전례로 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29일 대한상공회의소 초청 강연 후 기자들과 만나 “지배구조법과 투명한 절차에 따라 선임하는지 (보는 것이) 금융당국의 의무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조만간 법률 리스크 및 투명성에 대한 의견을 회추위 신한금융 사회이사들에게 전달할 전망이다. 경영진의 법률적인 리스크가 금융기관의 신뢰성과 경영 안정성 측면에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금융당국의 우려 입장이 신한금융의 차기 회장 선출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 2월에도 3연임에 나섰던 함영주 전 KEB하나은행장의 법률 리스크에 대한 입장을 하나금융지주에 전달한 바 있다. 당시 채용비리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던 함 전 은행장은 결국 3연임을 포기하고 현재 하나금융 부회장으로 재직 중이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지난 2일 외국계 금융회사 CEO 오찬간담회 이후 우려 입장 전달과 관련해 “금감원의 입장이 있으면 적절한 시기에 알리겠다”며 “아직 시점에 대해서 정한 것은 없다”고 밝혔다.

파이낸셜투데이 임정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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