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력점포, 2015년 말 538개서 올해 828개로 증가
대부분 오후 5~6시까지 운영...6시 이후 퇴근 시 ‘무용지물’

점포 운영 시간을 변경한 신한은행 광화문지점. 사진=파이낸셜투데이

영업시간을 탄력적으로 적용하는 은행의 탄력점포가 증가하고 있지만 고객 입장에서 실질적으로 이런 변화를 체감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실상 퇴근 시간인 오후 6시 이후에도 이용할 수 있는 점포는 드물기 때문이다.

탄력점포는 일반 은행의 영업점포와 달리 고객 수요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영되는 점포다. 통상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운영되는 영업점포에 방문하기 어려운 고객들을 위해 은행들이 오후 늦게까지, 혹은 주말에도 점포를 운영하는 것이다.

비대면 거래 증가로 일반 은행 영업점포 수가 줄어들고 있는 현상과는 반대로 탄력점포 수는 꾸준히 늘고 있다. 효율적인 점포 운영을 위해 고객들이 찾지 않는 점포는 통·폐합 하고 수요가 높은 점포는 고객 니즈에 초점을 맞춘 점포로 탈바꿈해 운영하는 것이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 운영되고 있는 탄력점포는 총 828개인 것으로 나타났다. 유형별로 살펴보면 ▲관공서 소재 점포 453개 ▲상가 및 오피스 인근 점포 112개 ▲외국인근로자 특화점포 41개 ▲환전센터 21개 ▲고기능 무인 자동화기 201개로 나뉜다.

2015년 말 538개였던 탄력점포는 2016년 말 596개, 2017년 말 673개, 지난해 말 733개, 올해 9월 828개까지 꾸준히 증가했다. 약 4년 새 300개의 점포가 탄력점포로 전환됐다.

이러한 증가세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4월 ‘금융소비자 보호 종합방안’을 발표하며 연내 탄력점포 수를 986개까지 늘리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특히 금융위는 근무 중에 지점 방문이 곤란한 직장인 등을 위해 상가 및 오피스 인근 점포를 중심으로 탄력점포를 늘려나가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고객들 사이에선 실질적으로 이러한 변화를 체감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대부분 직장인들의 퇴근 시간인 오후 6시 이후에도 문을 여는 점포는 드물기 때문이다. 사실상 직장인들이 퇴근 이후에도 방문할 수 있는 탄력점포 수가 적어 체감할 수 있는 접근성은 낮은 것으로 분석된다.

한 직장인 고객은 “근처에 저녁까지 문을 여는 은행 영업점이 있다고 하길래 찾아봤다. 그런데 4시까지 하던 걸 1~2시간 늦춰서 5시, 6시까지만 운영을 하더라”며 “보통 퇴근을 6시에 하는데 나 같은 직장인들한테 6시까지만 운영하는 은행이 무슨 소용이냐. 결국 12시에 점심 굶고 은행에 다녀왔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다른 직장인 고객도 “은행에 볼일이 있어서 탄력점포를 검색해서 찾아갔더니 5시까지만 하는 점포여서 헛걸음을 한 적이 있다”며 “알고 보니 원래는 7시까지 하던 점포였는데 시간을 5시까지로 조정한 거더라”고 말했다.

이어 “금융도 생활에 밀접한 부분인 만큼 병원처럼 늦게까지 하는 점포들이 많이 생겨났으면 좋겠다”며 “아무리 요즘 은행 앱이 좋아져서 비대면으로 많은 업무를 처리할 수 있게 됐다고 해도 중요도가 높은 업무는 은행에 직접 방문해서 처리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운영시간이 한정적이어서 너무 불편하다. 은행도 융통성 있게 변했으면 좋겠다”고 주장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까지 운영하는 KB국민은행 가산디지털종합금융센터. 사진=파이낸셜투데이

실제로 대부분의 탄력점포는 오후 5시나 6시에 문을 닫는다. “퇴근 후에도 은행 업무를 볼 수 있다”는 홍보와는 대조되는 부분이다.

관공서 소재의 점포의 경우 관공서 운영시간과 맞춰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만 운영하는 점포가 대다수다. 상가 및 오피스 인근 점포는 대부분 오후 5시까지 운영한다. 직장인들이 주로 이용하는 상가 및 오피스 인근의 탄력점포 중 6시 이후에도 운영하는 점포는 112개 중 33개(29.5%)에 불과하다.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은 각각 롯데월드몰점과 롯데월드타워점 한 곳씩만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8시까지 운영한다. 가장 적극적으로 오후 6시 이후에도 점포를 운영하는 곳은 KB국민은행이다. 국민은행은 직장인들이 밀집해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까지 운영하는 ‘9 to 7 bank’와 운영시간을 유연하게 적용하는 ‘after bank’를 운영한다.

주말에도 문을 여는 은행들도 있지만 이는 거의 외국인 고객을 대상으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함이다. 주로 외국인 근로자가 많이 밀집해있는 지역의 은행 영업점포에서 주말에도 해외 송금이나 환전 업무를 실시한다. 때문에 직장인 등의 국내 고객이 주말에도 은행을 이용하기엔 한계가 있다.

한 은행업계 관계자는 “은행권에서는 고객의 수요에 따라 직장인 밀집 지역 등을 위주로 탄력점포를 선보이고 있으며 고객들의 반응을 지속적으로 살펴 탄력점포를 확대해나갈 것으로 보인다”며 “점포뿐 아니라 은행 업무를 고객이 직접 처리할 수 있는 고기능 자동화기기 설치를 늘리는 등 고객들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임정희 기자

저작권자 © 파이낸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