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왕국2가 상영 중인 24일 서울 시내 한 영화관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최근 ‘겨울왕국2’가 개봉하며 디즈니가 명불허전의 IP 파워를 자랑하고 있는 가운데, 디즈니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디즈니 플러스(디즈니+)’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LG유플러스가 넷플릭스와 손을 잡고 성과를 냈던 것처럼 합종연횡이 활발한 국내 OTT 시장에서 어떤 기업이 디즈니 플러스와 손을 잡을지, 디즈니 플러스와 대적할지 주목된다.

1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기준 디즈니의 영화 ‘겨울왕국2’는 28만6906명을 모아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특히 개봉 9일 만에 누적 관객 수 599만7491명을 달성한 겨울왕국2는 전편인 ‘겨울왕국’보다 빠른 관객 동원력을 보여주고 있다. 겨울왕국2의 누적 관객 수 500만명 시점은 겨울왕국의 500만명 달성 시점보다 11일 앞섰다.

디즈니의 OTT 서비스 디즈니 플러스도 매서운 기세로 확장하고 있다. 디즈니 플러스는 미국에 출시된 첫날 가입자 1000만명을 확보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앱토피아에 따르면 디즈니 플러스는 출시 2주 동안 하루 평균 100만개의 단말에 설치됐으며, 다운로드는 1550만건, 인앱 결제는 500만달러 규모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앱토피아는 디즈니 플러스 출시가 넷플릭스·아마존 프라임·HBO 등 경쟁 서비스에는 영향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넷플릭스 가입자 30%는 새 OTT로 갈아타기 위해 넷플릭스 구독을 해지할 용의가 있으며, 응답자의 47%는 만약 새 OTT에 가입하면 디즈니 플러스를 선택할 것으로 드러났다. 디즈니는 넷플릭스도 위기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강력한 경쟁자다.

현재 국내 OTT 시장은 ‘춘추전국시대’로 불릴 정도로 합종연횡이 많이 일어나고 있다. 먼저 LG유플러스가 지난해 11월 넷플릭스와 손을 잡았다. 지난해 매출 8853억원이었던 LG유플러스의 IPTV ‘U+ tv’는 넷플릭스와 제휴한 이후 올 상반기에만 매출 4994억원을 기록했다.

LG유플러스는 넷플릭스와 계약된 기간에는 넷플릭스에 충실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앞서 김현 LG유플러스 스마트홈 기획담당은 지난 8월 진행된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고객 가치 증진 차원에서 넷플릭스와 협업을 더 강화할 계획”이라며 “다른 OTT 제휴와 관련해 현재 구체적으로 진행 중인 사안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SK텔레콤은 지난 9월 지상파 3사와 OTT 연합 플랫폼 ‘웨이브’를 출범했다. 웨이브에서는 tvN 예능이나 드라마 등 CJ ENM의 콘텐츠를 제외한 대부분의 국내 콘텐츠를 볼 수 있다. 웨이브는 초기 재무 투자 유치를 통해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등 콘텐츠 분야에 공격적으로 나설 방침이다. 아울러 웨이브 출범식에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한상혁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참석해 OTT에 관한 낡은 규제 개선과 새로운 제도 마련을 약속하기도 했다.

KT는 지난달 28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올레tv 모바일’을 개편한 ‘시즌’의 상세 정보를 공개했다. 그동안 KT의 기존 OTT인 올레tv 모바일은 KT의 IPTV ‘올레tv’의 모바일 앱 수준이라는 지적이 많았는데, 5G와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하는 시즌을 통해 국내 OTT 월간활성이용자수(MAU) 1위를 노리겠다는 계획이다. 시즌은 웨이브와 달리 지상파 3사 실시간 라이브 방송은 볼 수 없지만 CJ ENM 계열의 VOD를 서비스한다. 특히 다른 OTT 서비스와 달리 가입 요금제에 따른 화질 차등 제한이 없다.

CJ ENM과 JTBC도 지난 9월 OTT 합작법인 설립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양사는 2020년 초까지 IP를 보유하고 있는 콘텐츠를 모아 합작법인을 세우고 CJ ENM의 OTT ‘티빙(tving)’을 기반으로 하는 통합 OTT 플랫폼을 출시할 계획이다. CJ ENM-JTBC 합작법인은 CJ ENM이 1대 주주, JTBC가 2대 주주로 참여한다.

하지만 핵심은 콘텐츠일 수밖에 없다. 소비자는 OTT 플랫폼에서 볼 것이 없다면 결제하지 않는다. 넷플릭스와 동맹을 견고히 할 예정으로 알려진 LG유플러스를 제외하고 웨이브, 시즌, CJ ENM-JTBC 합작법인 중에서는 웨이브가 디즈니와의 제휴에 경쟁사들 보다 한발 앞선 모양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재 SK텔레콤은 ‘디즈니와 만나 재미있는 것을 가져왔지만 말할 수 있는 단계’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OTT 시장에 관해 김훈배 KT 뉴미디어사업단장은 시즌 기자간담회에서 “여러 측면에서 웨이브나 티빙을 적군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과 콘텐츠를 교류할 수 있고 사이도 나쁘지 않다”며 “내년 디즈니 플러스가 왔을 때 살아남는 것은 결국 지속적으로 콘텐츠를 공급할 수 있는 플랫폼일 것”이라고 예측했다.

파이낸셜투데이 변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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