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상준 스마일게이트 SG노조 지회장이 11월 28일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노동시간 연장을 반대하는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수도권본부 IT 위원회 기자회견’에서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 (왼쪽부터) 서승욱 카카오 크루유니온 지회장, 이정미 정의당 의원, 차장순 스마일게이트 SG노조 지회장, 신환섭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조 위원장, 오세윤 네이버 공동성명 지회장. 사진=변인호 기자

“문재인 정부의 노동 정책은 줬다 뺏는 정책이다. 특별연장에 ‘경영상의 이유’까지 포함한다면 안 어려운 회사가 어디 있겠는가.”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이하 화섬식품노조)은 이정미 정의당 의원과 함께 28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을 비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이정미 의원과 더불어 신환섭 화섬식품노조 위원장, 오세윤 네이버 공동성명 지회장, 서승욱 카카오 크루유니온 지회장, 배수찬 넥슨 스타팅포인트 지회장, 차상준 스마일게이트 SG길드 지회장 등이 참석했다.

이날 신환섭 위원장은 대표발언에서 “문재인 정부의 노동 정책은 52시간도 결국은 주말 할증과 맞바꿔 따낸 52시간인데 300인 이상 기업은 처벌 유예를 거쳤다. 이제는 특별연장을 통해 경영상의 이유까지 포함한다면 어렵지 않은 회사가 어디 있겠는가”라며 “IT업계는 포괄임금제로 인해 장시간 근로의 대명사였는데 불 보듯 뻔하게 대부분의 회사는 옛날로 돌아갈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저희는 이 부분과 관련해 만약 이런 것(52시간 제도 유예)을 시행한다고 한다면 적극적으로 싸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환섭 위원장에 이어 카카오 노조와 스마일게이트 노조에서 마이크를 잡았다. 서승욱 크루유니온 지회장은 “최근 한 익명 커뮤니티에는 한 게임회사에서 96시간 연속 근무 후 응급실로 이송됐다는 폭로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며 “작년에도 디자인 업무를 하던 노동자가 연속된 근무 끝에 극단적 선택을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소위 사람을 갈아서 서비스를 만든다고 말하는데, 이런 구시대적 관습이 없어져야 하지만 아직도 존재하고 있다”며 “4차 산업혁명으로 우리의 삶을 달라지게 한다는데, 그 변화를 만드는 사람들은 왜 아직도 장시간 노동을 해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차상준 스마일게이트 SG길드 지회장은 “얼마 전 장병규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이 노동자의 더 일할 권리를 52시간 상한제가 제한하고 있다고 하고,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52시간 상한제 때문에 중국이 6개월 만에 만들 게임을 우리나라는 1년 동안 만든다고 한탄하며 밤새 일하고 있는 사무실을 자랑하듯 광고 소재로 사용하기도 했다”며 “다시 야만의 시대로 돌아가서는 안 된다. 무려 48주나 연장근로 한도를 초과하며 일해야 했던 IT 노동자가 죽음을 선택한 비극적인 사건을 아직 기억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IT업계는 고질적인 하청구조로 인한 저임금노동과 납기일을 맞추기 위해 야근을 밥 먹듯이 하는 장시간 근로가 만연한데, 사람이 버틸 수 없는 구조여서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면 평균 근속연수가 채 2년이 되지 않는다”며 “과연 이런 현실이 장병규 위원장이 말하는 것처럼 더 많이 일할 권리를 침해해서 일어나는 일인지 반문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52시간 상한제가 정부의 처벌유예 등으로 시행이 연기되면서 기업들이 문제를 회피하게 됐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화섬식품노조 IT위원회에 따르면 노동시간을 초과해도 수당이 발생하지 않는 ‘포괄임금제’ 역시 대부분 IT기업에서 유지되고 있다.

차 지회장은 “더 이상 일하다 죽는 일은 없어야 한다. 노동조합이 없다면 회사가 임의로 뽑은 근로자대표를 통해 탄력근로제, 선택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확대를 일방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며 “네이버, 넥슨, 스마일게이트, 카카오와 같이 노동조합이 있는 곳에서는 회사가 일방적으로 추진할 수 없다. 노동조합이 있는 회사들은 모두 포괄임금제를 폐지했다. 더 이상 과로가 죽음의 원인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노동조합이 필수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탄력근로제, 선택적 근로시간제 같은 유연근무제의 핵심은 사용자가 노동자를 쓰기 편한 환경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의 기본권인 건강권, 휴식권을 지키는 것”이라며 “특히 IT산업 특성상 자율적인 업무환경이 정착돼야 혁신적인 제품을 개발할 수 있기에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노동시간 단축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정부는 노동시간 단축을 어렵게 하는 특별연장근로 허용확대, 재량근로제 허용확대, 52시간제 위반 사업주 처벌유예 방침을 취소해야 한다. 국회는 탄력근로제, 선택적 시간근로제 단위기간확대와 같이 기업들의 일방적인 요구만을 반영한 법안 논의를 철회하고 노동자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IT업계 경영진들은 공짜 야근이 가능한 포괄임금제를 폐지하고 과도한 노동시간의 근몬적인 문제가 무엇인지 성찰해야 한다”며 “모든 IT업계 노동자들에게 호소드린다. 더 이상 침묵하지 말고 우리의 권리를 찾아가자”고 당부했다.

파이낸셜투데이 변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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