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라움아트센터에서 열린 리니지M 서비스 1주년 기념 ‘YEAR ONE’ 행사에서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리니지M’과 PC ‘리니지’의 결별을 선언했다. 사진=연합뉴스

기근에 시달리던 국내 게임 시장에 신작 게임들이 몰려나오고 있지만 ‘리니지M’의 인기는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출시 당시 일매출이 50억원에 육박한 것으로 추정되는 넥슨의 ‘V4(브이포)’도 구글 플레이스토어 매출 순위에서 리니지M을 꺾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관련 업계에서는 27일 출시를 앞둔 엔씨소프트 신작 ‘리니지2M’의 최대 경쟁작을 리니지M으로 보는 분석도 많다.

엔씨소프트의 ‘리니지M’은 한국 게임사 측면에서 여러모로 기념비적인 게임이다. 수많은 국내외 게임사들이 도전해왔지만, 리니지M는 철옹성 같았다. 이따금 애플 앱스토어에서 ‘소녀전선’이나 ‘V4’에 밀려 2등을 하곤 했지만 금세 1위를 탈환했다.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는 126주가량 왕좌를 유지 중이다.

연내 출시 예정이었던 대형 신작 게임들이 올 하반기부터 몰려나오고 있다. 관련 업계에서는 그중에서도 하반기 모바일 MMORPG ‘빅3’로 ▲카카오게임즈의 ‘달빛조각사’ ▲넥슨의 ‘V4’ ▲엔씨의 ‘리니지2M’ 등을 언급하며, 이 게임들이 리니지M을 꺾을 수 있는지 주목하고 있다.  

일단 달빛조각사(10월 10일 출시)나 V4(11월 7일 출시)는 리니지M을 끌어내리는 것은 실패했다.

넥슨의 V4는 출시 직후 애플 앱스토어에서 매출 1위를 기록해 많은 관심이 쏠리기도 했지만 구글 플레이에서 리니지M을 제치는 것은 실패했다. 

리니지M의 장기 집권은 라이엇 게임즈의 ‘리그 오브 레전드(LoL)’를 연상케한다. 국내 PC방 점유율 부문에서 LoL은 ‘오버워치’나 ‘배틀그라운드’에 잠시 1위 자리를 내줬다가도 금세 탈환하고 장기간 수성을 수없이 반복해 왔다. LoL은 2012년 6월 23일부터 2016년 6월 19일까지 4년에 가까운 204주 동안 점유율 1위를 달성했고, 11월 넷째주 기준으로는 현재 68주째 1위를 유지 중이다. 

리니지M은 기록 면에서도 독보적이다.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의 ‘2019년도 1분기 업종별 모바일 앱 사용량 분석 보고서 - 게임편’에 따르면 리니지M의 월평균 이용자는 31만여명 수준으로 주로 30대 남성이 이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용자 1인당 월 지출금액(ARPMAU)은 국내에서 가장 많은 20만원대로 집계됐다.

3월 기준 이탈률도 타 게임의 절반 수준이었다. 이탈률은 이전 달에 앱을 사용했던 사람이 이번 달에는 사용하지 않는 비율을 뜻한다. 이탈률이 낮은 것은 충성 고객층이 두텁다는 증거다.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3월 기준 게임별 이탈률은 ▲블레이드&소울 레볼루션 41.1% ▲검은사막 모바일 36.4%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33.3% ▲브롤스타즈 31.6% ▲리니지2 레볼루션 29.4% ▲리니지M 19.8%다.

 

사진=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

리니지M의 성공 비결에 대해서는 다양한 분석이 나온다. 먼저 김택진 엔씨 대표 겸 최고창의력책임자(CCO)는 앞서 지난해 5월 리니지M 1주년 기념 간담회에서 “리니지M 라이브 서비스 1년 동안 PC 리니지에서 활성화되지 못했던 시스템이 사랑받는 것을 보며 새로운 기회를 볼 수 있었다”면서 “이 자리를 통해 PC 리니지와 결별한다”고 선언한 바 있다. 그 뒤로 엔씨는 다양한 오리지널 클래스를 추가했다. 반년 정도에 한 번씩 이뤄지는 대규모 업데이트로 추가되는 콘텐츠 양도 방대하다. 일반적인 모바일게임이 출시 당시 선보이는 콘텐츠 정도의 양이 반년에 한 번 정도 추가되는 셈이다.

예컨대 지난 7일 ‘더 샤이닝’ 업데이트로 추가된 신규 클래스 ‘신성검사’는 리니지M의 네 번째 오리지널 클래스다. 무기에 마법을 부여해 적에게 물리·마법피해를 모두 줄 수도 있고, 마법으로 자신을 보호하거나 회복하는 것도 가능하다. 더 샤이닝 업데이트와 함께 신규 서버를 추가하며 진입장벽을 낮추기도 했다.

지난달 29일 판교 엔씨소프트 R&D센터에서 진행된 ‘더 샤이닝 업데이트 설명회’에서 김효수 엔씨소프트 개발실장은 “신규 클래스 등장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리니지 IP가 가지고 있는 혁신적인 정신을 계승하는 것이 리니지M의 신성한 의무라고 생각한다”며 “기존 클래스도 지금까지 보여준 클래스 케어·리부트와는 질적으로 다른 규모의 클래스 케어·리부트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정수 엔씨소프트 사업실장은 같은 날 리니지M의 성공 비결에 관해 “리니지는 리니지만의 독특한 전투 문화와 고유한 커뮤니티 문화를 가지고 있고, 유저들의 감성적인 부분이나 전투를 하면서 이뤄지는 커뮤니케이션이 짜임새 있는 것이 특징”이라며 “많은 사람이 게임을 즐길 때 재미를 느끼는 그 포인트가 리니지M이 방향을 잡고 갈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관련 업계에서는 리니지M을 위협하는 최대 라이벌로 엔씨소프트의 ‘리니지2M’을 꼽는 경우가 많다. 엔씨는 지난해 11월 미디어데이 ‘디렉터스 컷’을 통해 이전에 못했던 시도를 모바일 플랫폼에서 새롭게 하는 게임에는 ‘M’을, 과감한 도전을 하는 게임에는 ‘2’를 붙인다고 밝힌 바 있다. 리니지2M에는 M과 2 둘 다 붙여졌다.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얘기다.

이에 관해 익명을 요청한 한 업계 관계자는 “엔씨는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유저 지표가 경쟁작 출시에 별다른 영향이 없었다고 했는데, 최대의 승리는 자기 자신을 이기는 것이라는 플라톤의 말처럼 엔씨는 엔씨 자신과 경쟁하는 셈”이라면서 “많은 기대를 끌어모으고 있는 리니지2M이 충성고객이 두터운 리니지M을 꺾을 수 있을지는 나와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변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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