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사진=연합뉴스

네이버의 라인과 소프트뱅크의 ‘야후재팬’ 운영사 Z홀딩스 결합으로 월간 이용자수 1억명이 넘는 새로운 IT 공룡이 탄생한다. 포털사이트로서의 역량, 네이버와 네이버의 일본 자회사 라인이 그리는 인공지능(AI) 연구 벨트를 통한 AI 역량, 간편결제 등 금융 쪽 역량 등 아시아 지역에서 구글을 위협할 경쟁자가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네이버는 소프트뱅크와 라인, Z홀딩스의 경영을 통합하는 합의서를 체결했다고 18일 공시했다. 네이버는 라인 주식의 70% 이상을, 소프트뱅크는 Z홀딩스의 주식 40%를 보유한 대주주다. 결합 이후 라인은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50대50 지분을 가진 합작회사(조인트벤처)가 되고, 합작회사는 Z홀딩스를 지배하는 공동최대주주가 된다.

Z홀딩스는 메신저 플랫폼인 ‘라인’과 포털 ‘야후재팬’, 커머스 플랫폼 ‘야후쇼핑’과 ‘조조’, 금융서비스 ‘재팬넷뱅크’ 등을 산하에 두고 일본 및 아시아 최대의 사용자 기반을 확보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양사는 경영통합을 바탕으로 시너지 창출을 통한 미래성장 가능성을 높이며 글로벌 플랫폼 사업자와 경쟁할 수 있는 AI 기반 새로운 기술기업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계획이다.

구글은 전 세계 검색 포털 점유율 90% 이상을 차지하는 거대한 IT 공룡이다. 하지만 소프트뱅크와 손잡은 네이버가 아시아 지역에서는 경쟁할만한 구석이 여럿 있다. 국내에서 구글 점유율이 빠르게 늘고 있지만, 네이버는 여전히 국내 검색 포털 점유율 70%를 웃도는 시장 지배적 사업자다.

또 네이버는 2000년 네이버재팬을 설립하고 일본 시장 진출을 시도했지만, 당시 일본 내 지배적 사업자였던 야후재팬에 막혔던 바 있다. 현재 야후재팬의 검색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22%까지 감소했지만, 구글에 이어 2위를 유지하고 있다.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5000만명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네이버에는 일본·태국·대만 내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메신저 ‘라인’이 있다. 라인은 일본에만 8000만명 이상의 MAU를 확보하고 있다. 해외에도 이용자가 1억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업계에서는 라인과 야후재팬 이용자를 합치면 일본에서만 1억명 이상의 MAU가 확보돼 확실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반면 구글은 메신저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구글은 화상통화 앱 듀오, 통합 메시징 플랫폼 행아웃, 미트, 구글 보이스, 안드로이드 메시지 등 다양한 메신저를 운영해왔지만, 결국 행아웃으로 통합됐다. 행아웃도 2020년 종료되고 2020년 6월 ‘행아웃 챗’과 ‘행아웃 미트’로 전환될 예정이다.

구글은 전 세계 많은 부분에서 지배적인 점유율을 보이지만, AI 분야의 인지도는 독보적이다. 프로바둑기사와 대국에서 승리했던 구글 딥마인드의 바둑 AI ‘알파고’나 프로게이머와 같은 등급까지 자력으로 올라간 스타크래프트2 AI ‘알파스타’ 등이 대표적이다. 네이ㅓㅂ와 소프트뱅크도 AI에 집중 투자한다. 특히 글로벌 AI 기술 네트워크를 위해 매년 현금 100억엔(약 1조700억원) 규모로 AI에 투자할 예정이다. 네이버와 소프트뱅크는 이번 경영통합 이전부터 AI에 심혈을 기울여왔다. 네이버는 국내 개발자 컨퍼런스 ‘DEVIEW 2019’에서 한국·일본·프랑스·베트남 등에서 네이버를 중심으로 기술을 연구하는 네트워크 ‘글로벌 AI 벨트’를 구축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당시 석상옥 네이버랩스 대표는 “장기적으로 이 연구 벨트가 GAFA(구글·아마존·페이스북·애플)를 중심으로 한 미국과 BATH(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화웨이)를 중심으로 한 중국의 엄청난 기술력에 견줄 수 있는 새로운 글로벌 흐름으로 부상할 수 있도록 청사진을 그리고자 한다”고 밝혔다.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 역시 지난 7월 방한해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앞으로 한국이 집중해야 할 것은 첫째도 AI, 둘째도 AI, 셋째도 AI”라고 AI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간편결제, 핀테크 등 금융 분야에서는 네이버-소프트뱅크가 구글보다 한발 앞섰다고 할 수 있다. 네이버는 네이버페이 등을 통해 간편결제 시장에서 활약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2014년 ‘라인페이’ 서비스를 시작하기도 했다. 소프트뱅크는 야후재팬과 지난해 공동출자해 ‘페이페이’를 서비스하고 있는데, 현재 일본 간편결제 시장 1위인 것으로 전해졌다.

인터넷은행 부문에서도 시너지가 기대된다. 라인은 일본·대만 등에서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터넷은행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Z홀딩스 산하의 재팬넷뱅크는 한국에 인터넷전문은행이 생기기 17년 전인 2000년 9월에 설립됐다.

구글은 간편결제 쪽은 1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로이터통신 등 보도에 따르면 구글은 씨티은행, 스탠퍼드대 신용협동조합과 협력해 구글페이에 연동된 개인 당좌 계좌(Checking account)를 출시할 예정이다. 구글페이를 통해 계좌에 돈을 넣어두면 예금보험 혜택도 받을 수 있다.

증권가에서도 리포트를 통해 라인의 경영통합 시너지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동환 삼성증권 연구원은 “포털과 메신저의 이용자 통합과 컨텐츠 공유를 통한 광고 플랫폼의 경쟁력 상승, 경쟁이 심화되는 모바일 페이 및 테크핀 시장에서 경쟁 완화와 시장 지배력 강화가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황승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경쟁 서비스는 합병을 통해 시장지배력을 확대할 수 있고, 다른 서비스는 서로의 빈 부분을 채워줄 수 있다는 점에서 합병 후 생태계는 단순합을 넘어서는 완성된 플랫폼에 가까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경일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경영통합으로 모바일 결제와 e-커머스 사업부문의 시너지가 극대화될 전망”이라며 “현재 페이페이와 라인페이가 일본 모바일 결제 시장을 주도하는 가운데 최근 ZOZO 인수를 통해 야후재팬 e-커머스 사업부문의 총거래액은 2위 사업자인 아마존재팬에 근접하고 있어 향후 라인쇼핑과의 커머스 플랫폼 연계를 통해 성장폭이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파이낸셜투데이 변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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