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임정희 기자

금융업계에 ‘혁신’이 주요 키워드로 부상하면서 ICT산업과 금융산업이 빠르게 융합되고 있다. 핀테크와 테크핀이라는 개념 하에 금융사는 디지털 전환을 선포하고 ICT사는 금융업 진출을 서두르는 모습이다.

국내 최대 포털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는 네이버도 테크핀 사업을 키우기 위해 이달 1일 ‘네이버파이낸셜’ 법인을 출범시켰다. 2015년 간편결제 서비스 ‘네이버페이’로 금융의 문을 두드린 네이버가 네이버페이 사내독립기업(CIC)을 네이버파이낸셜로 분사하며 금융업 진출을 선언한 것이다.

네이버파이낸셜은 내년 초 네이버 통장을 출시하고 그 이후 보험과 증권, 예·적금 관련 상품 및 서비스를 선보일 전망이다. 은행이나 증권 등 금융업 관련 라이선스를 직접 따지 못한 만큼 금융사와 제휴해 관련 상품을 제공할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에서는 네이버의 금융사업을 둘러싸고 제3 인터넷은행 진출 가능성을 점쳐보기도 했다. 하지만 네이버는 국내에선 인터넷은행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으며 간편결제 서비스를 기반으로 금융플랫폼 구축에 나섰다.

그동안 간편결제 시장은 생체인증이나 간편 비밀번호 등으로 결제 과정을 단순화해 이용자 편의성을 제고하며 빠르게 성장했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4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간편결제 이용 건수는 2016년 8억5000만건에서 지난해 23억8000만건으로 훌쩍 증가했다. 결제금액 또한 2016년 26조8808억원에서 지난해 80조1453억원까지 늘어났다. 또한 금융상품 중개, 전체 은행 계좌 조회, 신용정보 조회 등 금융사보다 더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이용자들을 모았다.

그중 네이버페이는 ‘쇼핑플랫폼’을 기반으로 급격히 성장했다. 네이버페이가 네이버의 온라인 가맹점에서 간편한 결제 수단으로 자리 잡으며 이용자들에게 편리한 결제 경험을 제공한 것이다. 덕분에 월 이용자수는 1000만명을 넘겼고 올해 3분기 누적결제액은 4조원을 돌파했다. 이는 지난해 동기보다 45% 증가한 규모다.

이렇듯 간편결제 서비스로 금융 역량을 보여준 네이버가 금융업 진출을 본격화한다는 소식은 금융권에서는 바짝 긴장할만한 소식일 수 있겠다. 특히 결제 과정에서 축적된 방대한 금융 데이터와 네이버의 디지털 기술력은 기존 금융사의 입지를 위협할 만큼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어 디지털 금융을 지향하는 금융사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이종 사업자들의 금융권 진출과 이에 따른 테크핀 경쟁은 더욱 확대되며 금융지각의 변동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또 그 경쟁은 금융산업의 칸막이를 허물고 이용자에게 알맞은 서비스를 얼마나 빠르고 편리하게 제공하느냐로 흐를 것이다.

금융소비자 입장에선 이 같은 변화가 반갑다. 금융사는 물론 금융권 밖의 사업자들의 색다른 금융 도전기가 계속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금융당국도 금융권 안팎의 색다른 시도가 규제에 막히는 일이 없도록 길을 잘 터주기를 바란다.

파이낸셜투데이 임정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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