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GS·대림 등 대형사 참여, 용산 랜드마크 노린 과열경쟁 논란
국토부, 이례적 합동점검…위법사례 적발시 사업 진통 예상
“향후 제도 변수 남았지만 건설사별 공약 ‘공수표’ 그칠 공산 커”

한남3구역 일대 전경. 사진=연합뉴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에 이어 국토교통부의 이례적인 합동점검까지 겹치면서 ‘한남3구역’ 재개발 사업 진통이 예상된다. 입찰에 참여한 주요 건설사들이 이곳 수주를 위해 각종 특화설계 및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한 가운데 정부가 이를 위법하다고 판단할 경우 향후 재개발 일정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15일 업계 등에 따르면 국토부는 서울시, 한국감정원 등과 함께 합동점검반을 꾸리고 지난 4일부터 이날까지 한남3구역 시공사 입찰 선정과정 등에 대한 합동점검을 진행하고 있다. 한남3구역은 총사업비 7조원 중 공사비만 1조8800억원에 이르는 재개발 최대어로 꼽힌다. 동시에 서울 강북권의 새로운 랜드마크를 그릴 수 있다는 상징성도 지닌다. 조합은 다음 달 15일 시공사 선정 총회를 열고 내년 초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낼 계획이다.

현재 입찰에 참여한 현대건설, GS건설, 대림산업 등은 조합에 저마다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며 치열한 수주경쟁을 펼치고 있다. 건설사별 주요 입찰 내용을 살펴보면 현대건설은 ▲이주비 대출 LTV 70% ▲상가 인테리어비용 5000만원 환급 ▲입주 후 분담금 1년 유예 등, GS건설 ▲이주비 대출 LTV 90% ▲분양가상한제 미적용 시 3.3㎡당 일반분양가 7200만원 보장 ▲상가 주변 시세 110% 보장, 대림산업은 ▲이주비 대출 LTV 100% ▲한강 조망권 최대 2566가구 확보 ▲공공임대 0가구 등이다.

정부는 이들 건설사가 제출한 입찰제안서 내용에 위법 소지가 있다고 판단하고 관련 사항을 점검 중이다. 특히 무리한 이주비 비율, 분양가상한제 미적용 시 평당 일반분양가 7200만원 보장 조항, 공공임대 0가구 등이 위법성 논란의 중심에 섰다.

서울은 전 지역이 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로 묶인 탓에 LTV 40% 제한을 받는다. 건설사들은 이주비 비율 관련 무이자 관련 조항을 제안서에 넣거나 구체적인 금리 등을 제시하지 않아 당장 위법으로 판단하기는 무리가 있다는 견해다. 하지만 정부가 수주과열을 잠재우고 정비사업 시장 공정성을 제고하겠다는 의지를 확고히 한 만큼 해당 공약이 지켜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평당 일반분양가 7200만원 보장 조항 역시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GS건설은 ‘분양가상한제 미적용 시’라는 전제를 달았지만 HUG의 규제를 받을 경우 실제 분양가격은 이보다 한참 낮은 4000만~5000만원 수준으로 책정될 거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대림산업이 제시한 공공임대 0가구 단지 조성 공약 역시 국토부와 서울시의 승인을 받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임대주택은 정비사업 추진으로 주거공간을 잃은 서민들을 위해 마련된 제도로 전체 가구수의 15% 이하를 건립, 공공에서 인수해 관리한다. 대림은 해당 임대주택을 자회사인 대림AMC에서 매입, 향후 분양 전환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같은 무리한 공약까지 내세우며 출혈경쟁을 마다하지 않는 것은 정부 규제 등으로 건설사들의 신규 수주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국토부가 엄격하게 합동점검에 나서겠다고 밝히면서 어느 정도 과열된 분위기는 가라앉을 수 있을지 모르나 조합원 표심잡기를 위한 건설사들의 물밑경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부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실제 분양까지 4년 이상 시간이 남은 상황이어서 향후 정책 변화 등에 기대를 걸어보자는 신중론도 오간다. 사업 지연으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조합이 떠안아야 해서 더디더라도 계획대로 사업이 추진되길 바란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건설사들의 과도한 수주경쟁은 향후 공약 불이행으로 시공사와 조합 간 소송전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게다가 정부의 이 같은 합동점검은 한남3구역에서 그치지 않고 정비사업 시장 전반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크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는 “(이번 합동점검은) 정부가 제도를 시행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기보다 수주에 나선 건설사들의 입찰제안 내용이 국민 정서에 맞는지를 점검하는 거라고 본다. 만약 국민이 이를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지도를 통해 개선하고 수주과열을 막겠다는 의미다”라며 “분양가상한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등으로 사업이 지연되면 추가 비용이 발생, 조합원 수익성이 낮아지게 돼 앞으로 정비사업 추진은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건설사에서는 수주권을 따내는 게 우선이니 무리수를 두고 제안하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며 “입찰제안 시 제안한 공약들을 이행하려고 건설사에서는 물론 노력하겠지만 제도적으로 행동 명령을 통해 변경이 불가피할 경우 건설사들의 책임은 없어지는 셈이다. 그럴 경우 건설사와 조합 간 법률적인 분쟁으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파이낸셜투데이 배수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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