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오송금은 무조건 개인 탓?”…피해 구제책 마련은 ‘뒷전’
“착오송금은 무조건 개인 탓?”…피해 구제책 마련은 ‘뒷전’
  • 임정희 기자
  • 승인 2019.11.15 11: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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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금 쉬워지면서 착오송금 발생도 ‘증가’
착오송금 미반환률 ‘50%’ 육박…“수취인 동의 없이 돌려받기 어려워”
착오송금 피해 구제 위한 법안 발의됐지만…“11개월째 계류”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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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및 핀테크 기업의 간편송금 서비스가 활발해지면서 착오송금 사례도 증가하고 있지만 이와 관련된 제도적인 대책 마련은 뒷전이라는 지적이 불거지고 있다. 착오송금 피해 구제와 관련된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간편송금 서비스 활성화로 착오송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현실을 고려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자료=
최근 5년간 연도별 은행 착오송금 반환청구 및 미반환 현황. 자료=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 한 번의 ‘실수’로 찾지 못한 ‘내’ 돈

지난달 1일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착오송금 반환청구 건수는 40만3953건, 액수는 9561억원에 달했다.

연도별 착오송금 반환청구 건수와 액수는 ▲2015년 6만1278건, 1761억원 ▲2016년 8만923건, 1806억원 ▲2017년 9만2749건, 2398억원 ▲2018년 10만6262건, 2392억원으로 나타났다. 착오송금 발생 건수와 액수가 2015년에서 지난해 각각 73.4%, 35.8%씩 증가한 것이다. 착오송금 사례가 꾸준히 증가하는 데에는 간편송금 및 모바일 거래 등이 증가한 것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에는 이미 6월말 기준 반환청구 건수와 액수가 지난해 절반 수준을 뛰어 넘은 6만741건, 1204억원을 돌파했다.

반면 송금자가 돈을 다시 찾아오는 확률은 절반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 최근 5년간의 착오송금 평균 미반환률은 건수 기준 55.1%, 금액 기준 50.0%에 불과했다.

은행은 착오송금이 발생하더라도 수취인의 동의 없이 임의로 돈을 송금자에게 돌려줄 수 없다. 일단 돈이 수취인의 계좌에 입금 완료되면 실수더라도 수취인의 소유가 되기 때문이다. 이에 은행은 수취인에게 연락해 반환 동의를 구한 뒤 송금인에게 돈을 돌려준다.

하지만 수취인이 반환을 거부하거나 혹은 수취인에 연락이 닿지 않는 경우 돈을 돌려받기 위해서는 소송을 진행하는 수밖에 없다. 물론 소송 시 송금자가 승소해 돈을 돌려받을 확률 자체는 높지만, 시간과 비용을 투입해야 하므로 반환을 포기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또한 실수로 송금한 계좌가 압류상태라면 돈을 돌려받기 더욱 어려워진다.

고용진 의원은 “최근 은행의 비대면 거래 확대 등 금융 산업의 구조 변화로 착오송금에 따른 피해 규모가 증가하고 있으며 이는 국민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다”며 “착오송금 구제 대책을 마련해 포용적 금융 측면에서 소액 착오송금자의 소송비용을 경감하고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연합뉴스
금융원회는 지난해 9월 ‘착오송금 현장 간담회’를 개최했다. 사진=연합뉴스

◆ 착오송금 피해 구제 법안 마련 ‘가시밭길’

현재 착오송금 피해를 구제하기 위해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2월 대표발의한 ‘예금자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 상임위에 약 1년째 잠들어 있다. 지난 3월과 8월, 지난달 24일에 정무위 법안소위에 안건으로 상정됐지만 통과되지 못한 채 계류 중이다.

현행 제도에는 민사소송 외 착오송금 피해를 해결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이 없다. 송금 시 송금자가 꼼꼼하게 계좌 및 금액을 확인 하거나 보이스피싱 방지를 위해 도입된 지연이체제도를 활용하는 것 등 착오송금을 사전에 예방하는 방법뿐이다.

이에 금융원회는 지난해 9월 ‘착오송금 현장 간담회’를 개최했다. 간담회에는 최종구 전 금융위원회 위원장과 민병두 의원, 착오송금 피해자, 은행 창구직원, 금융업권별 관계자 등이 참석해 착오송금 피해 구제를 위한 방안을 의논했다.

간담회에서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은 “온라인, 모바일 뱅킹 확산 등 영향으로 매년 착오송금이 증가하고 있으나 송금인에게 반환되지 않는 경우가 절반에 이른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동안 착오송금 문제는 개인의 ‘실수’라는 인식이 있었다. 그러나 착오송금으로 인해 국민들이 겪게 되는 재산상 피해를 생각한다면 단순히 개인의 ‘실수’로 간주할 수만은 없다”고 말했다.

간담회 이후 민병두 의원은 의견 등을 종합해 개정안을 마련했다. 개정안은 예금보험공사의 업무에 착오송금 피해 구제 업무를 추가하며 예보가 착오송금 관련 부당이득반환채권을 매입하고 업무 수행을 위한 자료제출 요구권 관련 규정 등을 신설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예보와 금융위는 부당이득반환채권 매입률을 80%로 염두해 두고 있으며 관련 업무를 수행하는 데 드는 비용을 나머지 20%에서 충당할 계획이다.

예를 들어 A씨가 100만원을 B씨 계좌에 실수로 돈을 입금할 경우, 예보는 A씨로부터 80만원을 주고 100만원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채권을 매입한다. 이후 예보는 소송을 통해 B씨로부터 100만원을 되찾고 소송 등에 투입되는 업무 비용은 나머지 20만원으로 충당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착오송금을 여전히 개인의 과실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보고 해당 법안에 반대하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지난달 24일 열린 법안소위에서 김종석 자유한국당 의원은 “국가가 개입할 이슈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송금을 잘못한 사람도 책임이 있는 것이고 송금을 잘못 받았으면 즉시 반납하는 게 당연한 인간지사다”며 “길 가다가 돈 보따리 떨어뜨렸는데 다른 사람이 집어 가면 그것도 국가가 보상해 줄 것이냐”고 반문했다.

이에 금융위와 예보는 구제 업무를 위해 마련해야 하는 자금에 정부 출연금은 투입하지 않겠다고 설명했다. 다만 예보가 구제 업무를 수행할 시 금융사는 송금거래 안정성을 유지한다는 혜택을 받기 때문에 금융사 출연금과 관련된 내용은 그대로 살린다. 향후 구제 업무 추진으로 손실이 발생할 때에는 부당이득반환채권 매입률을 조정할 방침이다.

송성명 예금보험공사 착오송금 구제 TF 실장은 “이론적으로 보면 손실이 발생하지 않는 구조다”며 “손실이 발생한다면 매입률을 조정해 손실이 발생하지 않는 구조로 운영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임정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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