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1위’ 체면 구긴 삼성물산, 전년比 30% 이상 영업익 뚝
현대건설 3Q 누적영업익 6895억…‘1조클럽’ 재진입 가능성

이영호 삼성물산 건설부문 사장, 삼성물산 건설부문 본사 입구 전경. 사진=삼성물산, 연합뉴스

대내외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건설업계 전반이 실적으로 시름을 앓고 있는 가운데 주요 건설사 CEO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특히 업계 1위를 책임지고 있는 이영호 삼성물산 건설부문 사장은 영업이익이 지난해보다 30%가량 빠지면서 자존심을 구기게 됐다. 반면 이영호 사장과 ‘취임 동기’인 박동욱 현대건설 사장은 굵직한 사업 수주를 통해 시장 위기를 극복하고 올해 ‘1조 클럽’ 재진입을 노리고 있다.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물산 건설부문 3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1420억원으로 전년 동기 2040억원에서 30.4%가량 감소했다. 매출은 2조8460억원으로 같은 기준 2조8240억원 대비 0.8% 소폭 늘었다. 3분기 잠정 누적 매출은 8조9160억원, 영업이익은 404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0.4%, 31% 상당 줄었다.

취임 직후 두드러진 성과를 내며 실적 개선을 이끈 이영호 사장도 체면을 구기게 됐다. 삼성미래전략실 경영진단팀장, 삼성물산 CFO, 건설부문 경영지원실장 등을 지낸 ‘재무통’인 이 사장은 작년 1월 건설부문 수장으로 올랐다. 체질 개선 및 내실 성장에 주력한 결과 지난해 삼성물산 영업이익은 전년 8813억원 대비 25.3% 오른 1조1041억원을 기록 ‘1조클럽’ 가입을 견인한 바 있다.

하지만 올해 들어 이 사장은 좀처럼 기를 펴지 못하는 모양새다. 올해 삼성물산 실적은 계속해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소폭 증가했고 지난해 호실적에 따른 기저효과 등으로 영업이익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박동욱 현대건설 사장, 현대건설 본사 전경. 사진=현대건설, 연합뉴스

증권업계에서는 삼성물산이 올해 목표한 수주액(11조7000억원)을 달성하지 못할 거라는 분석이다. 삼성물산은 3분기 방글라데시 메그나갓 복합발전, 아산 디스플레이 8라인, 평택 반도체 2기 등 1조9350억원 규모 신규 수주를 올리며 누적 수주액 4조3930억원을 확보했으나 연간 목표액의 절반도 채우지 못했다.

김장원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수주잔고를 봤을 때 금년 목표액은 상당히 버거워 보인다”며 “그렇지만 건설사업부는 일회성비용이 발생함에도 전분기 영업이익률을 유지하는 비교적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건설은 올 3분기 연결기준 매출 4조878억원, 영업이익 2392억원을 냈다. 전년 동기(4조4863억원) 대비 매출은 8.9% 줄었으나 영업이익은 같은 기준 2379억원 보다 0.5% 올랐다. 누적 매출액은 12조6473억원으로 전년 동기 12조2645억원 대비 3.1%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같은 기준 6772억원 보다 1.8%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건설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상승한 모습이다.

이 때문에 지난해 실적 부진으로 고전했던 박동욱 현대건설 사장의 역량이 취임 2년 차에 접어들어 뒤늦게 발휘되고 있는 게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박동욱 사장은 이영호 삼성물산 건설부문 사장과 같은 시기인 작년 1월 취임했다. 박 사장 역시 현대건설 재경본부장 전무, 현대건설 재경본부장 부사장 등을 거친 ‘재무통’으로 통한다.

취임 첫해 수주 목표액의 절반을 채우는 데 그쳤던 박동욱 사장은 올해 1조클럽 재진입을 노리고 있다. 굵직한 수주를 통해 안정적인 성과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건설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현대건설은 연간 수주 목표액인 24조1000억원의 74% 달성한 상태다.

현대건설은 올해 사우디 마잔 프로젝트(패키지 6&12), 현대케미칼 중질유 분해 시설, 고속국도 김포-파주 제2공구, 다산 진건지구 지식산업센터 등을 수주했다. 3분기 기준 수주액은 전년 동기 대비 11.6% 증가한 17조8443억원이다. 수주잔고는 지난해 말 대비 9.3% 오른 60조9842억원이다.

조윤호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주택, 플랜트 등에서 3분기에 준공현장이 많아지면서 일시적인 매출 공백기가 발생, 매출액은 예상치를 하회한 반면 해외공사 수익성이 개선되면서 영업이익률은 기대치를 상회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4분기에 수주가 가능한 해외공사 규모가 알려진 것만 해도 87억불 정도에 달해 수주 목표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되며 역성장을 우려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며 “수주목표 달성을 기대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걸설사 중 하나임을 증명했다”고 분석했다.

이영호 삼성물산 건설부문 사장과 박동욱 현대건설 사장은 지난해와 정반대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이들의 임기는 2021년 3월까지다. 실적 부진을 만회하며 연임 가능성을 높인 박동욱 사장과 빛바랜 성과로 체면을 구긴 이영호 사장의 향후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파이낸셜투데이 배수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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