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과 격차 좁혀진 한국 e스포츠, 구조적 한계 직면했나
글로벌과 격차 좁혀진 한국 e스포츠, 구조적 한계 직면했나
  • 변인호 기자
  • 승인 2019.11.11 08: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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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라이엇 게임즈
사진=라이엇 게임즈

최근 세계적으로 실력이 상향 평준화되면서 ‘e스포츠 종주국’ 한국이 각종 e스포츠 종목 ‘왕좌’를 석권하는 것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올해도 한국은 스타크래프트2를 제외하면 ‘리그 오브 레전드(LoL)’, ‘오버워치’ 등의 대회 결승에 오르지 못했다. 이에 관해 일각에서는 기형적 구조에서 비롯된 양극화 등의 문제로 한국 e스포츠와 글로벌의 격차가 좁혀지는 것을 넘어 오히려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격차가 좁혀지고 있다(Gap is Closing)”는 최근 몇 년 동안 한국 e스포츠가 겪고 있는 일을 한 문장으로 요약한 말이다. 글로벌 인기 e스포츠 종목인 LoL의 글로벌 대회 ‘LoL 월드 챔피언십(이하 롤드컵)’에서 한국 리그(LCK) 소속으로 출전한 팀들이 모두 탈락했다. 그리핀과 담원 게이밍은 4강전 문턱을 넘지 못했고, SK텔레콤 T1은 4강전에서 만난 G2 e스포츠의 변화무쌍한 전술에 무너졌다. 한국은 2012년 LoL이 국내에서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치러진 롤드컵에서 2017년까지 단 한 번도 우승을 다른 나라에 내준 적 없는 전통 강호다.

지난해 롤드컵은 LCK 대표로 출전한 세 팀이 그룹 스테이지, 16강, 8강에서 연달아 탈락하며 역대 최악의 성과를 냈다. 올해는 롤드컵 최다 우승팀이자 국제대회와 다전제에서 강력한 모습을 자주 보인 SK텔레콤 T1, 세미프로리그 ‘챌린저스 코리아’에서 LCK로 진출해 기존 LCK팀들을 꺾고 롤드컵에 진출한 그리핀과 담원 게이밍이 출전해 많은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격차는 이미 좁혀진 지 오래였다. SK텔레콤 T1과 G2의 4강전 경기에서는 T1의 실수도 있었고, 불리한 상황을 적절한 전술로 타개하는 G2의 운영이 돋보였다.

첫 회부터 매년 한국 대표팀이 우승컵을 들어 올렸던 오버워치 월드컵에서도 이변이 생겼다. 4회 연속 오버워치 월드컵 제패를 위해 출전한 한국 대표팀은 4강전에서 홈 팀인 미국을 만나 1대 3으로 패배했다. 그나마 핀란드의 ‘세랄’ 요나 소탈라에게 내줬던 스타크래프트2 왕좌를 ‘다크’ 박령우가 되찾아 온 점이 희소식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한국과 글로벌의 격차가 줄어드는 점에 관해 다양한 분석이 나온다. 한국이 인터넷 보급과 PC방 등 인프라 면에서 앞섰던 부분을 다른 나라에서 상당히 따라왔다는 분석도 있고, 대기업과 특정 종목, 특정 게임단에 집중된 한국 e스포츠의 기형적 구조가 양극화를 불러와 전체적인 인재풀이 감소했기 때문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특히 한국 e스포츠의 기형적 구조가 야기한 양극화가 승부조작·대리게임 등의 문제로 이어진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 1월 발표한 ‘2018 이스포츠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의 e스포츠 리그 LCK 소속 1군 선수들의 지난해 평균 연봉은 2억7558만원이다. 이마저도 소수의 고액 연봉자가 평균치를 높인 것이다. LCK 1군 선수들은 연 2000만원 이상 5000만원 미만이 37.2%로 가장 높았지만, 1억원 이상 고액 연봉자도 37.3% 비중을 차지해 편차가 상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아마추어의 경우에는 사실상 수입(대회 상금 등)이 전무한 수준이었다. 2016, 2017년 LoL 3부 리그 이상 대회 출전 경험이 있는 아마추어 선수 5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개인 수입 전혀 없음이 58.9%, 연 200만원 미만이 85.7%로 조사됐다.

한국 e스포츠를 크게 위축시킨 것으로 꼽히는 ‘승부조작’ 문제나 금전을 목적으로 타인의 랭크, 게임 성과 등을 대신 얻어주는 ‘대리게임’도 e스포츠 양극화 문제의 단편적인 모습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단순히 돈을 쉽게 벌고자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선수 생활로 생계유지가 얼마나 곤란하면 승부조작이나 대리게임에 눈을 돌리겠냐는 것이다.

이에 관해 정치권에서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간사인 이동섭 바른미래당 의원은 지난해 7월 ‘후반기 국회 게임 및 e스포츠 활동계획’을 통해 ‘e스포츠 인큐베이터 시스템’ 구축을 목표로 내세웠다. e스포츠 인큐베이터는 일반 산업 분야에서 스타트업·중소기업을 육성하기 위한 지원책과 유사하지만, 지원 대상이 e스포츠 기업이다. 선수들이 연습할 수 있는 기본적인 연습 공간과 원활한 인터넷 환경, 숙식, 팀 간 연습경기(스크림) 환경을 제공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많은 예산을 들이지 않고도 중소 게임단 활성화를 통해 한국 e스포츠의 토양을 튼튼하게 한다는 계획이다.

이동섭 의원은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가장 e스포츠 문화가 발달했으며 우수한 선수들도 많지만, 일부 인기 게임의 대형 구단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e스포츠 구단과 선수들이 좋은 환경에서 제대로 연습도, 합숙도 못 하고 있다”며 “아마추어 없이는 프로도 없는데 아마추어를 위한 지원책도 없다 보니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래도 마냥 비관적으로만 볼 상황은 아니다. 글로벌과 실력 차가 줄어든 만큼 경기는 더 치열해졌고, 예측하기 어려워졌다. 아울러 정부도 e스포츠 생태계 조성을 위해 나설 것으로 전해졌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동섭 의원이 추진하고 있는 e스포츠 인큐베이터 시스템 도입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2020년 예산은 이미 책정돼 도입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2020년에는 21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있어 선거가 끝난 뒤에야 가시적인 움직임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파이낸셜투데이 변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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