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최근 구글이 웨어러블 기기 제조업체 핏비트를 인수하며 웨어러블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전망이다. 웨어러블은 4차 산업혁명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고 나오는 사물인터넷(IoT)의 대표적인 산업이다. IoT가 활성화될수록 실적과 직결되는 충성고객 확보가 힘들어 IoT가 보편화되기 전 시장 선점을 위해 전면전을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 구글 ‘스마트워치’ 나올까

핏비트에 따르면 1일(현지시간)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이 현금으로 주당 7.35달러에 핏비트를 인수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구글이 인수하는 핏비트의 총 지분가치는 약 21억달러(한화 약 2조4500억원)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유튜브 등 소프트웨어 부문의 손꼽히는 글로벌 강자인 구글은 유독 스마트워치 등 웨어러블 분야에서는 힘을 쓰지 못하고 있었다.

프리미엄 스마트워치에서는 애플의 애플워치나 삼성의 갤럭시워치, 화웨이 화웨이워치에도 밀리고, 중저가형 스마트밴드에서는 핏빛, 샤오미 미밴드나 화웨이 밴드가 자리 잡은 상황이다. 구글의 웨어OS도 사용률이 감소하는 추세다. 삼성전자는 갤럭시워치에 자체 개발한 타이젠 OS를 탑재했고, 화웨이는 미·중 무역전쟁 여파로 안드로이드 OS 사용이 힘들어져 OS를 개발하고 있다.

앞서 구글은 올해 초 패션 브랜드 파슬의 스마트워치 기술 지식재산권을 약 4000만달러(한화 약 460억원)에 인수하기도 했다. CNBC 등 당시 외신 보도에 따르면 파슬의 스마트워치 연구 개발팀 일부 직원은 구글에 합류할 것으로 알려졌다. 파슬은 2015년 웨어러블 업체 미스핏을 2억6000만달러(약 2900억원)에 인수해 구글 웨어OS를 탑재한 스마트워치를 출시한 바 있다.

◆ IoT 생태계의 첨병 ‘웨어러블’

아직 IoT는 스마트폰처럼 활성화·보편화된 단계는 아니다. 그래서 더욱 ‘사물인터넷’이라는 말이 추상적으로 느껴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마냥 먼 미래의 이야기도 아니다. IoT는 크게 ▲디바이스 ▲네트워크 ▲클라우드 컴퓨팅 ▲빅데이터 분석 등으로 구성된다. 웨어러블은 디바이스 측면에서 안경, 시계, 의복처럼 착용할 수 있는 형태의 착용 컴퓨터를 뜻하는데, 최근에는 의미가 확장되며 다양한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IoT와 관련된 콘텐츠를 보면 ‘생태계’라는 말을 자주 접할 수 있다. 생태계라는 말에는 많은 뜻이 함축되어 있다. 플랫폼 역할을 하는 IoT 생태계 안에서 일상에서 자주 접하게 되는 스마트폰, 웨어러블 기기, 인공지능(AI) 스피커는 IoT 생태계의 첨병 역할을 한다. IoT가 갖춰진 집이라면 이 기기들을 중심으로 ‘스마트홈’이 구성된다. 집이라는 개념에서 확장하면 스마트오피스나 스마트빌딩이 된다.

삼성전자는 지난 8월 갤럭시 노트10 언팩 행사를 진행하면서 노트10이 갤럭시 생태계 중심이 되는 기기라고 밝힌 바 있다. 노트10에는 삼성페이, 삼성헬스, 삼성녹스, AI 플랫폼 빅스비뿐 아니라 블록체인 암호화폐 지갑도 탑재됐다. 또 삼성전자는 갤럭시워치, 갤럭시 탭S6 등 자사 제품간 연결성을 강화하는 것을 넘어 노트10과 윈도우10 기반 PC의 연결성 강화를 위해 마이크로소프트와도 손을 잡았다. 노트10이 ‘삼성 갤럭시 생태계’의 첨병인 셈이다.

◆ 생태계 구축은 곧 충성고객 확보로

삼성의 갤럭시 스마트폰을 쓰며 갤럭시워치, 갤럭시버즈, 갤럭시탭을 사용하는 것, 애플의 아이폰을 쓰며 애플워치, 에어팟, 아이패드를 사용하는 것처럼 생태계가 한번 구축돼 신뢰도가 쌓이면, 해당 제품에 대한 충성도도 오르기 마련이다. 애플은 이미 폐쇄적 OS인 iOS를 기반으로 클라우드 시스템 ‘아이클라우드’ 도입 등을 통해 애플 생태계를 구축했다. 삼성전자의 갤럭시 생태계가 윈도우10 기반 PC와의 연동에서 한발 더 나아가 삼성전자의 다른 스마트 가전제품으로 확장될 가능성도 충분하다.

보통 생태계가 한번 구축된 뒤 사용자가 생태계에 적응하게 되면 제품에 하자가 있는 등 특별한 이유가 아니라면 계속 사용하게 된다. 기업들이 IoT에 신경 쓸 수밖에 없는 이유다. 미리 고객을 확보하면 더 많은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다.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개인화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면 고객의 신뢰도·충성도를 높이는 것이다. 구독형 서비스가 늘어나는 현재 추세에 충성고객 확보는 수익과 직결되는 중요한 요소다.

한편, 웨어러블 분야 중에서도 특히 스마트워치와 스마트의류 시장이 급성장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글로벌 IT 자문회사 가트너가 지난달 31일 발표한 ‘2020년 웨어러블 디바이스에 대한 소비자 지출 전망’에 따르면 2020년 소비자들은 웨어러블 기기에 총 520억달러(약 60조5000억원)을 사용할 전망이다. 올해 최종 지출 예상액인 410억달러(약 47조7000억원)보다 27% 더 많은 금액이다. 가트너는 2020년 스마트워치와 스마트의류 지출액이 각각 34%, 52%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파이낸셜투데이 변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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