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개 단지 중 13곳서 시공권 확보, 수주 실적 1위
30가구 이상 신규 분양시 분양가상한제 적용 대상
“정비사업 대비 수익성 낮아 조합 간 이견 걸림돌”

인천 연수구에 위치한 포스코건설 송도사옥 전경. 사진=포스코건설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대책으로 건설사들이 정비사업 추진에 난항을 겪는 가운데 포스코건설이 ‘리모델링’ 틈새시장을 공략해 탄탄한 수주 실적을 쌓고 있다. 타 건설사들이 재건축·재개발 수주에 집중하는 사이 포스코건설은 자사의 기술력 및 브랜드 인지도 등을 앞세워 시장에서 우위를 선점했다는 평가다.

다만 업계에서는 리모델링 역시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받는데다 여전히 재건축·재개발보다 수익성이 낮아 안정적인 일감확보 창구로 활용되기는 어렵다는 판단이다.

7일 업계 등에 따르면 서울·경기 등 수도권에서 리모델링을 추진 중인 사업장은 33개 단지(2만810가구)다. 이 중 조합 설립에 이른 단지는 26곳(1만4330가구) 정도다. 포스코건설의 수주누계액은 1조1000억원 상당이다. 규모로는 1조5500억원가량 수주한 현대건설 다음이다.

포스코건설의 약진은 그간 수익성이 낮아 건설사들이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던 리모델링 사업을 선제적으로 공략했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시행 등으로 주요 건설사가 남은 정비사업 수주에 열을 올리는 사이 포스코건설은 입지가 좋은 리모델링 사업에 집중했다.

그 결과 잠원 훼미리아파트(준공 후 331가구), 개포 대청(902가구), 개포 우성9차(232가구), 이촌동 현대(750가구), 둔촌 현대1차(572가구), 송파 성지(342가구) 등을 포함, 13개 단지(컨소시엄 1곳)에서 리모델링 수주권을 획득했다. 이를 통해 포스코건설은 그간 해당 사업에서 두각을 나타냈던 쌍용건설을 제치고 수주 실적 1위에 올랐다. 쌍용건설은 올해 수도권 등지 6개 단지 리모델링 수주에 나서면서 2위로 밀려났다.

여기에 공사비 2600억원 규모 송파구 문정시영 리모델링 사업에서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 수의계약에 나설 전망이다. 용인 수지 초입마을아파트 리모델링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문제는 안정적인 일감 확보다. 재건축·재개발 대안으로 떠오른 리모델링은 수직증축을 허용하고 기존 가구 수의 15%까지 일반분양을 할 수 있도록 관련법을 개정, 시장 활성화를 기대했던 사업이다. 재건축보다 안전진단 통과 기준이 까다롭지 않고 준공 연한이 15년 이상이면 사업 추진이 가능하다. 공사 기간도 짧다.

하지만 국토교통부가 30가구 이상 일반분양하는 리모델링 사업장에도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하겠다고 밝히면서 사업에 제동이 걸리게 됐다. 건설사들이 일감확보를 위해 리모델링 시장을 넘볼 수는 있지만 상한제라는 걸림돌이 있어 실질적으로 시장 규모가 커지기는 힘들다는 얘기다.

게다가 정비사업 조합에서 아직까지는 리모델링보다 재건축·재개발 등을 더 선호하는 것도 발목이다. 일반분양분이 거의 없는 탓에 수익성이 낮다는 단점도 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포스코건설 같은 대형 건설사가 리모델링 등 소규모 정비사업까지 넘보는 이유는 주요 재건축·재개발 추진이 불투명해지면서 건설업계가 그만큼 일감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라며 “리모델링은 조합 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는데 정부 규제에 발목을 붙잡히게 되면 추진 의지가 꺾일 수밖에 없다. 수도권에서 정비사업이 활발하게 이뤄지지 않으면 주택시장에서 우려하는 공급 위축은 더 빠르게 나타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파이낸셜투데이 배수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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