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뱅킹 개막, 10개 은행부터 도입
타행 계좌 등록 과정 불편, 예·적금 계좌 조회 오류도 발생
“고객 이탈 막아라”…마케팅 치열

사진=각사 어플리케이션 갈무리

은행의 모바일 서비스에 대한 고객 편의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감 속에 오픈뱅킹이 시범서비스에 돌입했다. 하지만 막상 도입된 이후 미비점들이 지적되는 등 잡음이 새어나오고 있다.

오픈뱅킹은 지난달 30일 10개의 은행(신한, KB국민, 우리, KEB하나, IBK기업, NH농협, BNK부산, BNK경남, 전북, 제주)에 시범적으로 도입됐다. 나머지 8개 은행(KDB산업, SC제일, 한국씨티, Sh수협, DGB대구, 광주, 케이, 카카오)은 서비스가 마련되는 대로 순차적으로 오픈뱅킹을 도입하고 다음달 18일에는 보안점검을 마친 핀테크 업체들도 오픈뱅킹을 활용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오픈뱅킹은 어느 은행 앱에서든 타행 계좌 조회 및 이체·송금 서비스를 지원한다는 점에서 도입 전부터 큰 주목을 받았다. 

이를 반영하듯이 오픈뱅킹 가입자수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 금융위에 따르면 지난달 30일부터 지난 5일까지, 오픈뱅킹이 실시된 지 약 일주일 동안 102만명이 서비스에 가입했고 183만 계좌가 등록됐다. 또한 오픈뱅킹 서비스 이용 건수는 총 1215만건, 일 평균으로는 174만건에 달했다.

하지만 “하나의 은행 앱만 사용하면 된다”는 각 은행들의 설명과는 달리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타행 계좌 등록 방식이 불편하다는 것과 은행에 따라 예·적금 계좌 조회가 되지 않는다는 비판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은행들이 예·적금 계좌 제공에 대한 공개를 꺼리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기도 했다.

오픈뱅킹 서비스를 이용해 봤다는 한 고객은 “국민은행에서 오픈뱅킹을 이용해봤다. 신한은행이랑 우리은행 계좌는 공인인증서 로그인으로 자동 입력이 됐는데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 계좌는 직접 등록해야 했다”며 “그리고 송금할 때, 각자 은행 앱에 저장돼있던 ‘자주 쓰는 계좌’에 대한 정보는 오픈뱅킹에 자동으로 등록되지 않아 이를 일일이 저장해야 하는 것이 너무 귀찮았다”고 밝혔다.

또 다른 고객은 “우리은행 앱에 신한은행 입출금 계좌와 예·적금 계좌를 등록하려고 했는데 등록이 안되더라”며 “솔직히 오픈뱅킹에 대해 은행 앱 하나만 써도 된다고 홍보하고 있지만 제공되는 서비스가 제한적이고 오류도 발생하다 보니 하나만 쓸 수는 없을 것 같다”고 지적했다.

금융위는 일부 은행에서 예·적금 조회가 되지 않는 것에 대해 계좌등록절차 및 방식이 은행별로 다르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라며 은행들이 예·적금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도 “예·적금 공유는 강제적인 사항은 아니고 합의사항이다. 현재 신한은행은 예·적금 정보를 모두 공유하고 있다”며 “이런 오류 사항은 향후 어카운트인포 서비스와 연계되면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금융결제원과 은행권은 이달 중 본인 명의 계좌 정보를 일괄 조회할 수 있는 ‘어카운트인포’ 서비스 연계를 추진하고 있다. 시범실시 은행 중 6개 은행은 오는 11일 연계하며 기업은행과 부산은행, 경남은행, 제주은행 등은 순차적으로 적용할 방침이다. 어카운트인포 서비스가 연계되면 타행 계좌 등록의 번거로움과 예·적금 계좌 조회 오류 등의 문제가 개선될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고객들의 불만은 여기서 그치치 않는다. ‘타행→타행’ 간의 이체 서비스가 제한된 경우가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하나은행과 우리은행 앱에서는 현재 안전성을 이유로 타행 간의 이체 서비스를 지원하지 않고 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타행 간 이체는 현재 안전성에 초점을 맞춰 지원하지 않았다”고 밝혔으며 우리은행 관계자는 “아직 자금세탁방지나 이상금융거래탐지시스템 등과 관련한 해결책을 명확하게 하지 못해 안전성을 고려해 타행 간 이체 서비스를 실시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들 은행은 오픈뱅킹이 전면 도입되는 다음달 18일 전에는 타행 간 이체 서비스를 지원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아직 등록하지 않은 타행 계좌가 이미 등록된 계좌라고 안내되거나 A은행 계좌가 B은행 앱에는 등록이 되고 C은행 앱에는 등록되지 않는 등의 오류도 발견됐다.

은행권 관계자는 “아직 오픈뱅킹이 도입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앞으로 좀 더 지켜보는 게 좋을 것 같다”며 “앞으로 여러 콘텐츠를 개발하고 문제점들을 보완하다 보면 오픈뱅킹의 편의성도 높아질 것이다”고 말했다.

한편, 은행권에서는 오픈뱅킹이 도입되자마자 마케팅 경쟁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는 모양새다. 이는 향후 오픈뱅킹 서비스가 고도화돼 은행 앱 하나만으로도 타행 업무를 원활히 볼 수 있다면, 고객들이 단 하나의 앱만을 선택해 사용할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신한은행은 최대 500만원까지 랜덤 캐시백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고 국민은행은 추첨을 통해 최고 100만원, 삼성 갤럭시폴드 등을 경품으로 제공하는 이벤트를 실시 중이다. 하나은행은 오픈뱅킹 고객 중 추첨을 통해 하나머니를 지급하며 우리은행도 추첨을 통해 다이슨 드라이기, 에어팟, 백화점 상품권 등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오픈뱅킹 서비스 도입에 맞춰 여러 서비스들을 추가적으로 선보였다. 때문에 은행들이 자사 앱을 고객들이 편리하게 사용해보셨으면 하는 입장에서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는 것 같다”며 “고객들이 여러 은행 앱을 사용해보고 결국에는 쓰기 편한 앱을 선택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밝혔다.

파이낸셜투데이 임정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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