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헌의 보험이야기] 종신보험은 연금도 저축도 아니다
[오세헌의 보험이야기] 종신보험은 연금도 저축도 아니다
  • 파이낸셜투데이
  • 승인 2019.11.06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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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세헌 금융소비자원 국장.
                   오세헌 금융소비자원 국장.

종신보험(終身保險)은 마칠 종(終), 몸 신(身)의 의미이므로 죽을 때까지 사망을 보장 받는 보험이다. 생명보험의 본질에 가장 부합되는 보험으로 주로 40대 이후의 가장이 사고나 질병으로 사망할 경우 유가족의 생활 보장을 목적으로 가입하는 보장성 보험이다. 그래서 선진국에서는 오래 전부터 소비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보험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종신보험이 사망 보장이 아닌 연금이나 저축보험으로 판매되고 있어 가입자들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가입 목적과 다른 종신보험을 가입해서 벌어지는 일이다. 연금을 받으려면 연금보험을, 저축 목적이면 저축보험을 가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종신보험은 생명보험 상품 중 민원이 가장 많은 상품으로 알려져 있고, 금융감독원이 발표(2019.4.30)한 ‘2018년 금융민원 동향’에서도 지난해 생보 상품 중 종신보험 민원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소비자원에도 종신보험 가입자들의 피해 상담이 계속되고 있다.

생보사들이 종신보험을 연금, 저축으로 변칙 판매하는 이유는 돈벌이 때문인데, 주로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비롯된다.

첫째, 종신보험을 연금이나 저축으로 판매해야 소비자들이 가입하기 때문이다.

사망보험으로 판매하면 소비자들이 기피하므로 연금전환특약을 부가해서 ‘보장도 받고 연금도 받는다’고 포장해서 판매하고 소비자들도 이 말에 솔깃해서 청약서에 서둘러 사인하는 것이다.

둘째, 종신보험이 사업비(보험사 경비) 확보에 가장 유리한 보험이기 때문이다.

종신보험은 생보 상품 중 사업비가 가장 많다. 상품마다 차이가 있지만 보험료의 25~30%(최대 35%)에 달한다. 보험료의 10~12%에 불과한 연금보험 사업비의 3배 수준이다. 연금보험 대신 종신보험을 파는 이유다.

셋째, 2022년 도입 예정인 IFRS17에 따라 보장성보험 판매를 확대하고 저축성보험을 축소해야 하는 상황이므로 보장성보험인 종신보험이 생보사에게 최적의 보험이기 때문이다.

넷째, 종신보험이 실적 경쟁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사망보험금 1억원의 보험료가 월 25만원에서 30만원의 고가이므로 실적 달성에 유리하다. 사망을 종신 보장하고 사업비가 높게 포함되어 있으므로 보험료가 매우 비싸다.

이처럼 종신보험이 생보사들에게 최고의, 최적의 상품이지만, 반대로 소비자들에게는 오히려 최악의 불리한 상품이고 아찔한 보험이다. 종신보험을 섣불리 가입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다.

첫째, 종신보험은 총 납입보험료가 매우 비싸다.

1억원 사망보장의 총 납입보험료는 무려 7200만원(40세 남자 : 월30만원×12회×20년)이므로 고급 수입자동차 값과 맞먹는 큰 금액이다. 언제 받을지도 모르는 사망보험금을 위하여 비싼 보험료를 하염없이 내야 한다.

그런데 생보사들은 총보험료를 절대로 말해 주지 않는다. 보험료가 고액인 것을 알면 가입을 기피할 것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월 보험료 25만~30만원을 하루 1만원 또는 커피 한잔 값이라고 애써 설명하여 많은 소비자들이 가입하고 있다.

둘째, 종신보험은 보험료가 비싸 유지율이 저조하고, 그 결과 사망보험금, 연금을 받기 어렵다.

종신보험은 기대와 달리 가입 후 5년 후 유지율이 50%, 10년 유지율이 36%(2017년 기준)에 불과하다. 10년 지나면 이미 64%가 해지하여 이미 원금 손실의 피해를 보았다. 20년, 30년 후 유지율은 바닥 수준일 것이므로 종신보험의 ‘종신’이란 말이 부끄럽고 무색하다.

생보사들은 종신보험의 장기유지율을 발표한 적이 없다. 그들의 치부가 드러나 망신 당하고 영업에 치명타 입을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이 유지율을 사실대로 알게 되면 보험사들이 제시한 장밋빛 청사진이 허구로 판명되어 가입자들이 보험 가입을 기피하고 그 결과 영업에 타격이 클 것이기 때문이다.

생보사들은 종신보험을 대량으로 판매해서 사업비만 먹고 버리므로 장래의 보험금 지급에 대해서 큰 부담이 없다. 때가 되면 가입자들이 스스로 탈락할 것이라는 사실을 경험적으로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 금융위도 소비자 권익 보호를 외쳐 왔지만, 유지율에 대하여 말이 없고 유지율 관리에 나섰다는 얘기도 없다.

셋째, 종신보험은 사망 보장보험이므로 당초부터 연금 목적으로 가입하는 보험이 아니다.

설령, 적립금을 연금으로 전환해서 받더라도 연금액이 연금보험의 76%에 불과하다. 남자 40세, 20년간 매월 26만원을 납입하고 연금을 수령하는 경우 연금보험은 매년 344만원을 받지만, 종신보험은 60세에 연금 전환 시 매년 263만원을 수령한다.(금융위 보도자료 ‘불합리한 보험사업비 및 모집수수료 개편 방안’(2019.8.2) 참조) 생보사가 사업비로 더 떼 간 만큼 연금액이 적어지는 것이다.

소비자들이 종신보험 가입 시 이 사실을 명확히 알았다면 아무도 종신보험에 가입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처럼 사업비는 보험 가입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인인데, 보험 가입 시 설명대상이 아니라며 어떤 생보사나 보험설계사도 사업비 부가 내용을 소비자들에게 알려 주지 않는다. 그 대신 보험가격지수를 협회 홈페이지에 공시해 놓았으니 알아서 참조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소비자들이 보험가격지수를 검색하여 비교하는 경우가 드물고 설령 검색하여 비교하더라도 용어가 어려워 이해하기 어렵다. 그러므로 이를 모르고 종신보험을 섣불리 가입하면 비싼 보험료로 보험사 먹여 살리기에 일조하다가 중도 해지해서 손해를 보고 스스로 탈락하는 것이다.

넷째, 일부 불량 대리점(GA)과 설계사들이 돈벌이를 위해 종신보험을 저축이라고 변칙 판매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종신보험을 은행 적금보다 유리하다며 판매하고, 단기 목돈마련이 필요한 사회초년생, 독신자(싱글족), 부녀자들에게 적금이라고 속여 바가지를 씌우기도 한다. 종신보험은 장기 상품이므로 가입 후 원금을 회복하려면 통상 20년 이상 경과되어야 한다. 가입 후 필요한 시기에 해약해서 목돈으로 수령하면 된다는 말은 당초부터 거짓이다.

다섯째, 일부 생보사들은 2016년 7월부터 보험료가 저렴한 저해지·무해지 종신보험을 출시하여 경쟁하듯 실적 올리기에 나섰다.

저해지형은 보험료가 10~20% 저렴한 대신 납입기간 중 해지하면 해지환급금이 30~70%로 적고, 무해지형은 보험료가 30% 정도 저렴하지만 납입기간 중 해지환급금이 한 푼도 없다. 그런데 현장에서 일부 보험설계사들이 보험료가 저렴하다는 것만 반복 설명할 뿐 해지환급금이 적거나 없는 사실을 명확히 알려주지 않는다. 그러면서 “무해지 종신보험의 10년 환급률은 115%, 20년 환급률은 135%”라며 은행 적금보다 유리하다고 현혹하는데 실현가능성이 적다. 보험료 납입기간이 완료될 때까지 계약을 유지하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이다.

이처럼 생보사들이 종신보험을 연금이나 저축으로 판매하는 것은 소비자들의 무지를 악용해서 사업비를 편취하는 것이므로 잘못된 것이다. 사업비를 더 벌기 위해서 종신보험을 연금이나 저축으로 포장해서 소비자를 우롱, 기만하는 것이다. 설계사들에게 저축(연금)으로 변칙 판매하도록 교육하고 유도한 양심 불량의 보험사(GA)들이 잘못됐다고 본다.

또한 보험사를 관리, 감독하는 금감원, 금융위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보험사들의 변칙 판매로 수많은 가입자들이 골탕 먹고 있는데 강 건너 불구경 하다가 뒤늦게 대책을 발표(2016.10. 11)했지만 맹탕이었다. ▶ 종신보험 안내장에 ‘저축(연금) 목적에 적합하지 않다’는 안내문구 추가 ▶ 종신보험과 연금보험 장단점 및 연금수령액 비교 안내 ▶ 불완전판매 소지 높은 보험안내자료 집중 점검 및 시정하겠다는 것이다. 판매 중지나 연금 명칭 사용 중지는 어디에도 없었다.

그 후 금감원은 생보사들에 대한 실효성 있는 조치 없이 금융꿀팁과 소비자경보를 발령해서 소비자들에게만 주의를 당부하고 있으니 황당하다. 마치 도둑이 횡행하여 주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면 경찰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도둑을 잡는 일이지 주민들에게만 문단속 잘하라고 외칠 일이 아닌 것과 같다.

금융위도 마찬가지다. 금감원이 종신보험 변칙 판매를 중지(2014년 7월)시켰는데, 불과 반 년만 에 이를 뒤집어 동일 상품을 이름만 바꿔 ‘사망보험금 선지급형 종신보험’ 판매를 허용했기 때문 이다. 보험상품의 변칙 판매를 앞장서서 막았어야 할 금융위가 변칙 판매를 앞장선 꼴이 됐다.

소비자도 일말의 책임이 있다. 종신보험의 변칙 판매로 많은 가입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기사가 그동안 수 없이 보도되었는데, 지금도 많은 소비자들이 보험사(보험설계사)의 미사여구에 현혹되어 보장성보험인 종신보험을 저축(연금)으로 잘못 알고 겁도 없이 가입하기 때문이다.

지인인 설계사에게 모든 것을 내 맡겨 “알아서 해 달라”고 해서 묻지 마로 가입해서 손해를 자초하므로 보험사와 보험설계사만 탓할 수 없다. 보험 가입의 최종 의사결정은 소비자의 몫이고 상품내용을 제대로 알고 청약서에 사인하는 것도 소비자이기 때문이다.

보험을 모르고 섣불리 가입하면 실패할 확률은 100%다. 가입 목적에 적합한 보험을 골라서 가입해야 한다. 사망 보장이면 종신보험을, 노후 연금이 목적이면 연금보험을 가입해야 한다. 사망 보장을 위해 종신보험을 가입하더라도 사업비가 적은 보험(보험가격지수가 낮은 보험)을 선택, 가입해야 한다. 그래야 보험료를 절약하고 바가지를 쓰지 않는다.

종신보험을 만기까지 유지할 수 있다면 무해지·저해지 종신보험도 괜찮다. 저렴한 보험료로 동일한 보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도에 해지할 보험이라면 당초부터 가입하지 않는 것이 상책이다. 보험은 가입 보다 유지가 더 어렵다. 욕심 부리지 말고 소득에 맞는 보험료 납입기간과 적정 수준의 보험료로 가입해야 유지할 수 있다. 또한 보험을 일단 가입했으면 끝까지 유지해서 보험금을 받아야 한다. 그래야 현명한 소비자다.

선진국들이 종신보험을 저축, 연금으로 판매한다는 말을 필자는 들어 본 적이 없다. 생보사들이 돈벌이를 위해 종신보험을 변칙 판매하는 일은 소비자 이익에 반한 것이므로 더 이상 용납돼서는 안 된다. 돈벌이를 위해 종신보험을 모독하지 말아야 하고 사망 보장으로 판매해야 한다.

생보사들의 종신보험의 변칙 판매를 이대로 방치할 경우 자칫 ‘제2의 DLF사태’가 될 수 있다.

종신보험은 생보사의 주력상품이고 가입자가 많은 만큼 피해자와 피해금액이 클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금감원, 금융위는 입으로만 소비자 보호를 외칠 것이 아니라 지금이라도 보험사들에게 종신보험을 저축(연금)으로 포장해서 판매하지 못하도록 강력 조치해야 한다. 종신보험의 사업방법서에서 연금전환특약을 삭제하도록 지시하면 단박에 해결된다. 금감원, 금융위가 진정 소비자 보호 의지와 역량이 있다면 망설일 이유가 없다.

오세헌 금융소비자원 국장

파이낸셜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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