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변인호 기자

최근 게임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국회의원들 이름이 많이 회자 되고 있다. 한국e스포츠협회장을 맡아 ‘친(親) 게임’ 행보를 보였던 전병헌 전 정무수석이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유죄를 받았던 이후로 국회의원들의 이름이 가장 많이 회자 되는 때가 아닌가 싶다.

특히 현재 리그 오브 레전드(LoL) 국제 대회 ‘LoL 월드챔피언십’ 개최 직전에 국내 LoL 프로게임단 그리핀 소속 ‘카나비’ 서진혁 선수가 중국 프로게임단 징동게이밍(JDG)와 노예계약을 했다는 논란이 불거지며 이목이 대거 쏠려있는 상태다. 이에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과 이동섭 바른미래당 의원이 각각 다른 방식으로 접근했다.

현재 카나비 사건은 라이엇 게임즈 코리아, 라이엇 게임즈 차이나, 한국e스포츠협회가 합동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데, 하태경 의원은 사건 해결에 우선순위를 뒀다. 하태경 의원은 “제 식구 감싸기식 조사를 하지 말라”며 “기성세대가 만든 불공정의 틀 속에 고통으로 신음하는 청년들을 뒤에서 끝까지 돕겠다”고 라이엇 게임즈에 경고했다. 이동섭 의원은 유사 사례 재발 방지를 위해 ‘e스포츠 표준계약서법’을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e스포츠 선수가 게임단과 계약을 맺을 때 의무적으로 문화체육관광부 표준계약서를 사용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에 커뮤니티에서는 다양한 반응이 나온다. “이동섭 의원이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이기도 하고 이전부터 대리게임 처벌법 같은 법안을 발의하며 게임 쪽 입법 활동을 해왔지만, 하태경 의원은 소관위도 아닌데 2020년 21대 국회의원 선거가 다가오니까 청년들이 관심을 보이는 이슈에 한 발 걸치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 대다수였다. 그러다 점차 “그래도 나머지 국회의원은 가만히 있는데, 하태경 의원이 SNS를 통해 비판하기 시작하니까 기사도 많이 양산되고 주목을 받게 돼 라이엇 게임즈가 묻을 수 없게 됐다”는 쪽으로 흐름이 달라졌다.

게임은 만드는 사람도, 소비하는 사람도 사회적으로 부정적인 인식에 시달려왔다. 특히 최근에는 콘텐츠 간의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영화 같은 게임, 게임 같은 영화도 나오는 시국이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영화 감상이 취미인데 주말 내내 영화 봤어”와 “게임이 취미인데 주말 내내 게임 했어”라는 말은 각각 문화예술을 즐기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주말에 명작 영화를 몰아봤다”고 하면 어떤 영화를 봤는지 묻지만, “주말에 명작 게임을 클리어했다”고 하면 집 밖으로는 잘 안 나가냐는 질문을 듣기 마련이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이 DC인사이드 리그 오브 레전드 갤러리에 올린 글에 달린 댓글들. 사진=DC인사이드 캡처

게이머들 사이에서 큰 이슈로 복작대도 외부에선 큰 관심을 주지 않았다. 판호 문제만 봐도 그렇다. 2017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사드) 배치 이후 중국에서 한국 게임을 서비스할 수 있는 허가권 ‘판호’를 단 한 건도 내주지 않았지만, 박근혜 정부부터 문재인 정부까지 2년가량 방치돼왔다.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취임하고 나서야 한·중·일 문화·관광장관 회의에서 협의할 것으로 알려졌던 것이 전부다. 당장 콘텐츠산업 수출액의 절반이 넘는 비중을 차지하는 기업들의 목소리도 듣지 않는데, 소비자인 게이머들의 목소리를 들어주는 곳은 더더욱 없었다.

계속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는 게임을 취미로 하면서 10여년 이상을 살아왔다고 생각해보자. 게임에 관심 없고, 부정적 인식을 가진 사람들은 내 취미를 이해하려고 하지 않는다. 휴일에 다른 사람처럼 취미활동을 하는 것 뿐인데 일단 밖에도 나가지 않고 하루종일 게임만 한다는 편견을 마주하게 된다. 거기다 하루종일 게임하는 것은 체력적으로 힘든 일이라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하루 수 시간 겨우 날 잡고 한번 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게임을 너무 하고 싶어서 사놓고 피곤해서, 시간이 없어서 못 하는 게이머들도 많다. 거기다 폭력적인 사건이 발생하면 게임 탓이 되는 경우가 많다 보니 게임을 하는 것 자체를 죄악시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인지 선거가 다가올 때마다 게임 관련 커뮤니티에서는 “친 게임 의원들을 뽑겠다”는 글이 올라온다. 게임산업을 위해 힘쓰겠다고, 게이머들의 목소리를 듣겠다는 사람을 공유하곤 한다. 정책 공약을 보고 뽑는 사람이 많은지는 모르겠지만, 게임 쪽에서는 후보의 게임 관련 정책이 ‘게이머 친화적’이면 뽑겠다는 사람이 자주 보인다. 평소에 좋아하지 않던 사람이라도 게임·e스포츠에 관해 관심 한 번만 주면 인식이 확 달라진다. 카나비 사건만 봐도 아직 딱히 해결된 것은 없지만, 하태경 의원이 출마하면 뽑겠다는 댓글이 꾸준히 달리고 있다. 게이머들은 사실상 애정 결핍 상태다.

파이낸셜투데이 변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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