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헌 금융소비자원 국장.

반려동물 1000만 시대를 맞이하면서 이른바 ‘반려동물(PET)보험이 많은 소비자들로 부터 관심을 받고 있다. 여기에 언론사들도 가세하여 반려동물보험을 앞다퉈 소개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국내 반려동물 개체수는 2010년 476만에서 2017년 874만 마리로 7년간 83.6% 증가했다. 2018년 기준으로 반려동물 1000만 시대에 접어 들었다니 다섯 가구 중 한 가구가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는 셈이다. 2027년에는 1320만 마리로 증가할 것이라고 한다.

최근에 눈길을 끄는 기사도 있다. “애완견을 키우면 수명이 늘어난다”는 것인데, 애완견을 데리고 밖으로 자주 나가면서 신체활동이 늘어나고 스트레스도 감소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스웨덴 웁살라 대학의 연구진이 2001~2012년 심근경색과 뇌졸중을 앓은 40~85세 스웨덴인 33만7000여 명을 분석했는데, 애완견을 키우며 혼자 사는 환자가 심근경색으로 사망할 위험은 애완견이 없는 환자보다 33% 낮았다는 것이다.

반려동물보험은 애완견이나 애완묘와 같은 반려동물의 병원 치료비를 실손으로 보상하는 보험이다. 여러 손보사들이 다양한 명칭으로 판매하고 있는데, 1년 또는 3년 갱신으로 계속 보장(슬개골 탈구, 피부와 구강질환, 입·통원 의료비(수술 포함)) 받을 수 있다. 애완견이 행인을 물어 다치게 하는 사고를 추가로 보장해 주는 보험도 있다.

그런데 문제는 반려동물보험이 기대와 달리 소비자들에게 크게 환영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반려동물보험의 연간 판매(가입)실적이 매우 저조하여 계약건수가 2017년 기준 2,638건, 보험료 9억8000만원에 불과했다. 또한 반려동물보험의 가입률이 0.2%에 불과해 영국(20%), 독일(15%), 미국(10%)에 비하여 초라하다.

반려동물을 키우다 보면 입원, 수술과 관련된 의료비 지출이 만만치 않은데 반려동물보험의 가입률이 이처럼 저조한 이유는 아직 걸음마 단계로 준비가 덜 되어 있기 때문이다. 보험사들이 판매에 나서고 있지만 소극적이고 소비자들도 기대와 달리 실효성이 없다고 판단해서 가입을 기피하기 때문이다.

첫째, 반려동물에 대한 사고율 통계가 부족한 상태에서 손보사들이 출시, 판매하고 있는데 향후 손해율 악화를 우려해서 판매에 적극 나설 수 없기 때문이다. 보험사들은 영리가 목적이므로 돈벌이가 되지 않으면 판매에 나서지 않는다.

둘째, 반려견, 반려묘에 대한 표준상병코드가 없고 동일 진료에 대해서도 병원별로 진료비 격차가 크다. 반려동물의 진료수가가 천차만별로 상이해 예방접종 및 검사비, 수술비 등이 병원에 따라 최대 9배까지 차이가 난다.

셋째, 반려동물 등록 관리가 제대로 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경우 반려동물을 등록한 경우에 보험을 가입할 수 있다. 2014년 1월부터 반려동물 등록제(반려 목적으로 기르는 3개월령 이상의 개는 반드시 지방자치단체에 등록해야 한다)가 의무화됐지만 등록률은 13.4%(2017년 기준)에 불과하므로 보험 가입대상자가 적고, 더구나 반려묘(고양이)는 등록 의무화가 아니다.

넷째, 반려견의 나이가 6세(반려묘는 8세)를 넘으면 가입이 거절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반려동물의 질병은 주로 6세 이상에서 나타나므로 가입하더라도 장기 유지하지 않으면 실효성이 떨어진다. 6세 이하의 반려동물이라도 월 보험료가 4만원에서 6만원대로 저렴하지도 않다.

다섯째, 보험혜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반려견이 병에 걸려서 병원에 데리고 가면 치료비가 너무 비싸서 보험금은 턱없이 부족하고 약관에 정한 보장 범위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이미 가입한 보험이 무용지물이 되기도 한다.

여섯째, 보험사들은 이중계약 조회가 불가하므로 가입자가 보험금을 이중으로 청구해도 확인할 방법이 없다. 가입자가 반려동물의 연령을 속이거나 하나의 보험으로 유사한 외모의 반려동물의 보험금을 수령하는 등의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수도 있다. 동물학대, 동물유기가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으므로 고의적인 사고를 일으켜 보험금을 부당하게 편취할 수도 있다.

펫보험은 실손의료보험처럼 여러 곳에서 가입하더라도 가입금액(보상한도)에 비례해 회사별로 나눠 보험금을 지급하는 비례보상 상품이다. 보상한도가 100만원이라면 각사가 100만원씩 주는 것이 아니라 각사가 총 100만원을 나눠 지급한다는 의미다.
문제는 실손보험의 경우 이중계약조회가 가능해 소비자가 실손보험에 가입할 때 기존 실손보험이 있는지 알려주고 여러 실손보험에 가입한 경우 보험금을 청구할 때 보험사끼리 조회가 가능해 실손금액을 나눠 지급한다. 반면 펫보험은 이중계약 조회 시스템이 전혀 없다. 펫보험은 가입률이 1%도 채 되지 않아 아직 소비자의 중복가입 우려는 적지만 앞으로 시장이 활성화되면 중복 가입 후 보험금 중복 청구로 인한 누수 우려가 상당하다.

보험개발원이 얼마 전에 펫보험의 참조순보험요율을 개발했다고 하므로 펫보험이 향후 활성화 될 전망이고, 금융위가 보험업법을 개정하여 여행자보험, 펫보험 등 소액 단기보험만 취급하는 보험사를 설립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반려동물보험은 아직 갈 길이 멀다. 소비자들에게 실효성 있는 반려동물보험이 되기 위해서는 등록제 확대, 진료코드 통일, 진료비 표준화, 이력정보 조회시스템 구축 등이 선행적으로 마련돼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반려동물보험이 정착되기도 전에 손보사들끼리 이전투구하고 있다. 일부 손보사가 펫보험 특약으로 30만~50만원의 장례지원비나 사망위로금 지급을 내걸면서 과열경쟁이 우려되고 있다. 단기 실적은 억지로 달성하겠지만 손해율 악화가 뻔하고 그 후 보험료 인상으로 가입자에게 전가할 것이 뻔하다.

여기에 일부 카드사들도 고객 유치를 위해 반려동물 특화카드를 출시했는데, ’동물병원 혜택과 반려동물보험 무료 제공‘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무료 제공이 항상 그렇듯이 내용이 허접하고 실속이 없다.

반려동물보험을 과신하거나 맹신하지 말자. 보험 가입 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반려동물을 생활의 반려자로 인정해 제대로 보살피고 관심 갖는 일이며 끝까지 책임지는 일이다. 반려동물보험을 가입하더라도 입원, 수술은 여전히 발생하므로 보험은 차선이고 부차적인 수단에 불과하다.

행여 반려동물보험을 가입할 경우라면 실효성 여부를 반드시 따져야 한다. 기분에 들 떠 손보사들의 미사여구 광고에 현혹되거나, 장점만 알리고 단점과 유의사항을 감추며 보험 가입을 부추기는 일부 신문기사에 속지 말아야 한다. 또한 내는 보험료에 비해 보장금액이 적을 경우에도 굳이 가입할 필요가 없다. 일부 수의사들이 “펫보험 가입보다 적금을 드는 게 낫다”고 하는데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물론 최종 결정은 소비자 각자의 몫이고 각자의 판단에 달려 있다.

오세헌 금융소비자원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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