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항할 것인가, 돈을 따를 것인가…중국을 보는 두 개의 시선
저항할 것인가, 돈을 따를 것인가…중국을 보는 두 개의 시선
  • 변인호 기자
  • 승인 2019.10.23 09: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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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억 내수시장 기반으로 세계시장 '잠식'
애플, 구글 등 중국 자본력에 눈치보기 급급
공산당식 검열 시스템 결국 도마위에
홍콩 행정 수반인 캐리 람 행정장관이 10월 16일 홍콩 의회인 입법회에서 시정연설을 시작하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가면을 쓴 야당 의원들이 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면서 항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홍콩 행정 수반인 캐리 람 행정장관이 10월 16일 홍콩 의회인 입법회에서 시정연설을 시작하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가면을 쓴 야당 의원들이 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면서 항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중국이 최근 전 세계 문화콘텐츠산업을 자본으로 잠식하며 중국 공산당의 검열 잣대를 들이밀고 있다. 홍콩 민주화 시위가 격화되면서 중국이 국가적 압박을 가해 홍콩 시위를 언급하는 기업들을 굴복시키는 가운데, 이에 관한 세계 각국 기업들의 대응이 상반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홍콩 시위를 두고 같은 국적의 기업 간 입장도 서로 극명하게 갈린다. 미국 애니메이션 ‘사우스파크’ 제작진처럼 중국의 행태를 조롱하거나 홍콩 시위를 지지하는 기업이 있는 반면, 애플처럼 중국 앞에 납작 엎드린 곳도 있다. 특히 애플은 중국 정부가 바라는 대로 맞춰주느라 여념이 없는 모양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1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모교인 중국 칭화대학(清华大学) 경제관리학원 자문위원회 위원장으로 위촉되기도 했다.

애플은 앞서 홍콩 시위대가 경찰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는 ‘홍콩맵닷라이브(Hkmap.live)’가 애플 앱스토어에 등록되는 것을 불허했다가 비난 여론이 일자 허용했다. 하지만 중국 관영 환구시보가 “애플이 시위대를 돕는다”며 비판하자 다시 삭제했다. 구글도 지난 10일 홍콩 시위대를 주인공으로 하는 게임을 구글플레이스토어에서 삭제했다.

중국 화웨이 문제를 보면 상반된 입장이 확연하게 드러난다. 미국 정부는 화웨이가 백도어 등 해킹 프로그램을 통해 기밀정보를 중국 공산당에 유출할 우려가 있다며 제재해야 한다고 한국 등 동맹국에 강조하고 있다. 국가안보를 이유로 중국 기업의 통신·감시 장비를 구매하지 못하도록 금지하기도 했다.

중국 기업의 감시카메라 구매 금지는 지난해 미 의회가 통과시킨 국방수권법(NDAA)에 따른 것이다. 미 정부기관들은 지난 8월부터 구매가 금지됐지만,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9일(현지시간) 미 IT보안업체 포어스카우트 분석자료에 따르면 여전히 미 연방정부기관에서 사용 중인 중국 감시카메라는 2700여대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구매가 금지된 장비를 철거 및 교체해야 한다는 지적에도 장비 교체 비용이 부담스러워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국내에서도 5G 장비사로 화웨이를 선정해 논란이 불거졌던 LG유플러스도 비슷한 상황으로 보인다. 5G NSA(Non Stand Alone) 기지국에 화웨이 장비를 도입한 LG유플러스는 2018년 4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현재 5G NSA 장비를 업그레이드해 5G SA(Stand Alone) 장비로 구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NSA 방식은 아직 5G가 보편화되지 않아 무선은 5G, 유선은 LTE를 사용하는 것을 뜻한다. LG유플러스가 만약 화웨이에서 벗어나고자 한다면 LTE 장비와 5G 장비를 모두 교체해야 한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보고 선택했지만, 다른 이유로 교체하려면 막대한 자금이 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처럼 중국은 14억명이라는 내수 시장 규모를 기반으로 경제 규모를 키웠고, 자본으로 세계 시장을 점차 잠식하고 있다. 그러면서 중국 공산당이 ▲티베트 ▲위구르 ▲홍콩 시위 ▲천안문 ▲인권 등 민감한 특정 단어를 검열하던 잣대를 전 세계 기업들에게 들이밀고 있다. 거부한다면 중국 내에서 사업을 할 수 없게 된다.

 

미국 연방 의회의 론 와이든 민주당 상원의원, 톰 코튼 공화당 상원의원, 마르코 루비오 공화당 상원의원, 테드 크루즈 공화당 상원의원, 알렉산드라 오카시오 코르테즈 민주당 하원의원, 마이크 갤러거 공화당 하원의원, 톰 맬리나우스키 민주당 하원의원이 10월 18일(현지시간) 애플에 서한을 보내 강하게 비판했다. 사진=론 와이든 의원 공식 홈페이지
미국 연방 의회의 론 와이든 민주당 상원의원, 톰 코튼 공화당 상원의원, 마르코 루비오 공화당 상원의원, 테드 크루즈 공화당 상원의원, 알렉산드라 오카시오 코르테즈 민주당 하원의원, 마이크 갤러거 공화당 하원의원, 톰 맬리나우스키 민주당 하원의원이 10월 18일(현지시간) 애플에 서한을 보내 강하게 비판했다. 사진=론 와이든 의원 공식 홈페이지

하지만 중국 정부가 민감하게 대응하면 할수록 오히려 중국 공산당의 검열에 저항하는 기업들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본이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경제보복 조치로 우리나라를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했을 때 전국적으로 시작된 불매운동과도 비슷하다. 이미 인터넷 상에서는 중국 정부의 압력에 굴복한 기업들의 행적을 기록해 불매를 장려하고, 홍콩 시위를 지지하거나 중국의 압력에 굴하지 않는 기업 목록이 작성되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신랄한 풍자로 오랫동안 인기를 유지하고 있는 미국 애니메이션 ‘사우스파크’가 있다. 사우스파크 제작진들은 중국 검열 시스템을 비판하고, 시진핑 국가주석을 ‘곰돌이 푸’로 묘사하는 에피소드를 제작했다가 중국 현지에서 아예 시청이 차단됐다. 이에 지난 7일(현지시간) 사우스파크 제작진들은 “우리도 민주주의와 자유보다 돈을 사랑한다”며 “시진핑 주석은 곰돌이 푸와 전혀 닮지 않았다”고 조롱이 담긴 사과문을 발표했다.

블리자드가 지난 7일 하스스톤 e스포츠 대회 승자 인터뷰에서 “광복홍콩 시대혁명”을 외친 ‘블리츠청’ 청응와이 선수에 1년 출전 금지와 해당 대회 상금 몰수 징계를 내렸을 때도 마찬가지 상황이 벌어졌다. 당시 블록체인 카드대전게임 ‘갓스 언체인드(God’s Unchained)’ 개발사 이뮤터블(Immutable)은 “청응와이 선수가 몰수당한 상금은 우리가 대신 지급하고 우리 대회 출전권도 주겠다”며 “선수들이 개인적 신념을 담은 발언으로 징계를 받는 것은 부당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블리자드가 결국 청응와이 선수의 징계를 완화하고 상금을 지급해 이뮤터블은 돈을 쓰지 않아도 되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겼다.

‘언리얼 엔진’과 온라인 배틀로얄 게임 ‘포트나이트’를 서비스하는 에픽게임즈 역시 팀 스위니(Tim Sweeney) 에픽게임즈 창업자 겸 CEO가 직접 SNS를 통해 “에픽게임즈는 포트나이트 선수들과 크리에이터들이 정치와 인권에 대해 말할 수 있는 권리를 지지한다”며 “에픽게임즈는 미국 회사고 결정권은 지배주주인 나에게 있다”고 강조했다. 에픽게임즈는 중국 기업 텐센트가 48.4% 가량의 지분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정치권에서도 초당적 행동에 나섰다. 미국 연방의회는 지난 18일(현지시간) 애플 등을 서한을 통해 강하게 비판했다. 론 와이든 민주당 상원의원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된 서한에는 론 와이든 의원, 톰 코튼 공화당 상원의원, 마르코 루비오 공화당 상원의원, 테드 크루즈 공화당 상원의원, 알렉산드라 오카시오 코르테즈 민주당 하원의원, 마이크 갤러거 공화당 하원의원, 톰 맬리나우스키 민주당 하원의원이 서명했다.

이들은 “지난 수 개월 동안 홍콩 시민들은 자신들에게 약속된 자치권을 수호하고 더 많은 시민참여에 대한 보장을 받아내기 위한 시위를 이어오고 있지만, 홍콩 당국은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받아 이들 시위대에 대해 강압적인 조치를 취해 왔다”며 “애플은 중국의 인터넷 검열 및 감시 시스템인 만리방화벽을 우회하기 위해 사용되는 VPN 앱과 위구르와 티베트 지역의 억압받는 소수 민족에 의해 그리고 그들을 위해 제작된 앱 등을 포함하여 최소 2200개에 달하는 앱을 검열해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압제적인 정부가 변화를 거부하거나 혹은 오히려, 잘못된 행태를 심화시킬 때, 이들과 협력하는 공조자는 공범이 될 수도 있다”며 “우리는 귀하가 잘못된 기존 방침을 바꿔 애플이 시장 접근보다 가치를 더 중시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홍콩에서 기본 권리와 존엄성을 위해 싸우는 용감한 남성과 여성들에게 지지를 보내줄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애플은 미 FBI와 미국 법원이 총격 테러범의 아이폰 암호를 해독하라는 결정에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거부했지만 자사 제품이 많이 팔리는 중국 당국의 압력에 굴복해 자사 고객 개인정보가 많이 담긴 ‘아이클라우드(iCloud)’ 계정을 중국 서버로 옮긴 적 있다”며 “애플처럼 ‘개인정보 보호’를 외치던 기업도, 자유를 위해 독재에 저항하는 이야기를 담은 콘텐츠를 생산하던 기업들도 중국의 자본과 압력에 그동안 쌓은 것을 내팽개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변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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