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조원 육박 수주실적 올렸으나 올해 반토막 뚝
“대형사에 치이고 단독입찰 부담되고…일감확보 난항 예상”

호반건설 서초 신사옥 투시도. 사진=호반건설 홈페이지

올해 시공능력평가 10위권 안에 처음 진입해 국내 주요 대형건설사와 어깨를 나란히 한 호반건설의 일감확보에 빨간불이 켜졌다. 정부의 시장 규제가 지속되면서 대형사들이 중소규모 정비사업까지 손을 뻗치고 있어 상대적으로 호반건설의 설 자리가 줄어드는 모습이다.

22일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올해 호반건설이 정비사업 시장에서 수주한 곳은 대구 내당내서 재건축 사업이 전부다. 해당 사업은 대구 서구 내당동 1-1번지 일원에 지하 2층, 지상 18층의 6개동, 362가구를 짓는 것으로 총사업비는 700억원 규모다. 앞서 2017년 4487억원, 2018년 9788억원의 실적을 낸 것과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공급물량도 매년 줄어드는 추세다. 2014년 1만5020가구, 2015년 1만8230가구, 2016년 1만1840가구 등 꾸준히 1만가구 이상 물량을 쏟아내던 호반건설은 2017년 8000여가구, 지난해에는 이보다 절반 정도인 4000여가구 분양에 그쳤다. 올해 분양물량도 지난해와 대동소이한 수준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반해 신사업 추진 움직임은 두드러진다. 호반건설은 레저사업을 확장하는 데 이어 유통업에도 진출하는 등 사업 다각화를 진행 중이다. 2017년 제주 중문 퍼시픽랜드에 이어 지난해 충북 제천 리솜리조트를 사들였고 올해는 덕평CC, 서서울CC를 연이어 인수했다. 지난 6월에는 국내 농산물 유통업체 1위로 알려진 대아청과 새 주인으로도 이름을 올렸다.

다만 업계에서는 토목이나 해외 플랜트사업에 나서지 않고 그간 주택사업을 주로 해왔던 호반건설에 이들 신사업이 직접적인 위기를 타개하는 데 효과적으로 작용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한다. 호반건설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레저사업 담당 호반호텔앤리조트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은 455억3381만원, 영업손실 104억8293만원, 당기순손실 408억9625만원 등으로 집계됐다. 안정적인 수익 창출 창구로 판단하기에 유의미한 수치는 아니다.

호반건설의 신규 수주가 대폭 줄어듦과 동시에 신사업 추진 움직임이 활발해지는 데는 전반적인 주택시장 불확실성이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부동산시장 안정화를 위해 정부가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시행을 예고하는 등 고강도 규제책을 펼치면서 주택시장이 크게 위축됐기 때문이다.

특히 정비사업 시장의 직격탄이 예상되면서 대형사들이 너나 할 것 없이 그나마 남은 정비사업에 뛰어들고 있어 호반건설이 나서기가 쉽지 않으리라는 판단이다. 서울·경기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수주했던 대형사들은 지방 중소규모 수주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게다가 최근 주요 재개발·재건축 대상 단지 조합을 중심으로 ‘컨소시엄 불가’ 방침이 공식처럼 굳어지고 있는 것도 악재로 작용한다. 단독입찰에 나서기는 부담이 뒤따른다.

한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신사업을 추진해 안정적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으로 주력 사업인 주택사업에서 물량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며 “하지만 대형사들이 규모와 관계없이 수주에 본격적으로 나서다 보니 브랜드 파워에서 밀린다. 알짜 정비사업장의 경우에는 조합의 단독입찰 입김이 거세다 보니 중견건설사가 뛰어들기에는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10대 건설사로 이름을 올리긴 했으나 당분간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호반건설이 고전을 면치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연내 목표했던 IPO는 물론 강남권 정비사업 수주권을 따내는 등 대형건설사로 발돋움하기 위한 과정에도 다소 시일이 걸릴 거라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해 호반건설 관계자는 ”올해 분양이나 수주실적만 따지는 게 아니라 그룹 전반적인 재무건전성 등을 고루 따져서 IPO를 추진 중에 있다.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나온 건 없다“고 말을 아꼈다.

파이낸셜투데이 배수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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