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평구서 힐스테이트 다수 공급, 브랜드 내세운 현대건설
적극적 수주 의지 드러낸 롯데건설, 가성비·프리미엄 승부수

갈현1구역 조감도. 사진=서울시클린업시스템

서울 강북권 재개발 대어로 꼽히는 은평구 갈현1구역 시공권을 놓고 현대건설과 롯데건설이 진검승부를 예고했다. 현대건설은 힐스테이트 브랜드 인지도와 각종 수주 경험, 롯데건설은 가격 경쟁력 등으로 조합의 마음을 사로잡겠다는 전략이다.

21일 정비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 11일 갈현1구역 재개발조합이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을 마감한 결과 현대건설과 롯데건설이 각각 응찰했다. 앞서 8월 현장설명회에 참석한 GS건설은 조합의 단독입찰 요구에 부담을 느낀 듯 결국 입찰에는 나서지 않았다.

갈현1구역 재개발은 갈현동 300번지 일원에 지하 6층, 지상 22층의 아파트 32개동, 총 4116가구(임대 620가구) 및 부대복리시설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예상되는 공사비만 9200억원 수준에 이른다. 정부의 부동산규제책 등으로 정비사업 시장 앞날이 불투명한 가운데 1조원에 육박하는 대규모 사업인 만큼 양사는 모두 치열하게 수주전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건설은 은평구 내에서 인지도를 쌓고 있는 자사의 주택브랜드 힐스테이트를 앞세워 갈현1구역 수주권 획득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미 은평구 내에는 힐스테이트 녹번, 북한산 힐스테이트, 백련산 힐스테이트, 은평뉴타운 힐스테이트 등 다수 단지가 밀집돼 있다. 여기에 대조1구역 재개발 수주 이력도 강점으로 작용한다.

탄탄한 재무능력도 조합의 신뢰를 얻는 데 한몫할 것으로 판단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굵직한 해외수주를 따낸 현대건설은 매출액 8조5595억원, 영업이익 4503억원, 당기순이익 3482억원 등을 냈다. 견조한 실적은 재무건전성 개선에도 영향을 미쳤다. 같은 기준 현대건설의 부채비율은 전년 동기 117.3% 대비 3.4%p 하락한 113.9%로 개선됐다.

다만 풀어야 할 숙제도 있다. 현대건설은 갈현1구역과 함께 한남3구역 재개발 수주전에도 참여 의사를 밝힌 상태다. 두 구역 입찰 시기가 비슷하게 맞물리면서 현대건설이 각 사업장에 제시한 특화설계 및 조건 등은 비교될 수밖에 없다.

롯데건설은 갈현1구역 재개발 사업에 초기부터 적극적인 수주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1000억원의 입찰보증금을 우선 완납한 데 이어 조합의 단독입찰 요구에도 가장 먼저 단독시공 입찰 확약서를 제출하며 일부 조합원들의 신뢰를 얻었다는 평가다.

또한 저렴한 공사비를 책정, 조합원들에게 돌아갈 추가분담금 부담을 덜어주는 동시에 프리미엄 주택브랜드 ‘시그니처 캐슬’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롯데건설은 갈현1구역 단지명을 ‘북한산 시그니처 캐슬’로 제안하며 현대건설과 차별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양사는 지난달 김포 북변5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을 공동 수주한 직후 갈현1구역 경쟁사로 다시 만나게 됐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은평구 내 10여단지 힐스테이트를 공급한 터줏대감격인 현대건설과 가성비와 프리미엄을 내세운 신흥강자 롯데건설의 수주전이 더 과열 양상을 띨 것으로 내다봤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하반기 정비사업 수주 결과가 실적에 고스란히 반영되는 만큼 건설사에서는 어느 하나 놓치고 싶지 않은 실정이다”라며 “갈현1구역은 한남3구역과 함께 올해 가장 규모가 큰 사업장으로 꼽히는 곳이다. 현대건설과 롯데건설 모두 무리를 해서라도 수주권을 따내기 위해 치열하게 맞붙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편 갈현1구역 조합은 다음 달 24일 총회를 열고 시공사를 최종 선정할 예정이다.

파이낸셜투데이 배수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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