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근 ‘파크리오’ 단지 주민들, 방학 이후 해체 요구 빗발
‘진미크’ 주위 초·중·고교만 6곳, 비대위vs조합 간 협의 진통 예상

미성크로바 아파트 전경. 사진=배수람 기자

재건축 사업이 한창 진행 중인 서울 송파구 잠실동 일원 진주·미성·크로바, 일명 ‘진미크’가 석면 해체를 앞두고 인근 주민들과 갈등을 빚고 있다. 석면이 1급 발암물질로 지정된 만큼 주민들은 방학 이후 해체 작업을 진행, 안전사고 위험을 덜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조합에서는 해체 작업을 제대로 한다면 시기는 중요하지 않다는 견해다.

16일 정비업계 등에 따르면 진미크는 잠실 일대 재건축 대상 단지 중 가장 빠른 속도로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특히 미성·크로바는 2017년 하반기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선정한 이후 관리처분인가를 받고 발 빠르게 이주에 들어갔다. 지난 6월 모든 세대가 이주를 완료하고 현재는 철거준비에 돌입한 상태다. 이곳 단지는 기존 1350가구를 헐고 최고 35층, 1991가구 규모의 아파트 및 부대복리시설, 근린생활시설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삼성물산과 HDC현대산업개발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재건축하는 진주아파트 역시 전 세대가 이주를 끝마쳤다.

이곳 세 단지가 모두 이주를 완료, 본격적인 철거를 앞둔 가운데 인근 파크리오(6864세대) 주민들은 석면 해체를 방학 이후로 미뤄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진미크 주위로 초·중·고교 등이 밀집해 있어 학생들의 안전에 위협을 받는다는 이유에서다. 진미크 인근에는 잠실초·중·고, 잠현초, 잠동초, 방이중 등이 자리하고 있다. 미취학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어린이집, 유치원 등을 포함하면 교육시설은 더 많을 것으로 판단된다.

파크리오 학부모들을 중심으로 꾸려진 비상대책위원회는 송파구 인근에 정비사업 대상 단지들이 다수 자리하고 있는 만큼 미성크로바가 선례를 잘 남겨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비대위 측에 따르면 석면은 바람이 불지 않아도 2~3km까지 비산하는 특성이 있어 파크리오뿐만 아니라 잠실본동, 잠실3동, 잠실7동, 송파동, 가락동 등 인근 지역까지 영향권에 놓이게 된다.

게다가 롯데건설이 선정한 석면 해체 업체 3곳 중 1곳이 작업정지 처분인 D등급을 받은 업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제대로 작업을 할지에 대해 의구심도 제기하는 상황이다. 건물 전체를 규격비닐로 감싸 석면이 날리지 않게 보양작업을 철저히 하고 제대로 된 관리감독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석면 해체 작업을 가만히 두고 볼 수는 없다는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파크리오 단지에 걸린 플래카드. 사진=배수람 기자

한 비대위 관계자는 “학기 중이라 단지 바로 옆으로 학생들이 오가는 상황에서 아무렇지 않게 석면 해체 작업을 한다는 건 있을 수 없다”며 “미성크로바 조합에서 인근 주민들까지 배려해 철거를 잘 해야 이후 진주아파트는 물론 남은 재건축 단지들도 따라가지 않겠냐”고 말했다.

이어 “비대위는 사업을 못 하게 막겠다는 의도가 아니다. 아이들이 안전하게 통학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달라는 것뿐이다”라며 “방학 때로 석면 해체 기간을 미루고 펜스도 더 높이 올리고 통보양해 제대로 해달라고 요구하는 거다”고 덧붙였다.

비대위는 이와 함께 송파구청에 석면 철거 조례 제정도 촉구하고 있다. 현재 송파구에는 관련 조례가 없는 상황. 다만 미성크로바 조합에서는 비대위는 이 같은 우려에 대해 일부 공감하면서도 무작정 해체 작업을 늦추는 게 능사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조례가 제정되기까지 기다리는 것은 경제적인 부담도 뒤따른다.

한 조합 관계자는 “조합원이 개별적으로 적게는 50만원, 많게는 200만원까지 평균 100만원 가량 이자를 내고 있다”며 “석면이 비산될 가능성이 있지 않느냐, 라는 우려에서 비대위가 꾸려진 것으로 아는데 보양을 얼마나 철저하게 하느냐, 석면비산방지대책을 얼마나 완벽하게 갖추냐가 중요한 것이다. 무조건 시기를 늦추라는 건 부당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서울 내 각 지자체에서 석면 관련 조례를 제정하고 있는 곳은 8개 지자체 정도라고 한다”며 “이들 지자체에서 제정된 조례가 송파구에서 마련하는 조례와 얼마나 차이가 있겠냐. 조례제정 전이라도 감시단을 구성하고 조합과 구청이 모두 참여해 관리감독 한다면 감시단의 활동이 제대로 보장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조합 관계자는 “파크리오 주민들 중심의 비대위가 아니라 인접한 단지 다른 주민들도 모두 참여해 대표성을 가진 대표단을 구성하면 자연스럽게 그 대표단이 감시단으로 넘어가지 않겠나 생각한다”며 “미성크로바 재건축을 위해 주변 주민들에게 피해를 끼치는 건 우리 조합도 바라지 않는 부분이다. 충분히 협의가 가능할 거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조합에 따르면 미성크로바는 현재 단지 외부에 펜스를 설치하는 중이다. 비대위 등 인근 주민들의 민원에 따라 공사장 부지경계 관련 법령에서 정한 방음방진시설 높이 3m보다 높은 8m 방음벽이 설치되고 있다. 해당 작업이 완료되면 이달 말 석면 해체를 위한 보양 작업에 착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미성크로바를 둘러싼 조합과 비대위의 이 같은 갈등에 송파구청은 주민들과 협의해 설명회를 개최하고 석면해체 작업은 ‘석면안전관리법’에 따라 공사현장에 안내판을 설치, 구청 홈페이지에 공개하겠다는 방침이다.

파이낸셜투데이 배수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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