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변인호 기자

국산 게임이 중국에서 서비스하려면 필요한 ‘판호’가 2017년 중국 정부의 한한령 선포 이후 한 번도 발급된 적 없지만, 한국 정부는 박근혜 정부부터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취임 전까지 2년 이상 판호 문제를 무관심하게 손 놓고 있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콘텐츠미래융합포럼은 14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의원회관 제9간담회실에서 7차 국회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번 토론회는 ‘중국 판호 차별과 한국 게임저작권 침해에 대한 분석 및 대응전략’을 주제로 진행됐다.

이날 토론회에는 위정현 콘텐츠미래융합포럼 의장 겸 한국게임학회 회장, 김성욱 법무법인 태평양 중국법인 변호사, 김현환 문화체육관광부 콘텐츠정책국 국장, 안성섭 한국저작권위원회 국제협력팀장, 김현규 한국모바일게임협회 수석부회장 등이 참석했다.

일반적으로 국내 게임사가 게임을 중국에 서비스하기 위해서는 중국국가신문출판광파전영전시총국(이하 광전총국)이 발급하는 서비스 허가권 ‘외자판호’가 필요하다.

앞서 중국 정부는 2017년 한반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사드) 배치 이후 경제보복 조치의 일환으로 한류 콘텐츠 수입을 막는 ‘한한령’을 선포했다.

김성욱 변호사에 따르면 중국 정부의 한한령 선포 이후 외자판호는 2016년부터 올해 초까지 단 한 건도 발급되지 않았고, 특히 중국 정부가 한국 게임에 대해서는 아직도 판호를 내주지 않고 있다.

위정현 의장에 따르면 중국은 2000년대 중반부터 중국 게임사와 정부의 비공개 정기 회의가 열렸다. 이런 비공개회의에서 한국 게임에 대한 중국 산업의 경쟁력 강화 방안 및 한국 게임 규제가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거기다 중국 게임 관할이 문화부에서 공산당 선전부로 이관되면서 판호 문제 해결이 더욱 어려운 상황이 됐다. 김성욱 변호사에 따르면 현재 다른 분야의 한한령은 완화되는 추세지만 게임 산업에서는 뚜렷한 변화가 없는 상태다.

위 의장은 “2004년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 보고서를 보면 중국 신문출판총서는 2004년 2월 11일자 세미나에서 한국 게임에 대한 규제 강화를 시사했다”며 “유강 중국 문화부 부국장이 한국 정부와 협력 사업에 강한 의지를 보였고, 게임 중독이나 변질된 PC방 문제 등 다양한 토의를 하길 바란다고도 했지만, 한국 문체부나 게임산업협회, 메이저 게임사들은 서로 미루기만 했다”고 비판했다.

또 “2008년이 중요한 분기점이었는데, 당시 한국 게임사 임원들은 한국 게임이 중국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했지만, 중국 게임사 임원들은 경쟁력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며 “2007년 도입된 판호는 막강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던 한국 게임을 타깃으로 하고 있었고 이후 한국 게임 판호는 출시 타이밍을 놓치도록 빈번하게 발급이 지연됐다”고 설명했다.

위 의장은 중국 퍼블리셔 간 갈등과 경쟁도 판호 지연의 원인으로 꼽았다. 한국 게임이 중국에 출시될 때 판호 발급을 늦추고 비슷한 게임을 개발해서 먼저 서비스해버리는 등의 ‘타이밍 뺏기’ 전략이 한국 게임을 중국에 서비스하는 중국 퍼블리셔 간에도 일어났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정부는 국산 게임이 외자판호를 발급받지 못해 중국 진출이 막혀버린 문제를 무관심하게 방치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판호와 관련된 우리 정부의 행동은 최근 들어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한·중·일 문화·관광장관 회의에서 한국 게임 판호 문제를 중국과 협의할 것으로 알려진 것이 전부다. 특히 사드 배치가 있었던 박근혜 정부부터 문재인 정부까지 박양우 장관의 문제제기 전에는 최근 2년 동안 정부 차원의 항의나 문제 제기가 전무했다.

위 의장은 “박양우 장관 전에는 한국 정부에서 판호 문제에 관심을 가졌던 적이 없다”며 “특히 대한민국 외교를 대표하는 외교부가 한국의 중요 IT 산업인 게임이 고통 받고 있는데 게임에 대한 무지와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있으며, 여러 번 답변을 요청했어도 답변을 준 적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우리 게임이 완성도라는 원론적인 이야기를 하기에는 게임 생태계가 너무 무너져 있어 정부와 같이 생태계를 복구해 결과물을 어떻게 끌어올릴 것인가 논의해야 한다”며 “현재 문체부가 방향을 잡고 있기 때문에 과거 이명박 정부, 박근혜 정부, 문재인 정부 도종환 장관 때와는 다른 행동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김현환 문체부 콘텐츠정책국장은 “정부기관 간 고위급 회의 등으로 소통하면서 방향성 찾는 부분을 강화하겠다”며 “중국과 1대1 관계만 생각하지 않고, 다른 주변국까지 살펴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파이낸셜투데이 변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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