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플레이엑스포 전경. 사진=플레이엑스포

그동안 국내 게임 시장은 PC 온라인게임과 모바일게임 위주로 성장해왔다. 하지만 국내 게임사들이 기존에 글로벌 진출을 고려할 때 가장 먼저 생각해왔던 중국 시장은 판호 문제 등 중국 정부의 ‘철의 장막’에 사실상 가로막혔다. 이에 국내 게임사들은 콘솔 위주로 발달한 북미·유럽 시장 공략을 위해 콘솔게임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 3N·크래프톤·펄어비스 등 콘솔게임 개발나섰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엔씨소프트, 넥슨, 넷마블, 크래프톤, 펄어비스 등 다수의 국내 게임사들이 기존 게임을 콘솔 버전으로 개발하거나, 처음부터 콘솔 플랫폼을 염두하고 게임을 개발하는 등 활발히 플랫폼을 확장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0일에는 ‘길티기어’, ‘블레이블루’ 등 격투게임으로 유명한 아크시스템웍스의 아시아지점이 한글화를 마친 하반기 라인업 16종을 공개하기도 했다.

엔씨소프트는 지난 2월 2018년 4분기 실적 및 연간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콘솔게임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윤재수 엔씨소프트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소위 PC·콘솔이라고 부르는 온라인게임 쪽으로는 현재 TL을 포함해 5년 내에 나올 수 있는 작품을 3개 정도 이상 준비하고 있다”며 “일단 가장 강점을 보이는 재해석을 통한 IP의 모바일화, 새로운 온라인 IP 개발, 콘솔과 스토리텔링을 강화하기 위한 M&A 타깃을 찾는 작업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넥슨은 최근 ‘카트라이더 리마스터’ 개발자를 채용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016년 지스타에서 개발을 시작했다고 발표했던 카트라이더 리마스터는 PC, PS4, Xbox One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크로스플레이를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넷마블도 지난해 ‘제4회 NTP’에서 ‘세븐나이츠’를 닌텐도 스위치 버전으로 개발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크래프톤 연합은 국내 게임사 중 가장 콘솔게임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곳이다. PC 온라인게임 ‘테라’를 한국·홍콩·대만·싱가포르 등에 PS4 버전으로 선보이기도 했다. 특히 지난 10일에는 크래프톤이 개발한 로그라이크 RPG ‘미스트오버’가 아크시스템웍스 아시아지점을 통해 PC, PS4, 닌텐도 스위치 버전으로 출시됐다. 펍지주식회사의 ‘배틀그라운드’도 PS4, Xbox One 버전으로 서비스되고 있다. 지난 2일부터는 콘솔 크로스 플랫폼 플레이도 제공한다.

펄어비스도 국내 콘솔게임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PC 온라인게임인 ‘검은사막’을 Xbox One 버전으로 출시한 데 이어 PS4 버전으로도 선보였다. ‘검은사막 PS4’는 지난 8월 28일 일본 PS스토어 PS4 부문 공식 랭킹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최근 글로벌 AAA급 콘솔게임 ‘프로젝트CD’를 공개한 펄어비스는 신규 자체개발엔진을 통해 콘솔 부문에서 입지를 확장할 예정이다. 펄어비스에 따르면 이번 신규 엔진은 처음부터 다양한 플랫폼 출시를 고려해 개발됐다.

◆ 글로벌 콘솔게임사들도 국내서 다양한 활동 실시

업계에서는 국내 게임사들이 콘솔게임을 만들기 시작한 것은 국내 시장에서 콘솔게임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18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콘솔 게임 시장의 매출 규모는 4481억원으로 전년 대비 20% 성장했다. 규모는 작지만 6년 동안 231% 성장을 이뤘고, 이후에도 고성장을 이어갈 전망이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모바일을 제외한 엔씨소프트에서 개발 중인 모든 게임은 PC와 콘솔 모두에서 플레이 가능하도록 개발 중”이라며 “북미·유럽 등 서구권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여러 플랫폼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게임을 즐기는 이용자분들께 서비스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게임사들 외에도 국내에 진출한 글로벌 콘솔게임사들의 활동도 활발해졌다. 지난해 융복합게임쇼 ‘플레이엑스포(PlayX4)’에 소니인터렉티브엔터테인먼트코리아(SIEK), 세가퍼블리싱코리아, 반다이남코엔터테인먼트코리아(BNEK) 등 대표적인 콘솔게임사들이 B2C 부스를 통해 관람객을 맞이한 바 있다.

SIEK는 지난 3월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플레이스테이션 게임 축제 ‘PS 페스타’를 개최하기도 했다. 올해 처음 개최된 PS페스타에는 1만여명이 방문했다. PS페스타에는 SIEK가 마련한 PS4, PS VR 타이틀 시연 및 e스포츠 대회 등을 제외하고도 세가퍼블리싱코리아·유비소프트·BNEK·아크시스템웍스 아시아지점·캡콤 등 콘솔게임 팬들에게 익숙한 유명 게임사들이 다수 참가해 풍성한 즐길 거리를 제공했다.

이에 관해 SIEK 관계자는 “국내 유저분들의 게임 플레이 경험 향상을 위해 타이틀 한글화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세가퍼블리싱코리아 관계자는 “세가는 최근 마벨러스 등 라이선스 타이틀이 늘어나면서 라인업이 많아졌다”며 “이를 국내 유저분들께 소개하고자 한글화 및 다양한 국내 게임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 중국 게임 수출 막히자 북미·유럽으로 활로 탐색

중국에 한국 게임의 수출이 사실상 막혀버린 부분도 국내 게임사들이 콘솔게임에 관심을 보이게 된 주된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2017년 중국이 한반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사드) 배치에 따른 경제보복 조치로 한류 콘텐츠 유입을 막는 ‘한한령’을 선포한 것을 시작으로 국산 게임의 중국 수출 통로는 막혀버렸다. 중국에 게임을 서비스하려면 중국국가신문광전총국이 발급하는 서비스 허가권 ‘판호’가 필요하다. 하지만 한한령 이후 판호가 나오지 않고 있는 상태다.

이외에도 지난 6일(현지시각) 블리자드의 ‘하스스톤’ e스포츠 대회 ‘하스스톤 그랜드마스터즈 아시아 태평양’에 출전한 ‘블리츠청’ 청응와이 선수는 승리 후 인터뷰에서 “광복홍콩 시대혁명”이라고 외친 뒤 블리자드로부터 1년간 경기 출전 금지 및 해당 대회 상금 몰수 제재를 받은 일이 있었다. 이를 두고 중국 자본이 시장을 잠식해 검열과 통제를 일삼고 있다는 비난이 세계적으로 거세게 일고 있다. 미국 정치권에서도 론 와이든 민주당 상원의원, 마르코 루비오 공화당 상원의원 등이 블리자드가 중국 공산당을 기쁘게 하려고 굴복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콘솔 유저가 많은 북미·유럽 게임 시장 규모가 중국 못지않은 점도 있다. 2018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2017년 세계 게임 시장 점유율은 아시아가 44.7%, 북미는 23%, 유럽이 30.6%로 나타났다. 북미·유럽은 주로 PC 데스크톱보다 노트북을 사용하고, PS4 등 콘솔기기로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은 만큼 PS의 본고장 일본과 더불어 대표적인 콘솔게임 시장으로 꼽힌다.

중국 시장이 크긴 하지만, 사실상 게임 수출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게임사들은 자연스럽게 북미·유럽 시장을 보게 된 것이다. 이와 함께 최근 홍콩 민주화 운동과 관련해 일각에서 중국이 자국에 수출하는 것은 막아놓은 상태에서 중국 자본이 글로벌 문화콘텐츠산업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는 점도 이후 게임사들의 글로벌 진출 전략 수립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한국 게임 시장은 전 세계 4위 수준으로 크지만, 콘솔게임 시장은 아직 규모가 작아 국내 시장만 보더라도 성장할 여지가 많다”며 “중국 시장은 판호 문제나 각종 이슈 때문에 진출이 어렵지만, 콘솔 유저가 많은 북미·유럽 시장은 잘 만든 게임으로 공략하면 좋은 성과를 거둘 것”이라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변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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