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변인호 기자

전자 업계의 대표적인 라이벌로 꼽히는 LG전자와 삼성전자는 50년간 서로 경쟁하며 기술을 발전해 왔다. 이들은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 시장에서도 1·2위를 다투며 엎치락뒤치락 하고 있다. 양사는 모두 스마트폰 단말기 같은 소형 전자제품부터 TV, 건조기 등 백색가전까지 두루 개발해서 판매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핸드폰 같은 소형가전은 삼성전자, 모터 들어간 백색가전은 LG전자”라는 말이 널리 퍼져있는 상태다.

이처럼 꾸준히 서로 견제하며 경쟁해온 LG전자와 삼성전자는 최근 8K TV나 건조기 등으로 치열하게 기 싸움을 벌이고 있다. 소모적 논쟁이다. 지난달 LG전자와 삼성전자는 8K 기술설명회를 같은 날 열고 서로의 TV를 분해하며 ‘진짜 8K’를 주창했다. 

하지만 LG전자와 삼성전자가 벌이고 있는 8K 논쟁은 해묵은 집안싸움에 불과하다. 이러다가는 LCD 패널, 8K TV, 폴더블 스마트폰, 5G 등 IT·전자 전방위적으로 치고 들어오는 너무나도 쉽게 꼬리를 잡히게 된다. 실제로 중국이 지난달 초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 IFA 2019에서 선보인 다양한 제품들은 국내 기업들의 기술력을 바짝 쫓아왔다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5G가 상용화된 지난 4월과 5월에는 LG유플러스가 도입한 화웨이 5G 기지국 장비가 SK텔레콤·KT가 사용하는 삼성전자 5G 장비를 성능에서 앞서기도 했다. 삼성전자가 8월 말 성능 격차를 따라잡긴 했지만, 중국의 기술력이 무시할 수 없는 수준까지 올라온 것은 확실하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버티고 있는 국내 시장에 세계 3위 업체인 중국 TCL이 QLED TV를 판매하겠다고 자신있게 나선 것만 봐도 그렇다.

정부도 내심 LG전자와 삼성전자의 기 싸움이 끝나기를 바라는 모양새다. 성윤모 산업자원통상부 장관은 국내 최대 규모 전자·IT 전시회 ‘한국전자전’에서 “우리 산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배터리, 디스플레이, 메모리 반도체와 같은 분야에서 건강한 경쟁과 협력을 통해 함께 성장하고 세계 시장으로 가야 한다”며 “내부 갈등이 경쟁자들의 어부지리가 되는 우를 범하지 않도록 성숙한 경쟁 문화로 발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사실상 LG와 삼성에 눈치를 준 셈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어떤 TV가 진짜 8K인지 여부는 그리 중요치 않다. 오히려 비슷한 가격이라면 내가 느끼기에 화질이 좋다고 느껴지는 제품을, 비슷한 화질이라면 더 저렴한 제품을, 비슷한 화질에 비슷한 가격이라면 A/S 등 후속 지원이 더 좋은 제품을 고른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비)’가 최우선이라는 얘기다. 

정부의 눈치를 봤는지 양사는 기 싸움에서 살짝 발을 뺐다. LG전자는 한국전자전에 삼성전자와 자사 제품을 비교하는 부스를 차리지 않았다. LG전자와 삼성전자는 한국전자전에서 자사 제품 소개에 집중했다. 그래도 양사의 부스에는 많은 관람객의 발길이 머물렀다. 사람들은 갤럭시 폴드를 보러 삼성전자 부스에 줄을 섰고, 롤러블 TV를 구경하러 LG전자 부스로 향했다. 기 싸움에 쏟는 에너지를 잘하는 것을 더 잘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사용해야 한다. 삼성과 LG를 추격하는 후발주자는 항상 존재하기 마련이다.

파이낸셜투데이 변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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