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금융사고 금액 ‘1300’억…은행 중 최고
시중은행도 DLF사태로 ‘시름’
“금융당국 관리·감독 강화해야”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지난 4일 열린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했다. 사진=연합뉴스

국책은행부터 시중은행까지 은행권의 모럴해저드(도덕적해이)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 내에서 각종 금융사고가 끊임없이 발생함에 따라 내부통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금융당국이 은행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제재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국회, 은행권 ‘모럴해저드’ 지적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산업·IBK기업·KB국민·신한·KEB하나·우리·씨티·SC제일은행에서 지난 5년간 발생한 금융사고가 141건, 사고금액은 3152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사실은 지난 2일 김병욱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 ‘최근 5년간 각 은행의 유형별 금융사고 현황’에 의해 밝혀졌다.

금융사고는 업무상 배임이나 사기, 횡령 등 금융기관의 임직원 등이 위법·부당행위를 한 것을 이른다. 금융사고는 올해 상반기에만 57억원 규모로 발생했는데 이는 지난해 상반기(39억원)보다 46.1% 증가한 수준이다.

특히 은행권에서 지난 5년간 사고금액이 가장 크게 발생한 곳은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인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은행에서 발생한 금융사고 금액은 총 1298억원으로 전체 금액의 41%를 차지했다. 금융사고 방지에 앞장서야 할 국책은행이 오히려 금융사고의 중심에 서 있는 셈이다.

김병욱 의원은 “은행은 거의 모든 국민이 가장 쉽고 편하게 이용하는 금융기관의 상징이다”며 “신뢰가 생명인 은행 임직원이 고객 돈을 횡령하거나 업무상 배임하는 행위는 은행권 신뢰 하락을 넘어 금융권 전반의 신뢰를 흔드는 일이다”고 지적했다.

국책은행에 이어 시중은행의 모럴해저드에 대한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DLF사태 발생 역시 수익성을 쫓던 은행 경영차원의 문제라는 분석이다. 이같은 지적은 여야를 막론하고 지난 4일과 8일 각각 진행된 금융위 국정감사와 금감원 국정감사에서 쏟아져 나왔다.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금융위 국감에서 금리가 하락하고 있는 시기에 DLF가 판매된 것을 두고 “은행의 모럴해저드라고 밖에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

김정훈 자유한국당 의원도 금감원 국감에서 “채권가격이 하락해서 손해가 예상되는데 상품 형태를 바꿔서 은행이 상품을 계속 판매했다.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사기냐 아니냐”며 질의했고 윤석헌 금감원장은 “그런 부분이 있을 수 있다”고 답했다.

실제로 지난 1일 금감원이 발표한 DLF사태 중간검사 결과 DLF 설계·제조·판매 전 과정에서 금융사 차원의 ▲리스크관리 소홀 ▲내부통제 미흡 ▲불완전판매 등의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금감원 국감에서 하나은행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불거졌다. 지상욱 바른미래당 의원은 하나은행이 금감원의 DLF 검사를 앞두고 관련 전산자료를 삭제했냐고 물었고 윤석헌 금감원장은 이에 동의하며 포렌식 복구 및 법률검토를 진행하고 있다고 답했다.

하나은행은 이같은 논란에 대해 내부 검토용 자료를 삭제한 것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8일 열린 금융감독원 국정감사에 참석했다. 사진=연합뉴스

◆금융당국, 강력한 제재수단 마련 해야

은행권에서 내부통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는 가운데 금융당국 차원에서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물론 금감원은 금융사에 대한 여러 검사를 진행하고 이에 따라 금융기관에 대한 제재와 후속조치를 지시하고 있다. 또한 금융사고 방지를 위해 금융기관에 감사계획을 제출하도록 하고 있으며 금융사고 발생 시에는 사고 내용을 금감원에 보고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조치에도 금융사고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어 일각에서는 제재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지적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금융사고를 지적한 김병욱 의원은 “끊임없이 발생하는 은행권의 금융사고에 대해 금융권의 자체노력 및 수사고발에만 의존해서는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은행권 모럴해저드 방지가 어렵다”며 “금융당국의 강력한 제재수단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여야 의원들은 DLF사태와 관련한 은행의 모럴해저드에 대해 ‘일벌백계’ 해야 한다는 데에 뜻을 모으는 한편, 금융당국의 관리·감독에 대한 개선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에 금융당국은 추가적인 조사와 함께 관련 대책을 10월말에 발표할 방침이며 설계 및 판매, 감독 등 여러 사안을 고려해 제도개선에도 적극 나설 예정이다. 재발 방지를 위한 금감원의 감독·검사 프로세스 점검도 진행할 계획이다. 더불어 DLF사태를 확산시킨 요인으로 수수료수익에 초점이 맞춰진 핵심성과지표(KPI)가 도마에 오른만큼 은행의 KPI도 들여다 볼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한편, 은성수 금융위원장과 윤석헌 금감원장 모두 국감에서 지성규 하나은행장과 손태승 우리은행장 등에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임정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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