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헌 금융소비자원 국장.

많은 소비자들이 보험을 가입하고 있지만 가입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채 중도에 해지해서 매번 손해를 보고 있다. 종신보험은 가입자의 74%가 10년 이내 해지해 종신이란 말이 무색하고, 변액보험은 3년 지나면 60%, 5년 지나면 44.9%, 7년 후 29.8%만 유지돼 장기 저축이란 말이 무색하다. 실손의료보험은 5년차 유지율 48.5%, 10년차 14.7%에 불과하다. 10년 후 가입자의 85.3%가 탈락하는 것이다.

보험을 가입해서 매번 손해를 보는 이유는 보험을 잘 모르고 섣불리 가입했기 때문이다. 즉, 보험사(보험설계사)의 과장 광고와 미사여구의 말에 휘둘려 무리하게 가입했거나 TV홈쇼핑의 사은품에 현혹돼 충동적, 즉흥적으로 가입했기 때문이다.

보험은 나와 가족을 위해 가입하는 것이다. 비싼 보험료를 내서 보험사를 먹여 살리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더구나 대부분의 가정은 수입(소득)이 한정되어 있으므로 보험료를 한 푼이라도 아껴야 한다. 보험에 대하여 잘 알고 가입해야 하고, 보험을 가입해서 최소한 억울하게 손해 보지 말아야 하는 이유다.

보험을 잘 알고 가입하면 보험금을 받아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지만, 모르고 가입하면 보험금을 받지 못한 채 보험료만 허투루 낭비하게 된다. 그래서 보험은 알고 가입하면 약(藥)이고 모르고 가입하면 독(毒)이다.

보험을 잘 알고 모르는 것은 전적으로 나에게 달려 있다. 보험은 이유를 불문하고 가입자의 최종 의사 결정(청약서 자필 서명)이 있어야 가입할 수 있고, 보험 가입의 득실을 냉철하게 따져야 할 의무도 가입자에게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보험을 가입해서 손해를 보고 나서 뒤늦게 보험사(보험설계사)를 탓할 것이 아니라 나의 무지와 잘못을 먼저 탓해야 한다. 잘못(실패)은 한 번이면 족하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

누구나 좋은 보험을 가입하고 싶어 하지만, 보험을 잘 모르는 소비자가 좋은 보험을 가입하기란 쉽지 않다. 각 보험사가 판매하는 보험이 다양하고 어려워 어떤 보험을 어떻게 골라서 가입하는 것이 좋을지 잘 모르고 여기에 소비자 현혹하는 각종 보험상품 광고가 차고 넘치기 때문이다.

그렇더라도 지금은 과거와 달리 보험 정보가 넘쳐 나고, 누구라도 마음만 먹으면 언제 어디서나 쉽게 접근해서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보험 내용이 아무리 어렵고 복잡하더라도 소비자가 조금만 관심을 갖는다면 원하는 보험을 얼마든지 묻고 따지고 비교해서 제대로 가입할 수 있다.

보험을 외면할 소비자라면 보험을 몰라도 되겠지만 보험을 이미 가입했거나 앞으로 가입할 소비자라면 보험을 알아야 한다. 보험을 공부해야 하는 것은 남들 보다 잘나야 하기 때문이 아니라 보험을 가입해서 보험금을 제대로 받기 위해서고, 잘못 가입해서 억울하게 피해를 당하지 않기 위해서다. 보험을 알고 가입해야 하므로 ‘선(先) 공부, 후(後) 가입’이다.

좋은 보험은 남들이 많이 가입하거나 많이 팔리는 보험이 아니라 ‘나에게 꼭 필요하고 내 몸에 맞는 보험’이다. 나에게 꼭 필요하지 않은 보험이거나 필요한 보험이라도 내 몸에 맞지 않으면 결코 좋은 보험이 아니다.

좋은 보험을 가입하려면 우선, 진단(생애 재정 설계 및 가족보장 분석)을 통해서 나에게 필요한 보험이 어떤 것인지 파악해야 한다. 연령대별로 사고의 종류와 발생빈도가 각각 상이하므로 가입해야 할 보험도 당연히 달라야 한다. 진단은 보험사가 무료로 제공해 주므로 아는 보험설계사에게 부탁해 보자. 진단 결과에 따라서 필요한 보험을 우선순위에 따라 가입하되, 다음의 여섯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하는 보험을 가입하면 된다.

첫째, 나에게 필요한 보장성보험인가?

보험은 위험 보장이므로 보장성보험을 충분히 가입한 후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을 때 저축성보험을 보조적으로 가입하는 것이 원칙이고 순서다. 보험은 저축이 아니고 투자도 아니므로 단기 저축이 목적이면 은행으로 달려가 적금을 가입해야 한다.

둘째, 가입 목적에 적합한 보험인가?

보장성보험이라도 가입 목적에 따라 가입할 보험이 달라지므로 목적에 부합하는 보험인지 확인해야 한다. 자칫 설계사가 권유한 보험을 섣불리 가입할 경우 가입 목적과 다른 엉뚱한 보험에 가입돼 보험사(보험설계사) 먹여 살리기에 바쁠 수 있다.

셋째, 상품내용을 올바로 알고 가입하는 보험인가?

급하면 체하듯이 시간이 걸리더라도 보장 내용과 보장 제외 사항을 명확히 알고 가입해야 한다. 동종의 유사 상품과 보장내용, 보험료 수준을 꼼꼼하게 비교해야 한다.

넷째, 만기까지 유지할 수 있는 보험인가?

적정 보험료로 가입해서 끝까지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과도한 보험료는 중도 실효나 해지로 이어져 금전적 손해를 보기 때문이다. 중도 해지하거나 실효 시킬 보험이면 처음부터 보험을 가입하지 말아야 한다.

다섯째, 보험금을 제대로 받는 보험인가?

보험을 가입하는 목적은 보험금을 받기 위한 것이므로 보험금을 제대로 받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보험 가입은 쉬워도 보험금 받기가 어려운 보험이 버젓이 판매되고 있다. 치매보험, CI보험, 암보험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여섯째, 가성비가 좋은 보험인가?

보험 가입시 총 납입보험료와 총 보험금을 반드시 비교해서 총 납입보험료보다 보험금이 많은 보험을 골라야 한다. 특히 보험료에 포함된 사업비(보험회사 경비)를 확인해서 가입해야 보험료 바가지를 쓰지 않는다. 사업비는 보험협회 홈페이지 공시실의 ‘상품비교 공시’에서 확인할 수 있다.

다만, 무조건 싼 보험료를 선호하거나 가성비에 매달리지 말아야 한다. 보험료가 저렴한 만큼 보장내용이 좋지 않거나 필요한 계약관리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상품일 수 있고, 보험사의 재무건전성도 중요하게 고려하여 가입 여부를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좋은 보험을 가입하려면 진단을 통해서 나에게 필요한 보험을 먼저 확인한 후 우선 순위에 따라 상기 여섯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하는 보험을 선택, 가입하면 된다. 이렇게 가입해서 장기간 유지한다면 나에게 가장 좋은 보험일 것이므로 안심해도 된다.

오세헌 금융소비자원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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