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 예측 실패·높은 금리…“희망고문 하나”
서민금융상품 이용하고도 추가대출 받아
서민 위한 서민금융상품, 재원은 ‘민간’에서

사진=금융위원회

정부발 정책금융상품이 서민들을 위한 것임에도 실효성이 크지 않다며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신청 기준에 대한 논란은 물론 실질적으로 제공되는 혜택이 적다는 점 등을 미뤄 봤을 때 서민을 위한 정책상품이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실효성 의문’…논란 많은 정책금융상품

최근 ‘서민형 안심전환대출’에 쏟아지는 관심이 뜨겁다. 서민형 안심전환대출은 변동금리나 준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서민들에게 연 1.85~2.20% 수준의 고정금리로 갈아탈 수 있게 해주는 상품으로 지난달 16일 출시됐다.

하지만 ‘서민형’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안심전환대출의 신청 대상자는 부부 합산 연 소득 8500만원 이하, 시가 9억원 이하의 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변동금리 대출자들이었다. 이를 두고 9억원의 주택을 소유하고 연 소득 8500만원을 받는 사람들이 ‘서민’이냐는 논란이 일었다.

더욱이 안심전환대출보다 높은 금리로 고정금리 상품 및 디딤돌대출, 보금자리론 등을 이용하는 대출자들은 안심전환대출로 갈아탈 수 없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오히려 디딤돌대출은 신청 기준은 부부 연 소득 합산 6000만원 이하, 주택가격 5억원 이하이며 보금자리론의 경우 부부 연 소득 합산 7000만원 이하, 주택가격 6억원 이하로 안심전환대출 신청 대상자보다 더 서민에 가깝다.

이처럼 유독 문턱이 낮았던 안심전환대출에 금융위는 수요 예측에 애를 먹기도 했다. 공급 한도는 20조원에 불과한데 74조원에 육박한 신청액이 몰렸기 때문이다. 금융위는 지난 30일 공급 한도 초과로 주택가격이 낮은 순으로 신청자를 선정하겠다고 밝혔으며 지원 대상 주택가격의 상한선은 2억1000만원~2억8000만원 수준으로 결정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신청자들이 대거 탈락할 것으로 점쳐지면서 안심전환대출을 둘러싼 불만이 치솟기도 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4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자금, 시장상황, 형평성을 고려할 때 현실적으로 20조원을 확대하는 건 당장 어렵다”고 밝히며 고정금리 대출자와 전월세에 수요 등에 대한 후속대책을 고민하겠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2일에는 대부업과 사금융으로 몰린 저신용자들을 위해 ‘햇살론17’이 출시됐다. 고금리 대안상품인 햇살론17은 연 17.9%의 금리로 간편심사를 통해 700만원까지, 정밀심사를 통해 최대 1400만원까지 대출을 지원한다.

금융위는 햇살론17을 통해 20% 이상 고금리 대출보다 낮은 수준의 금리를 제공한다는 입장이지만 일각에서는 대출길이 막힌 저신용자에게 금융당국이 낮은 한도로 높은 금리를 부과한다고 지적했다.

김종훈 민중당 의원은 햇살론17을 두고 햇살론17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소득과 신용등급이 낮아 대부업체 문을 두드리는 사람들이라고 지적하면서 “금융위는 금리부담 능력이 가장 낮은 계층에 가장 높은 금리를 적용했다”고 비판했다.

또한 “금융위는 햇살론17의 금리를 낮추고 대출 총한도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4대 서민금융상품을 이용하고 있는 대출자 절반가량이 추가대출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실효성에 대한 문제도 제기됐다. 이 같은 사실은 지난 6일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KCB, 서민금융진흥원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통해 밝혀졌다.

4대 서민금융상품은 ‘바꿔드림론’(현 햇살론17로 대체)과 ‘새희망홀씨’, ‘햇살론’, ‘미소금융’으로 제윤경 의원에 따르면 해당 상품을 이용한 대출자 164만3381명 중 77만4966명(47.2%)가 추가대출을 받았다. 특히 추가대출 금액의 70%가량은 저축은행 및 대부업체에서 실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고금리 대출에 내몰리는 저신용자·저소득자를 포용하기 위한 목적으로 서민금융상품이 운영됐지만 단순한 퍼주기식 운영으로 상당수의 대출자가 또다시 고금리 대출로 몰리고 있는 것이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4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서민형 안심전환대출과 관련해 “자금, 시장상황, 형평성을 고려할 때 현실적으로 20조원을 확대하는 건 당장 어렵다”고 밝히며 고정금리 대출자와 전월세에 수요 등에 대한 후속대책을 고민하겠다고 설명했다. 사진=연합뉴스

◆재원 마련 ‘빨간불’…민간 출연금으로 충당

금융당국은 서민금융상품 재원 조달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해 말 금융위가 약 2200억원 규모의 서민금융상품 예산안을 국회에 올렸지만 전액 삭감됐으며 재원 출연이 한시적으로 이뤄지고 있어 지속가능성이 낮은 상황이다.

현재 복권기금 및 상호금융·저축은행 출연금, 휴면예금이 주요 재원으로 활용되고 있지만 복권기금 출연은 내년까지며 상호금융·저축은행 출연은 2024년 종료될 예정이다. 또한 제도개선 등으로 휴면예금의 출연 시점이 최종거래일로부터 5년에서 10년으로 늦춰지면서 출연액이 600~900억원 수준에서 200~300억원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금융위는 재원을 문제없이 조달하기 위해 서민금융상품 재원 출연 기관을 개인신용대출을 취급하는 전 금융기관으로 확대하고 상시적인 출연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정부 예산 투입 없이 민간의 출연금으로 공급을 늘리는 것이다.

하지만 금융위는 안정적인 재원 마련에 정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한 상황에서도 정책금융 공급을 늘릴 전망이다. 금융위는 지난달 20일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에서 간담회를 진행하며 햇살론17의 공급 규모 확대와 내년 ‘햇살론 유스(가칭)’의 출시를 알렸다.

금융위는 햇살론17은 공급 규모를 현 2000억원에서 40000억원까지 늘릴 방침이다. 더불어 신용 정보 부족 등으로 대출에 어려움을 겪는 사회초년생 청년들을 위해 3.0~4.0%의 저금리로 최대 1200만원까지 대출을 해주는 햇살론 유스를 출시할 계획이다. 햇살론 유스의 예상 공급 규모는 1000억원이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간담회에서 “꼭 필요한 사람에게 충분한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안정적인 재원을 확보해 나가는 동시에 다양한 금융상품의 체계를 정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임정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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