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200일 앞둔 김병철 대표, 주특기 IB 부문 적중
상반기 순익 줄어도 회사채 주관·글로벌 부문 훨훨

사진=신한금융투자

‘자본시장 톱 플레이어(Top Player)’가 되겠다는 목표를 내걸고 올해 초 닻을 올린 김병철 신한금융투자 사장이 오는 10일 취임 200일을 맞는다. 취임 당시 자신만만한 모습을 보인 것처럼 김 사장이 이끄는 신한금투는 초대형 IB로의 성장 기반을 닦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약속 지킨 김병철…IB 부문 성장에 힘 쏟아

김 사장은 취임 기자간담회에서부터 IB 부문과 글로벌 부문을 강화하겠다고 공공연히 언급해 왔다.

당시 김 사장은 “‘최고의 금융 솔루션을 제공하는 자본시장 톱 플레이어’는 고객의 자산관리, 기업고객 IB 니즈 등 재무 솔루션이 필요할 때 고객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회사를 의미한다”고 말했다.

또 “신사업추진을 통해 한계를 극복하고 돌파구를 찾을 것이다”며 “홍콩을 아시아 IB 허브로 육성하고 뉴욕을 글로벌 프로덕트센터로 변화 시켜 선진금융상품을 국내 고객에게 제공하며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등 신흥시장에서 위상을 공고히 하겠다”고 선언했다.

김 사장은 신한금융의 강력한 순혈주의를 깬 외부 출신 인사로 취임 초기부터 관심을 받아 왔다. 김 사장은 1989년 동양종금증권(현 유안타증권)에 입사해 채권운용팀장, 금융상품운용팀장, IB 본부장, FICC(채권·원화·원자재) 본부장 등을 역임하면서 ‘채권통’으로 명성이 높았다.

신한금투는 김 사장 영입을 통해 타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아쉬운 IB 부문의 성장을 기대했다. 지난해 신한금투의 영업이익은 3348억원을 기록했다. 이중 IB 관련 수수료는 804억원으로 전년보다 49.44% 뛰어올랐다.

반면 비슷한 자본 규모를 갖춘 메리츠종합금융증권과 하나금융투자와 비교하면 저조한 IB 수익을 올렸다. 지난해 말 기준 신한금투의 IB 부문 수익 순위는 11위로 메리츠종금(1위)과 하나금투(4위)와 비교하면 뒤처진 수준이다.

김 사장은 신한금투의 IB 부문에 대해 “현재 IB 현황은 만족스럽지 않은 수준이다”고 평가했다. 이에 취임 후 IB 경쟁력 확대를 위한 조직개편을 실시했다. 신한금투는 GIB(글로벌자본시장) 사업 부문 영업조직을 확장했다. GIB 부문 산하에 구조화금융본부, 투자금융본부, 대기업금융2부를 신설했다.

초대형 IB로의 성장을 위한 업무지원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경영지원그룹도 신설했다. 이를 통해 효율적 자원 배분과 전사 관리체계 고도화를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또 디지털 비즈니스 경쟁력 향상을 위해 디지털 사업본부를 전략기획그룹에 편입하고 대체투자, 부동산, 글로벌 IB 딜의 증가에 따라 심사2부를 신설해 심사체계를 고도화했다.

조직개편 이후에는 전문 인력도 영입했다. 대체투자 전문가인 우경원 심사부장과 로펌 김앤장 출신 M&A 전문가 김현수 팀장, 삼성증권 캐피털마켓팀장 출신인 권용현 이사 등이 신한금투에 합류했다.

초대형 IB의 필수 요건이 자본 규모를 충족하기 위해 지난 5월 유상증자도 결정했다. 그룹 자본시장 경쟁력 강화와 정부의 혁신성장 노력에 부응하고자 지주사와의 긴밀한 협업을 통해 초대형 IB로의 도약 준비를 마쳤다는 것이다. 신한금투는 6600억원 유상증자를 하기로 했다.

지난 3월 김병철 신한금융투자 대표이사 사장이 서울 여의도 신한금융투자 본사에서 취임 기자간담회를 진행했다.사진=신한금융투자

◆ 효과 나타난 IB 실적…존재감 커진 신한금투

‘김병철 효과’는 실적에 즉각 반영됐다. 상반기 신한금융투자의 영업이익은 1658억원, 순이익 1428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0.5%, 21.9% 줄어든 수준이다. 하지만 IB 부문의 경쟁력은 전년 동기보다 강화됐다. IB 업무를 담당하는 GIB 그룹의 상반기 순이익은 502억원으로 전년 동기(333억원)보다 50.75% 급증했다.

특히 회사채 주관 실적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상반기 회사채 주관 발행 금액은 18조1433억원으로 전년 동기(10조2650억원)보다 77% 늘었다. 이는 주요 10개 증권사 중 가장 높은 증가 폭이다.

최근에는 KT와 포스코 등 대형 딜에도 이름을 올리며 대형사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KT는 당초 3000억원어치의 회사채를 발행하려 했으나 1조4000억원이 넘는 투자수요가 몰리면서 발행금액을 2배 늘린 6000억원으로 확정했다. 포스코는 오는 16일 5000억원을 목표로 회사채를 발행할 예정이다. 이에 하반기 회사채 실적에서 높은 성장 폭을 기록할 것이라는 기대다.

글로벌 부문 역시 순항하고 있다. 신한금투는 지난 8월 5000만달러 규모의 싱가포르 기업 인수금융 공동주관을 완료했다. 공동 대표 주관사인 도이치뱅크 싱가포르와 함께 선순위 대출로 진행됐다. 신한금투는 지난 5월 9000만달러 규모의 인도네시아 기업의 김치본드를 발행한 데 이어 이번 빅딜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면서 동남아시아의 IB 강자로 떠올랐다.

신한금투 관계자는 “최근 IB 부문에서의 선전은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을 확보하면서 시장의 평판이 제고됐고 대표이사의 IB에 대한 육성의지, 선제적인 조직개편 등의 이유가 주효했다”며 “외부인재를 대거 영입하고 지역 기업금융 거점에 위치한 창조금융플라자를 신한금융IB플라자로 개편해 추가로 인력을 파견하면서 리테일 영점점도 IB 스몰딜을 수행할 수 있는 형태로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음 달 중 금융위에 초대형 IB 지정을 신청할 것이다”며 “아직 초대형 IB 지정도 되지 않았지만 발행 어음 사업에 대한 의지는 늘 존재한다. 다만 구체적으로 결정된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파이낸셜투데이 김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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