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과 규제 사이’…인터넷은행 신청 코앞인데 업계 ‘잠잠’
‘혁신과 규제 사이’…인터넷은행 신청 코앞인데 업계 ‘잠잠’
  • 임정희 기자
  • 승인 2019.10.07 09: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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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행 저조에 초조한 금융위 “컨설팅 해준다”
금감원·금융위 인터넷은행 규제 ‘온도차’ 지적
길잃은 혁신, “굳이 인터넷은행 해야 하나”
인터넷은행 최대주주 되기 위한 문턱도 높아
금융위원회. 사진=연합뉴스
금융위원회. 사진=연합뉴스

제3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신청이 코앞으로 다가왔는데도 ICT기업 및 금융권의 시들한 반응에 금융당국은 초조한 모양새다.

금융위원회는 오는 10일부터 15일까지 인터넷은행 예비인가 신청을 앞두고 지난 4일까지 신청을 원하는 업체에 맞춤형 컨설팅을 진행했다. 하지만 현재 예비인가 신청을 확정 지은 곳은 소상공인연합이 주도하는 ‘소소스마트뱅크’뿐이며 업계는 인터넷은행 흥행 저조를 초래하는 요인들을 지적하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금융위·금감원의 엇박자

“금융위원회와 얘기할 때는 모든 게 잘될 거 같은데 정작 금융감독원과 얘기해보면 진행되고 있는 게 하나도 없다”

지난 5월 제3 인터넷은행 예비인가에 도전했지만 탈락의 고배를 마신 이승건 토스 대표의 발언이다. 이 대표는 지난달 18일 핀테크 스케일업 현장 간담회에 참석해 은성수 금융위원장 앞에서 이같이 말하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금융 혁신을 위해 발맞춰 걸어야 할 금융위와 금감원이 엇박자를 내며 업계의 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지난 5월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은 인터넷은행 예비인가에 지원했던 토스뱅크와 키움뱅크의 탈락을 밝히며 “두 곳 다 예비인가를 받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혁신을 내세우며 규제 철폐에 동분서주하던 금융위의 계획에 감독업무를 맡은 금감원이 브레이크를 건 것이다. 물론 혁신이란 이름 아래 은행을 운영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 기준을 무너뜨릴 수 없지만 금융당국이 두 개의 목소리를 내는 것은 문제로 지적됐다. 가늠할 수 없는 금융당국의 행보에 업계는 진입 장벽이 높아진 것으로 분석하며 인터넷은행 진출에 더욱 소극적으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양 기관이 혁신과 안정성 사이에서 눈높이를 맞추는 것이 우선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토스) 대표. 사진=파이낸셜투데이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토스) 대표. 사진=파이낸셜투데이

◆문턱 높은 인터넷은행 ‘혁신성’

업체들이 체감하는 혁신성의 문턱이 높다는 점도 인터넷은행 진출에 부담되는 요소로 손꼽히고 있다. 다양한 주주구성과 탄탄한 자본 안정성을 갖추며 예비인가 통과가 점쳐졌던 키움뱅크가 혁신성 부족을 이유로 인터넷은행 진출이 좌초됐기 때문인다.

금융권에서 디지털 서비스 고도화를 추진하면서 인터넷은행 못지 않은 서비스를 내놓고 있는 점도 부담 요소다. 이미 은행권에서 디지털 역량을 총동원해 소비자들의 편의를 높일 수 있는 모바일 앱 및 금융 서비스를 꾸준히 업데이트하고 출시하고 있는 가운데 이와 색다른 금융 서비스를 내놓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더불어 간편결제 시장의 성장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모바일 뱅킹 기능과 흡사한 간편결제 시장이 커지면서 제3 인터넷은행의 유력한 후보자로 기대를 모았던 네이버는 지난달 네이버페이를 ‘네이버파이낸셜’로 분사하며 간편결제 서비스에 집중하고 있다. 네이버는 이미 국내에서 카카오뱅크가 관련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것을 이유로 인터넷은행 진출을 접었으며 자회사 라인을 통해 일본 및 대만 등 해외에서 인터넷은행 진출을 꾀하고 있다.

한편, 금융위는 인터넷은행 진출을 원하는 업체들에게 맞춤형 컨설팅을 제공했으나 금융당국이 알려주는 이정표대로 가는 것이 혁신 금융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4일 진행된 국정감사에서 케이뱅크의 증자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4일 진행된 국정감사에서 케이뱅크의 증자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대주주 적격성 심사 규제 완화해야

업계가 인터넷은행을 망설이는 데에는 대주주적격성심사가 까다로운 것도 한몫한 것으로 풀이된다.

산업자본은 은행법에 따라 은행 지분을 4% 초과해서 보유할 수 없었지만 올해 초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이 시행되면서 ICT기업에 한해 인터넷은행 지분을 34%까지 보유할 수 있게 됐다. 이에 KT와 카카오는 각각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의 최대주주가 되기 위해 대주주적격성심사를 신청했으나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 등이 발목을 잡으며 순탄치 않은 과정을 거쳐야 했다.

심사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최근 5년간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등을 위반해 벌금형 이상의 형사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

카카오의 경우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으며 대주주적격성심사에 영향이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 바 있다. 하지만 지난 6월 법제처가 김 의장은 대주주적격성심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법리적 해석을 내놓으면서 카카오는 지난 7월 금융위 승인을 받아 카카오뱅크 지분을 34%까지 늘리는 데 성공했다.

반면 케이뱅크는 KT가 최대주주가 되기 위한 대주주적격성심사가 중단되면서 유상증자를 통한 자본확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KT는 케이뱅크의 지분을 34%까지 늘리면서 케이뱅크에 5900억원 가량의 자금을 수혈하고자 했으나 이 계획이 좌초된 것이다. 이에 케이뱅크는 일부 대출 영업을 중단하는 등 영업의 어려움을 겪었다. 더불어 케이뱅크의 주요 주주들도 영업 정상화를 위한 부담을 함께 떠안아야 했다.

두 인터넷은행이 대주주적격성심사에서 한바탕 어려움을 겪으면서 업계에서는 인터넷은행 운영을 위해 대주주적격성심사에 대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심사 통과 여부가 실질적인 은행 영업에 지대한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은행업계 관계자는 “인터넷은행특례법의 취지는 금융 혁신에 인터넷은행이 선두가 될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주도록 한 것이다. 또한 인터넷은행을 정상영업을 위해서는 초기에 1조 가까운 투자가 필요한데 실질적으로 스타트업은 참여하기 어렵고 카카오나 KT같은 대기업이 인터넷은행을 운영할 수 있다”며 “그런데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대주주적격성심사를 통과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규제가 과한 것으로 생각된다”고 밝혔다.

이어 “또한 제1, 제2 인터넷은행이 대주주적격성심사에 어려움을 겪었고 케이뱅크는 지금도 심사에 발목이 잡힌 상황인데 이를 보고 다른 업자들이 인터넷은행 진출을 망설이는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니냐”며 반문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임정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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