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DS투자증권 리서치센터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공룡 넷플릭스가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가운데, 더 강력할지도 모르는 디즈니의 ‘디즈니 플러스’도 출시가 머지않은 상황이다. 국내 OTT 업계에 군웅할거 시대가 도래한 셈이다. 하지만 국내 OTT 업계는 제 밥그릇 챙기기에 여념이 없다. 하나로 뭉쳐도 넷플릭스나 디즈니에 상대가 될지 장담할 수 없는데도 말이다.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 OTT 업계는 크게 ▲지상파3사와 SK텔레콤의 연합 플랫폼 ‘웨이브(Wavve)’ ▲‘티빙(tving)’을 중심으로 뭉친 CJ ENM과 JTBC 연합으로 나뉜다. KT의 ‘올레tv 모바일’이 이름을 변경한 ‘시리얼’ 등 통신사 OTT가 있긴 하지만, 규모 면에서는 OTT 업계에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2016년 국내에 진출한 넷플릭스는 3년 동안 오리지널 콘텐츠에만 1조5000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DS투자증권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국내 OTT 플랫폼별 유료 가입자수는 넷플릭스가 184만명으로 2위를 2배 가까이 따돌린 단독 1위였다. 웨이브는 100만여명, 티빙이 80만여명이다.

웨이브도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심혈을 기울인다. 이태현 콘텐츠웨이브 대표는 지난달 16일 웨이브 출범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100억원을 시작으로 2023년까지 총 3000억원을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웨이브는 tvn 예능이나 드라마 등 CJ ENM 콘텐츠를 제외한 대부분의 국내 콘텐츠를 서비스하고 있다. 웨이브는 최근 100억원 규모의 제작비를 전액 투자한 첫 오리지널 드라마 ‘녹두전’이나 미국 드라마 ▲세이렌 ▲매니페스트 ▲더 퍼스트 등을 전면에 내세웠다.

하지만 규모 면에서 넷플릭스를 따라잡기는 역부족일 것으로 보인다. 물량전을 펼치는 넷플릭스를 상대하려면 독창적이고 재미있는 콘텐츠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그런 콘텐츠가 꾸준히 확보되지 않는다면 결국 밀릴 수밖에 없다. CJ ENM과 JTBC 연합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오리지널 영화, 오리지널 드라마가 많아도 구독 형태로 서비스되는 OTT 특성상 한번 보고 나면 보통 다운로드 형태로 소장 해두고 계속 다시보기 하는 것보다는 자신의 취향에 맞는 비슷하면서 다른 콘텐츠를 찾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마저도 인터넷 커뮤니티 등 OTT 이용자들이 모인 곳에서는 “넷플릭스도 볼 게 없다”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콘텐츠 소비 속도가 빠르다. 일각에서는 사람마다 취향이 달라 아무리 좋은 콘텐츠를 만들었어도 물량에서 밀리는데다 구독료마저 별다른 차이점이 없다면 소비자들을 붙잡아둘 요인이 부족해질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여기에 콘텐츠 강자 디즈니는 위이브와 별 차이 나지 않는 요금제까지 들고 나왔다. 디즈니 오리지널 IP, 마블 IP, 스타워즈 시리즈, 픽사 애니메이션 IP, 내셔널 지오그래픽 등 막강한 콘텐츠로 무장한 가운데, 요금제도 웨이브의 베이직 요금제(월 7900원)와 비슷한 수준인 월 6.99달러(약 8400원)다.

한 업계 관계자는 “웨이브 같은 토종 OTT는 연합 플랫폼 전보다 서비스가 더 불편하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부랴부랴 나온 감이 있다”며 “넷플릭스나 디즈니는 글로벌 공룡으로 불리는 거대한 경쟁 상대인데, 토종 OTT 연합이 중국 삼국시대 군웅할거 시기 동탁을 물리치겠다고 조조, 유비, 원소 등이 뭉쳤지만 서로 싸우다 결국 연합군이 와해된 것처럼 되지 않기만을 바란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변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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