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대림·GS·대우 등 자사 프리미엄 브랜드로 ‘각개전투’ 예고
‘깜짝등판’ 집중 SK건설, SK뷰 인지도·선호도 떨어져 막판까지 ‘고심’
18일 입찰 마감…“SK건설 단독입찰 버거울 듯, 사실상 입찰 고사”

한남3구역 일대 전경. 사진=연합뉴스

하반기 정비사업 최대어로 꼽히는 한남3구역 입찰에 나선 건설사들이 자사 프리미엄 브랜드를 내세우며 각개전투를 예고하고 있다. 다만 입찰 의지를 드러내며 깜짝 등판했던 SK건설은 조합의 컨소시엄 불가 방침에 따라 마련된 단독입찰 확약서를 제출하지 않는 등 여전히 고심하는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SK건설 주택브랜드인 ‘SK뷰’ 인지도 및 선호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탓에 주저하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4일 정비업계 등에 따르면 한남3구역 시공사 입찰 제안서 마감일은 오는 18일이다. 이곳 재개발조합은 지난달 초 현장설명회에 참석한 건설사들을 대상으로 ‘단독입찰 참여 이행 확약서’를 송부, 같은 달 25일까지 동의 및 확약서를 제출하는 건설사에 최종 입찰 참여 권한을 주겠다고 밝혔다. 당초 컨소시엄 구성 가능성이 점쳐졌으나 조합원들을 중심으로 단독입찰 요구가 거세지면서 방향을 선회한 것이다.

이에 대림산업과 GS건설은 일찍이 확약서를 제출했고 현대건설과 대우건설은 제출 마감일인 지난달 25일 확약서를 내며 수주전 참여 의지를 확실히 했다. 하지만 수주전에 이례적으로 참여 의지를 드러낸 SK건설은 확약서를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입찰 마감까지 기한이 남은 만큼 SK건설이 수주전에 뛰어들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입찰 의지를 드러낸 4개 건설사가 자사의 고급 브랜드를 내세우며 수주전에 열을 올리고 있어 SK건설의 부담감이 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남3구역 수주전에 가장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는 대림산업은 자사의 고급 주택브랜드 ‘아크로’를 적용하겠다는 방침이다. 단지명을 ‘아크로 한남카운티’로 정한 대림산업은 특화설계 역량을 활용, 한강 조망을 최대로 확보하는 동시에 호텔식 커뮤니티 시설 및 컨시어지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명품 단지로 조성하겠다는 포부다.

현대건설은 하이엔드 브랜드 ‘디에이치(THE H)’를 적용해 한남3구역을 명품 주거 단지로 탈바꿈하겠다는 계획이다. 삼호가든3차(디에이치라클라스)에 이어 개포주공3단지(디에이치아너힐스), 반포1단지 1·2·4주구(디에이치클래스트) 등을 수주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남3구역 수주권을 따내 ‘한강변 디에이치 라인’을 완성하겠다는 목표다.

사진=연합뉴스

이어 GS건설은 브랜드 입지가 탄탄한 ‘자이(Xi)’를 내걸고 수주전에 나선다. GS건설은 최근 5년간(2015~2019년) 정비사업 수주전에서 약 8조원의 실적을 내는 등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지난해 부동산114 브랜드 선호도 조사에서 자이가 1위로 꼽히는 만큼 수요자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는 점도 경쟁력으로 작용한다. GS건설은 한남3구역 수주를 통해 자이의 위상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겠다는 방침이다.

대우건설 역시 자사의 고급 브랜드 ‘푸르지오 써밋’을 적용, 특화설계를 도입해 한남3구역 수주권을 획득하겠다는 모습이다. 앞서 2011년 금호산업과 공동 시공한 ‘한남더힐’이 매년 전국 실거래가 최고 수준을 보이는 등 명품 단지로 떠오르는 만큼 브랜드 면에서 힘을 실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에 반해 SK건설 브랜드 인지도는 상대적으로 뒤처진다. 부동산114의 지난해 아파트 브랜드 선호도 조사 결과 SK뷰는 10위권 안에 들지 못했다. 올 4월 한국기업평판연구소가 국내 건설사 브랜드 평판을 분석한 결과 SK뷰는 한남3구역 입찰에 참여한 건설사 대비 순위가 낮은 10위에 겨우 자리했다.

이는 그간 해외 플랜트사업에 주력한 탓에 국내 주택사업 비중이 크지 않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올 상반기 별도기준 SK건설의 플랜트사업 부문 매출은 전체의 58%를 차지하는 반면 건축주택 부문은 26% 수준에 불과하다. 강남권 정비사업 수주 경험이 부족하다는 것도 약점이다. 2000년 이후 SK건설은 2002년 역삼 개나리SK뷰, 2014년 대치국제아파트 재건축 수주 외 정비사업시장에서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한남3구역은 브랜드 인지도를 끌어올리고 다른 사업 수주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징성이 있어 SK건설도 욕심이 났을 터. 하지만 컨소 불가 방침에 따라 고민이 깊을 것으로 보인다”이라며 “입찰 마감 이후에 명확해지겠지만 우선 조합에서 요구한 확약서를 제출하지 않았다는 것을 미뤄볼 때 단독입찰에 나서서 승기를 잡을 가능성이 작다는 판단이 섰을 수 있다. 수주전에서 발을 빼려는 움직임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확약서를 제출하지 않은 만큼 입찰 마감 기한 내 제안서를 제출한다고 하더라도 조합 측에서 SK건설을 배제할 가능성도 있다. SK건설이 한남3구역 수주전에서 제외될 경우 이곳 정비사업 수주전은 현대건설, 대림산업, GS건설, 대우건설 4파전으로 압축된다.

한편 한남3구역 재개발 사업은 서울 용산구 한남동 686번지 일원 노후 빌라단지 등을 철거하고 지하 6층, 지상 22층, 197개동의 5816세대 규모 아파트 및 근린생활시설을 마련하는 사업이다. 공사예정 가격은 3.3㎡당 595만원, 총 1조8881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되는 역대 재개발 사업 중 가장 규모가 큰 사업지로 꼽힌다.

파이낸셜투데이 배수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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