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금융 3세 한투증권 입사…다우키움·대신 후계자도 현장 수업
지지부진한 성적표 받은 후계자들, 시장도 갸우뚱

최근 증권업계는 오너 2~3세 경영 수업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부회장의 아들인 김동윤 씨는 최근 한국투자증권에 입사했다.사진=연합뉴스, 대신증권

전문경영인(CEO) 체제가 일찌감치 확립된 증권가에 오너 2, 3세가 등장했다. 이들이 속속 금융투자업계에 발을 들이면서 두각을 드러낼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재까지는 물음표가 남는 상황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부회장의 아들인 김동윤 씨는 현재 한국투자금융지주 자회사인 한국투자증권에서 근무하고 있다. 1993년생인 동윤 씨는 영국 워릭대학교(University of Warwick)를 나와 지난 4월 해외 대학 졸업자 대상 신입사원 공개채용에 지원했다. 동윤 씨는 연수를 마친 뒤 강북센터지점으로 정식 발령을 받았다. 직급은 평사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동윤 씨는 한국투자금융지주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지만 이번 입사로 3세 승계에 본격적으로 돌입했다는 평가다. 현재 김남구 부회장은 한국투자금융지주의 지분 20.23%를 보유하고 있어 최대 주주 자리에 있다.

키움증권을 주요 계열사로 두고 있는 다우키움그룹도 후계자 수업을 시작했다. 김익래 다움키움그룹 회장의 아들인 김동준 씨는 지난해 3월 키움인베스트먼트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다. 30대라는 이례적인 나이로 대표 자리에 올라 ‘2세 경영’이 본격화된 것이라는 추측이 다수 제기됐다.

김 대표는 1984년생으로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 회계학과를 졸업하고 코넬대에서 경영학석사(MBA)를 받았다. 2009년 삼일회계법인에 입사하고 2011년 퇴사했다. 이후 그룹 계열사인 다우기술에 사업기획 차장으로 입사했고 2016년 다우기술 이사, 다우데이터 상무·전무로 고속승진했다.

대신증권은 상대적으로 빨리 후계자 경영 체제를 갖췄다. 창업주인 고(故) 양재봉 명예회장의 손자이자 이어룡 현 대신증권 회장의 아들인 양홍석 사장이 2014년부터 회사를 이끌어나가고 있다.

1981년생인 양 사장은 2006년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대신증권 공채 43기로 입사했다. 일반사원으로 입사한 그는 선릉역, 명동지점에서 근무하고 대신투신운용 상무로 승진해 본격적인 3세 경영에 시동을 걸었다. 이후 2014년 사장으로 취임해 나재철 사장과 공동경영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후계자들의 성적표는 낙제점에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 자리에 올라 경영 수업을 받고 있는 양홍석 대신증권 사장과 김동준 키움인베스트먼트 대표 모두 실적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키움인베스트먼트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은 적자를 기록했다. 키움증권에 따르면 2분기 키움인베스트먼트는 3억원의 손실을 냈다. 이는 2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던 1분기와 달리 적자로 전환된 것이다. 지난해 2분기(7억원)와 비교해도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이에 대해 키움증권 측은 유가증권(주식, 채권) 평가손실이 발생한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양홍석 사장이 이끄는 대신증권은 더욱 상황이 좋지 않다. 올해 상반기 경영지표에 빨간불이 켜졌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대신증권의 상반기 영업이익은 949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1414억원) 대비 32.89%나 줄어든 수준이다. 순이익 역시 1100억원에서 841억원으로 23.55% 떨어졌다.

실적 악화에는 리테일 부문 실적의 감소가 원인이 됐다는 분석이다. 리테일 부문의 상반기 영업이익은 595억원으로 전년 동기(1052억원) 대비 43.44% 감소했다.

게다가 노조와의 갈등도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양 사장의 리더십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대신증권 노조는 지난달 26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남현 전 노조 지부장에 대한 보복성 징계를 철회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는 지난 7월 직장 내 괴롭힘을 이유로 기자회견을 진행한 지 두 달여 만이다.

이들은 대신증권에 대해 “한 개인을 넘어 지부를 무력화하고 조합원과 직원들에게 도발을 한 중대한 범법행위다”며 경영진의 사퇴를 요구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도 후계자 경영에 대해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 기업의 후계자 승계는 개인의 능력을 인정받아 진행되는 경우는 드물다”며 “금투업권은 일반 기업과 달리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책임경영이 강조되는 만큼 후계자 수업 과정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보여주지 않는다면 주주와 투자자들의 지지를 얻기 힘들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김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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