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자산 50조원 육박, 저금리·시장 부진에 증권사 투자 늘려
재매각 실패하면 수익성 악화 직격탄

사진은 여의도 증권가.사진=파이낸셜투데이

국내 증권사들이 증시 부진과 사업 다각화를 이유로 해외 부동산 투자로 눈을 돌리고 있다. 투자 금액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위험을 경고하는 목소리 역시 높아지고 있다.

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기준 해외 투자 펀드의 총 설정 잔액은 37조5145억원이다. 이 중 부동산 펀드 설정 잔액은 1조9067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1월 말 1조6122억원보다 소폭 늘어난 것이다.

순자산 규모도 빠르게 늘었다. 8월 말 현재 공모와 사모를 합친 해외부동산 펀드 순자산은 49조4868억원으로 50조원에 육박하면서 국내외 부동산펀드 순자산(1조1100억원)을 압도하고 있다.

최근 국내 증권사들은 해외 대체투자에 눈을 돌리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제 성장세가 둔화하면서 기준금리가 지속적으로 낮아졌고 유동성이 크게 늘어난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이 중 꾸준한 수익이 보장되고 안정적인 성격이 강한 부동산 펀드에 자금이 몰렸다.

특히 국내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가 포화상태에 이른 데다 국내 부동산 시장 규제가 증가하면서 시장이 정체하면서 해외부동산에 대한 투자 수요가 늘어났다. 실제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의 대형 증권사들은 미국, 서유럽, 동유럽, 북유럽 등 다양한 지역에서 공격적인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미래에셋대우는 지난 상반기 프랑스 파리 마중가타워를 인수했다. 매입가는 약 1조830억원으로 국내 자본의 해외부동산 투자 중 규모가 가장 컸다. 또 홍콩 골딘파이낸셜글로벌센터 메자닌 대출과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 랜드마크 조성사업 등에도 투자했다.

업계 순이익 1위인 한국투자증권도 올해 프랑스 파리 ‘투어유럽’ 빌딩을 인수했고 삼성증권은 프랑스 파리 크리스탈파크 오피스 단지에 약 9200억원을 투자했다. 하나금융투자도 글로벌 사모펀드 블랙스톤이 매물로 내놓은 더 스퀘어 인수전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일반적으로 국내 증권사들은 해외부동산을 인수한 뒤 기관에 재매각(셀다운)하면서 수수료 수익을 챙긴다. 만일 셀다운에 실패한다면 증권사는 수익성 악화를 피할 수 없다.

이에 대해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해외부동산 투자에 대한 우려는 이미 확산되고 있다”며 “해외부동산에 공격적으로 투자하던 중국 금융기관들이 한국 금융 기관들에게 물량을 넘기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데 국내에서도 신규 투자 수요가 감소해 셀다운에 난항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매각 자산은 보유하고 차후 매각차익을 노릴 수 있지만 이미 해외부동산 시장에서 약세가 나타나는 지역이 있고 셀다운을 못한다면 자본 비율 압박으로 인해 신규 투자가 어려워 좋은 선택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로 인한 피해가 투자자들에게 돌아간다는 점이다. 최근에는 실제로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다. KB증권이 판매하고 JB자산운용이 운용한 ‘JB 호주NDIS 펀드’가 계약과는 다르게 투자가 집행된 것으로 지난달 확인됐다. 해당 펀드는 호주 현지 사업자인 LBA캐피털이 호주 정부의 장애인 주택 임대 관련 사업에 투자하는 전문투자형 사모펀드다.

KB증권은 이 펀드를 지난 3월부터 6월까지 개인과 법인, 기관 투자자에게 3264억원을 판매했다. 법인과 개인에게 904억원을, 기관에 2360억원 어치를 팔았다 하지만 LBA캐피털이 아파트가 아닌 토지에 투자한 것으로 파악됐고 KB증권과 JB자산운용은 회수 절차를 밟게 됐다.

KB증권 관계자는 “당초 대상 자산 매입이 아닌 다른 자산 매입은 명백한 대출계약서 위반에 해당해 회수 절차를 진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투자자금 2015억원은 현금으로 회수해 국내로 이체 완료된 상태다. 투자자금의 일부인 882억원 상당의 현금 및 부동산은 호주 빅토리아주 법원 명령으로 자산이 동결됐고 나머지 360억원은 현지 사업자 및 해당 회사 임원에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업계에서는 개인 및 기관 투자자들의 피해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신한금융투자 역시 약 4600억원 규모로 판매한 ‘독일 부동산개발 사모 파생결합증권(DLS)’ 역시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해 만기를 연장했다. 개발사업이 인허가를 받지 못해 공사가 지연됐기 때문이다.

국내 신용평가기관들은 잇따라 경고음을 냈다. 한국신용평가는 증권사가 공격적으로 영업을 확대하면서 위험 증가 속도 역시 가파르다고 평가했다.

한신평은 “증권사의 영업이 확대되며 셀다운 재고 물량도 늘어나고 있다”며 “6개월 이상 매각되지 않은 익스포져의 규모도 지난 6월 말 1조3000억원으로 늘었고 유럽에 미매각 익스포져가 집증돼 있다”고 분석하며 증권사의 유동성 및 투자위험의 가능성을 경고했다.

한국기업평가도 해외 대체투자의 위험 수준이 다른 투자자산 대비 높다고 판단했다. 한기평은 대체투자의 위험요인에 대해 “증권사들이 셀다운을 염두에 두고 투자하지만 국내 시장에서 계획대로 매각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며 “통상 엑시트까지 장기간이 소요되며 해외시장에 대한 이해에 한계가 있어 자산가치의 변동성을 예측하기 어려워 LTV의 신뢰성이 저하된다”고 지적했다.

파이낸셜투데이 김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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