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진명 기자

의료자문제도는 보험 가입자가 보험금을 청구한 경우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 여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자문의에게 의학적 소견을 받는 것을 말한다. 보험사들이 보험사기 등에 대처하고 보험사와 가입자 양측 모두에게 객관적이고 공정한 보험금 지급을 위해 도입한 제도다.

그러나 이 같은 의료자문제도를 두고 보험사가 의료자문을 악용해 가입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거나 일부만 지급하는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환자를 직접 살펴보고 치료한 주치의의 판단은 보험금 지급에 영향을 끼치지 못하지만, 보험사의 자문의는 서류로만 환자의 상태를 살펴본 소견만으로 보험금 지급 여부를 결정해 공정성에도 문제가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보험사가 의뢰한 2014년 의료자문은 총 5만4076건으로 이 가운데 자문결과를 인용해 보험금 지급을 거절한 건이 9712건으로 나타나 전체 30% 수준이었다.

하지만 이후 매년 의뢰건이 증가하는 만큼 부지급건도 함께 증가하는 추세다. 2015년 4만9288건의 의뢰건 중 42%인 2만763건, 2016년 6만8499건 중 48%인 3만2975건이 부지급건으로 나타났으며, 2017년에는 의뢰건 7만7900건 중 3만8369건이 부지급건으로 집계돼 무려 절반에 가까운 49%를 차지한 것이다.

이 통계에 따르면 가입자가 보상청구를 하면 보험사가 의사의 자문을 의뢰하고 그 중 절반은 보험금 지급을 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이는 보험사가 고액 지급건일수록 의료자문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을 가능성이 클 뿐 아니라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의 최후의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의심이 든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자문료와 조사비용이 소요된다고 하더라도 고액의 보험금이 지급되는 것보다는 적은 금액이므로 밑지는 장사는 아닌 셈이기 때문이다.

물론 보험사는 의료자문제도가 법적 효력이 없기 때문에 보험금 지급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하지만 자문결과 부지급건이 증가하고 있는 것은 납득할 만한 설명이 필요해 보인다.

문제는 금융당국도 수년 전부터 이 같은 문제점을 인식하고 여러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성과가 없다는 것이다.

2013년 금융위원회는 자문의 선정이 객관성 부족으로 소비자의 권익을 침해할 여지가 있다면서 ‘자문의 풀(pool system)’ 운영을 통해 중립성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고 금감원도 2017년 의료분쟁을 효율적으로 해결한다면서 제3의료기관 자문절차에 대한 설명을 의무화하고 자문병원 및 자문내용을 소비자에게 제공하기로 했다.

그러나 결과는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보험금 부지급건의 증가였다. 금융당국이 대책을 내놓고는 있지만 겉도는 대책일 뿐 해결이 안 되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

의료자문제도가 보험사의 보험금 거절수단으로 전락한 것은 금융당국의 실효성 있는 대책과 제도적인 보완이 미비한 데 따른다. 보험 가입자가 보험사로부터 정당하게 받을 수 있는 보험금을 보험사의 횡포로 인해 받지 못하거나 삭감 지급되지 않도록 시급히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파이낸셜투데이 이진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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