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탐욕이 소비자 피해 이끌어…은행 일벌백계해야
조붕구 키코공대위원장 “압수수색 안하는 검찰, 민생은 뒷전인가”

지난달 30일 파이낸셜투데이는 조붕구 키코 공동대책위원회 위원장을 만나 DLS·DLF 사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조 위원장은 과거 키코 사태가 잘 해결됐다면 이번 사건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사진=파이낸셜투데이

“키코(KIKO) 사태로 관련 은행이 강력한 처벌을 받았다면 현재의 DLS·DLF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키코(KIKO) 공동대책위원회는 최근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DLS·DLF) 대규모 원금 손실 사태(DLS·DLF 사태)’ 해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키코 공대위는 지난 8월 ‘파생상품 피해구제 특별대책위원회’를 발족하고 DLS·DLF 사태 해결을 함께 도모할 것임을 밝혔다.

DLS·DLF 사태는 국내 시중 은행과 증권사들은 지난해 말부터 해외 금리연계형 파생결합상품을 판매한 가운데 최근 금리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면서 발생했다. 금리 하락으로 우리은행에서 판매한 독일 국채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와 하나은행에서 판매한 영미 CMS(이자율스와프) 금리 연계 상품의 대규모 손실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해당 상품의 만기가 차례로 도래하면서 원금 손실률이 100%에 육박하자 피해자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발족하고 은행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는 등 상품 계약 무효를 주장하고 있다.

◆ DLS·DLF 상품, 은행 탐욕 반영…핵심은 ‘사기성 판매’

지난달 30일 파이낸셜투데이와 만난 조붕구 키코 공대위원장은 이번 DLS·DLF 사태의 핵심으로 ‘사기성 판매’를 꼽았다. 판매한 상품 구조 자체가 얻을 수 있는 수익은 4%로 한정됐지만 잃게 될 손실은 막대한 ‘하이리스크 로우리턴’ 개념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조 위원장은 “은행은 판매단계에서도 금리가 하강하고 있는 것을 인지했음에도 판매를 중단하지 않았고 ‘공격형 투자성향’을 갖고 있다고 보기 힘든 노인이나 치매 환자에게 판매한 것 역시 사기성 판매라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고 주장했다.

이는 복잡한 파생상품을 설계해 더 많은 수익을 벌어들이려는 은행들의 탐욕이 반영된 결과라는 설명이다. 예금자들은 ‘안정성’을 보고 은행을 이용하기 때문에 이들에게 추천할 만한 상품으로 적합하지 않을 뿐 아니라 은행에서 판매하는 것 자체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 사태는 2008년 발생했던 키코 사태를 떠올리게 한다. 키코는 환율이 일정 범위 안에서 변동할 경우 미리 약정한 환율에서 약정금액을 팔 수 있도록 한 파생금융상품이다. 수출 비중이 높은 기업들은 환율 변동 위험을 줄여 이익을 내거나 손실을 방지할 수 있지만 환율이 한 번이라도 약정환율보다 높은 구간에 진입하면 기업들은 계약금액의 두 배 이상의 외화를 마련해야 한다.

지난 8월 23일 키코 공동대책위원회는 금융정의연대, 약탈경제반대행동 등과 함께 우리은행을 DLS 사기 판매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사진=파이낸셜투데이

당시 은행들은 환율이 떨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기업들에게 해당 상품을 판매했다. 하지만 미국발 금융 위기로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919개 기업이 피해를 입었다. 피해 금액은 3조원을 넘는다. 피해자가 기업인 것을 제외하면 최근의 DLS·DLF 사태와 흡사한 셈이다.

조 위원장은 “키코와 이번 사태는 본질적으로 같다”고 평가했다. 두 사태 모두 파생상품이고 금리가 내려가는 상황에서 고객을 안심시키고 판매를 계속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키코 공대위는 키코 사태와 비슷한 방향으로 사건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돼 DLS·DLF 사태 해결에 힘을 보탰다는 설명이다.

이어 “키코 사건 이후 파생상품을 은행을 통해 판매하지 못하게 했다거나 사기성으로 판매하면 강력한 처벌을 받는다는 선례를 남기고 피해기업에게 보상하는 절차를 밟았다면 이런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며 “피해자들이 우리가 겪었던 전처를 밟게 하고 싶지 않아 돕고 있다”고 털어놨다.

◆ 文대통령 때 해결 못하면 키코처럼 10년 싸워야…공수처 설치 필요

조 위원장은 키코 당시 가장 아쉬웠던 점으로 민사소송을 진행한 것을 꼽았다. 피해자들이 갖고 있는 증거가 턱없이 부족했고 당시 검찰이 조사를 제대로 진행하지 않고 외부 압력이 있어 사건이 무혐의로 마무리 됐다는 주장이다.

그는 DLS·DLF 피해자들에게 민사가 아닌 형사고소를 진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형사조사를 통해 은행이 갖고 있는 증거부터 얻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검찰 조사 과정에서의 아쉬움을 드러냈다. 키코 공대위는 지난 8월 말 우리은행을 DLS 사기 판매 혐의로 검찰 고발장을 제출했다. 이후 해당 사건은 남부지검으로 이첩됐고 조 위원장은 사건 고발인 조사를 받기 위해 지난달 19일 검찰에 출석했다.

조 위원장은 “검찰이 적극적인 수사 의지를 갖고 있지만 현재까지 압수수색이 진행되고 있지 않는 등 조사가 늦어지고 있어 민생은 뒷전인가라는 생각까지 든다”며 “검찰은 공수처(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를 설치해 검찰이 독점하고 있는 권력을 분산해 어떠한 외부 압력도 없는 상태에서 철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번 사건은 속도가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적폐청산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문재인 정부와 소비자 보호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사건 해결을 위해 움직이고 있는 시기에 매듭 짓지 못하면 키코처럼 10년이 지나도 해결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조 위원장은 “현재 키코 피해 기업들은 사건을 겪으면서 국가에 대한 믿음이 사라졌는데 DLS 피해자들 역시 ‘나의 삶을 국가가 보호해주지 않는다’는 실망감을 느끼게 될 수 있다”며 “은행을 일벌백계 시키고 금감원에서 강력한 제재를 부과함과 동시에 피해자 보상을 진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파이낸셜투데이 김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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