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지난해 파생결합상품 현장점검 실시
하나은행 ‘저조’·우리은행 ‘미흡’
“금감원 감독업무 제대로 했나”…비판 고조

금융감독원. 사진=연합뉴스

은행권을 중심으로 불거진 DLS·DLF사태와 관련해 금융감독원도 챔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금감원이 실시했던 파생결합증권 현장판매 점검을 통해 파생결합상품 판매로 불거질 수 있는 피해 가능성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금감원의 안일한 대처가 DLS·DLF사태를 키우는 데 한몫했다며 지적하고 있다.

지난해 6월부터 9월까지 금융감독원이 실시한 미스터리쇼핑 결과. 사진=금융감독원

◆금감원이 지적한 문제, DLS사태서 고스란히 드러나

금감원은 지난해 6월부터 9월까지 DLS 및 DLF를 포함한 파생결합상품을 판매하는 금융사 영업점에 대해 현장 점검을 실시했다. 지난해 1분기 중 파생결합상품 판매 실적이 많은 29개 금융회사(증권사 15개사, 은행 12개사)의 440개 점포가 점검 대상이었다.

현장 점검은 일명 미스터리쇼핑이라고 불리는 방식으로 실시됐다. 금감원은 소비자로 위장한 인력을 각 금융사 영업점에 파견해 파생결합상품 판매 과정에서 소비자 보호가 잘 지켜지고 있는지를 점검했다. 파생결합상품은 상품 구조가 복잡할뿐더러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고 예금자보호가 되는 상품이 아니기 때문이다.

미스터리쇼핑 결과 전반적으로 증권사보다 은행이 낮은 점수를 받았다. ▲우수 ▲양호 ▲보통 ▲미흡 ▲저조 등급 중 ‘우수’ 등급인 은행은 단 한곳도 업었으며 ‘보통’ 이상의 등급을 받은 은행은 3개에 불과했다. 나머지 9개사는 ‘미흡’ 등급 이하를 받았으며 우리은행은 62.4점으로 ‘미흡’ 등급을, KEB하나은행은 38.2점으로 ‘저조’ 등급을 받았다.

특히 현장 점검을 통해 은행권 전반에 걸쳐 고령투자자에 대한 보호가 미진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고령투자자 관련 항목인 ▲고령투자자 보호 제도 ▲적합성보고서 제도에 대한 12개 은행의 평균 점수는 각각 35.7점, 38.4점으로 밝혀졌다. 15개의 증권사 평균 점수는 각각 80점, 76.9점으로 은행권보다 훨씬 높았다.

실제로 60대 이상 고령투자자에 대한 판매 비중이 48.4%에 다다르는 등 금감원이 지적했던 문제가 DLS·DLF사태에 고스란히 드러나면서 금감원을 향한 비판이 높아지고 있다. 당시 금감원이 파악한 문제에 대해 대책을 마련했다면 소비자가 피해를 보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더불어 DLS·DLF사태 이전부터 시민단체 등에서 수차례 파생결합상품과 관련한 문제를 제기를 해왔으나 은행과 금감원이 이를 외면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장은 “지난해 11월부터 은행과 금감원 등에 DLS와 관련한 항의를 계속해왔다”며 “펀드에 관한 민원이 계속 발생했고, 금감원에 직접 접수된 펀드 관련 민원도 굉장히 많았다. 하지만 은행과 금감원 모두 이와 관련한 민원을 제대로 살펴보지 않았다”고 밝혔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장이 1일 지성규 KEB하나은행장과 손태승 우리은행장 등을 검찰에 고발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장은 향후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과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을 형사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금감원

금감원의 ‘감독’업무에 대한 실책이 지적되는 가운데 금감원의 칼날은 직접적인 문제를 일으킨 금융사만을 향하고 있는 모양새다.

금감원은 지난 8월 말부터 DLF의 설계와 제조, 판매 실태 점검을 위해 하나은행과 우리은행 및 증권사(3개사), 자산운용사(5개사)에 대한 현장검사를 진행 중이며 1일 중간검사 결과를 발표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검사 결과 DLF 설계와 제조, 판매 전 과정에서 금융회사들이 투자자 보호보다는 자신의 이익을 중시해 리스크 관리 소홀, 내부통제 미흡, 불완전판매 등의 문제점이 다수 발견됐다”고 밝혔다.

은행에서는 기초자산으로 설정한 금리가 마이너스에 진입한 상황에도 상품구조를 변경해 판매했으며 일부 증권사는 원금손실 가능성을 인지하고도 DLS를 발행했다. 또한 일부 자산운용사는 단순히 과거 금리 추이에 따른 백테스트 결과를 토대로 하는 상품제안서를 은행에 제공했고 은행은 별도의 검증 없이 백테스트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였다.

또한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KPI에서 PB센터에 대한 비이자수익 배점을 타 은행보다 2배~7배 높은 20% 수준으로 설정하고 오히려 소비자보호에 대한 항목은 –2%, -4%로 책정해 감점항목으로 운영했다. PB들이 공격적으로 DLF상품을 판매하도록 경쟁을 부추기는 한편 소비자를 보호할수록 KPI에서 점수가 깎이도록 한 것이다.

더욱이 고위험상품 출시를 할 경우 은행들은 내규에 따라 위원회를 열어 심의 및 승인을 얻도록 규정돼있으나 해당 절차를 생략하는 것은 물론 원금손실 확률이 극히 드물다는 식으로 마케팅을 진행했다. 은행 본점 차원에서는 PB들에게 공격적인 투자성향을 선호하는 소비자가 아닌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소비자를 타겟팅하도록 유도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그 밖에도 DLF 판매 과정에서 상품 설명 의무를 위반하거나 고령투자자 보호 절차 위반, 투자자 성향 파악 의무 위반, 관련 상품 판매 무자격자인 직원이 임의로 DLF를 판매한 사실이 밝혀졌다.

금감원은 향후 재발방지를 위해 금융사에 엄정한 조치를 취하고 불완전판매와 관련한 분쟁조정처리를 진행한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에 대한 추가 검사를 실시하는 한편 금융위원회 등 관계기관과 소비자 보호에 대한 취약 요인과 제도적 미비점 등에 대한 개선방안을 협의할 방침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금융당국의 모습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금소원은 1일 하나은행장과 우리은행장을 사기 혐의 등으로 검찰에 고발했다. 또한 이번 DLS·DLF 사태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은 금융당국에 있다며 향후 손병두 금융위 부위원장과 윤석헌 금감원장을 형사 고발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조남희 금소원장은 “이번 사태의 1차적 원인은 문제를 사전에 감지하지 못한 금융당국에 있다”며 “금융당국은 시장에 대한 모니터링과 제기된 민원에 대한 점검 등을 통해 문제를 사전에 방지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사실상 감독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또한 지금 사후관리도 제대로 못하고 있다. 금감원이 오늘 중간검사 결과를 발표하고 계속 금융사에 대한 검사를 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는데 그 안에 실질적인 대책이 없다”며 “국정감사 면피용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임정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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