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무부 부차관보 “화웨이 5G 쓰면 동맹국도 제재 배제 안 해”
가성비 좋았던 화웨이, 교체 하려면 막대한 자금 필요 전망

LG유플러스. 사진=연합뉴스

LG가 최근 삼성, SK 등 국내 기업과 소송을 불사하며 싸우고 있는 것과 달리, LG유플러스는 안보 위협 및 미국의 강한 압박에도 불구하고 중국 화웨이의 손을 놓지 못하고 있다. 미 국무부에서 “화웨이 5G 장비를 쓰면 동맹국이라도 제재를 고려한다”는 발언이 나와도, 화웨이의 대북 연루설이 제기돼도 마찬가지다. 이에 일각에서는 LG유플러스가 가성비 때문에 화웨이를 포기하지 못하고 있다가 한국을 외교적 진퇴양난 상태로 떠미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화웨이 장비는 미·중 무역전쟁의 화두 중 하나다. LG유플러스는 서울·경기 등 수도권과 인천, 강원도 지역의 5G 기지국에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고 있다. 그동안 미국은 화웨이와 중국 공산당의 유착관계를 의심하며 지속해서 안보 우려를 제기해왔다. 화웨이가 외국에 납품하는 장비에 인증을 받지 않고 네트워크망에 침투할 수 있는 ‘백도어’를 심어뒀다가 중국 정부의 지령을 받고 기밀정보를 수집하거나 사이버 공격에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 29일 YTN 단독 보도에 따르면 LG유플러스가 정보 유출로 인한 안보 위협 우려를 받는 화웨이 5G 장비를 국내 미군 기지에선 제외했지만, 국군 부대 주변에는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서도 우리 당국자에 등을 통해 연달아 화웨이 5G 장비를 사용하지 말라는 권고가 나오고 있다. 지난 5월 23일 조선일보 단독 보도에 따르면 미 국무부 관계자가 우리 외교부 당국자를 만나 LG유플러스를 특정하며 “LG유플러스가 한국 내 민감한 지역에서 서비스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최종적으로 한국에서 화웨이를 전부 아웃(out)시킬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외에도 미국의소리(VOA) 등에 따르면 롭 스트레이어 미국 국무부 사이버 정책 담당 부차관보가 지난달 12일(현지시각) 영국 런던에서 진행한 언론들과의 전화회견에서 최근 논란이 된 화웨이의 북한 상업용 무선통신망 구축 정황에 대해 “놀랍지 않다. 화웨이는 이란과 북한 등 독재정권들에 기술을 공급해왔다”고 말한 바 있다.

아울러 스트레이어 부차관보는 지난달 26일(현지시각) 벨기에 브뤼셀에서 “화웨이가 공급하는 5G 통신 장비를 사용하지 말라는 권고에 따르지 않는 동맹국에 대한 추가적 제재 조치를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추가 조치의 구체적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이어 “화웨이는 사실상 중국 공산당이 조종하고 있다”며 “만약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등 동맹국이 화웨이 5G 도입을 강행한다면 미국과 정보 공유뿐 아니라 군사력 동원 측면에서도 심각한 장애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미국은 화웨이 장비가 스파이 활동에 이용된다며 화웨이를 필두로 중국을 압박하는 것과 동시에 동맹국들에 제재에 동참할 것을 촉구해왔다. 특히 미국 국무부는 한국을 향해 LG유플러스를 집어 화웨이 5G 장비를 쓰지 말라고 거듭 강조해왔다. 동맹국에도 제재를 배제하지 않겠다며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LG유플러스가 화웨이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중국 화웨이. 사진=연합뉴스

LG유플러스와 화웨이의 거래는 2013년 시작됐다. 이통3사 모두 유선망은 화웨이를 쓰지만, 무선망까지 화웨이를 쓰는 것은 LG유플러스가 유일하다. 2013년 당시 LTE 기지국 장비공급업체로 화웨이를 선정한 LG유플러스는 화웨이 도입을 주도했던 이상철 전 LG유플러스 부회장이 2017년 화웨이 총괄 고문으로 이직하며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LG유플러스는 향후에도 계속 5G 장비로 화웨이 장비를 사용할 방침이다. 지난 1월 29일 LG유플러스는 2018년 4분기 컨퍼런스콜에서 “NSA(Non Stand Alone) 용으로 설치한 5G 통신 장비를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통해 SA(Stand Alone) 장비로 구축하겠다”며 “기존 NSA 단말뿐 아니라 SA도 하나의 망에서 모두 수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LG유플러스가 화웨이에서 벗어나려면 LTE와 5G 장비 모두를 바꿔야 하는 상황이다. 아직 5G는 SA가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있지 않아 무선은 5G, 유선은 LTE망을 사용하는 NSA 방식을 사용한다. 화웨이 장비를 교체하려면 LTE 장비까지 모두 교체해야 하기 때문에 막대한 자금이 들 전망이다. 화웨이 장비는 그간 ‘가성비(가격대비성능비)’가 경쟁력이었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에 따르면 화웨이 장비는 하드웨어 경쟁사 대비 장비 가격이 약 70%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화웨이는 5G 상용화 초기에는 LTE 도입 시점보다 기술적인 측면에서도 많은 발전을 이루기도 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제출받은 ‘삼성-화웨이 5G 장비 성능 이슈 동향’에 따르면 5G 상용화 초기 화웨이 기지국을 사용하는 LG유플러스의 속도가 삼성 기지국을 사용하는 SK텔레콤, KT보다 약 20% 빨랐다.

반면 SK텔레콤과 KT는 5G 장비 업체 선정 당시 화웨이를 배제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SK텔레콤과 KT가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보는 분석이 많았다. 이들은 지난 6월 삼성전자, 에릭슨, 노키아 등과 협력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SK텔레콤은 삼성전자와 5G 고도화 및 6G 기술 공동연구 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5G 상용화가 어느정도 지난 시점인 현재 화웨이 기지국과 삼성 기지국의 성능은 비슷한 수준이다. 변재일 의원실에 따르면 8월 말 기준으로 개선을 거듭한 삼성 기지국이 화웨이 기지국과 성능 격차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익명을 요청한 한 업계 관계자는 “LTE부터 화웨이를 써온 LG유플러스는 SA도 화웨이를 사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기업 입장에서 화웨이가 싸니까 가성비를 보고 각종 이슈에도 버티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한편, 미국의 제재가 본격화되자 런정페이 화웨이 회장이 지난달 12일(현지시각) 뉴욕타임즈 등과의 인터뷰를 통해 “화웨이 5G 기술을 미국 등 서방 기업에 전면 공개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같은 달 26일 CNBC 보도에 따르면 현재 런 회장은 자사 5G 기술을 미국 기업이 독점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할 수도 있다는 낮은 자세를 취하고 있는 상태다.

파이낸셜투데이 변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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