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김민아 기자

“금소법(금융소비자보호법) 제정만 됐어도…”

최근 DLS·DLF 사태 관련 취재 과정에서 가장 자주 듣는 말이다. 피해자들은 과거 금융소비자 피해가 발생했을 때 소비자 보호책이 마련됐다면 이런 사건이 반복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실제로 파생상품 관련 대형 금융소비자 피해는 10년을 주기로 반복되고 있는 모양새다. 태국 바트화 관련 선물 파생상품 피해와 키코 사태 등이 그것이다.

1997년 초 JP모건은 태국 바트화와 연계된 외환 선물 파생상품을 국내 은행과 증권에 판매했다. 해당 상품은 태국 바트화로 환율 변동의 리스크를 헤징 하는 상품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같은 해 7월 태국 정부가 고정환율제도를 포기하면서 바트화는 큰 폭으로 폭락했고 국내 금융사 손실로 이어졌다.

약 10년이 지난 2008년에는 중소·중견기업들이 무너졌다. 당시 국내 주요 은행들은 키코(KIKO) 상품을 판매했다. 키코는 수출 비중이 높은 기업들이 환율 하락에 대비해 은행과 맺은 옵션형 계약으로 환율이 일정 범위에서 움직일 때 약정한 환율에 외화를 팔 수 있는 상품이다. 문제는 미국발 금융위기로 환율이 급등하면서 발생했다. 키코 상품은 환율이 일정 범위를 벗어나면 가입자들에게 큰 손실을 입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파생상품 관련 피해는 아니지만 대규모 피해자를 양산한 금융피해는 셀 수 없이 많고 여전히 구제받지 못한 피해자 역시 당시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당연한 순으로 금융사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도 무너졌다. 올해 초 금융위가 실시한 금융소비자 보호에 대한 국민 인식 조사 결과를 보면 소비자 10명 중 7명은 ‘금융회사는 사고나 피해 발생 시 책임을 지려고 노력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DLS·DLF 사태가 발생한 현재는 소비자 신뢰가 더 추락했으리라 추측된다.

피해자들은 금융소비자보호법의 빠른 제정만이 답이라고 호소하고 있다. 현재 금융소비자보호 관련 법안은 국회 정무위원회에 5개 법안이 계류돼있는 상태다. 2010년 6월 법 제정 방향이 제시된 이후 8년 동안 총 14개의 제정안이 발의됐지만 통과한 것은 단 한 건도 없다. 9개는 기간 만료로 폐기됐다.

하지만 여야 간 정쟁으로 정무위의 법안검토조차도 어려운 상황이다. 당연히 관련 법 통과 논의도 지연되고 있다. 이번 정기국회에서 금융소비자보호법을 매듭짓지 못하면 DLS·DLF 사태와 같은 대형 금융 소비자 피해가 반복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여야는 아직도 국회 안에서 각자의 이익을 위해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국회가 싸움을 지속한다면 국회 밖 피해자들의 울음소리가 들릴 리 만무하다. 잠시 싸움을 멈추고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듣길 바란다.

파이낸셜투데이 김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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