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 연대납부 의무 폐지 권고…도덕적 해이 우려 불수용

사진=연합뉴스

보건복지부가 미성년자에게는 건강보험료 납부 의무를 면제해야 한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를 수용하지 않았다고 인권위가 26일 밝혔다.

앞서 인권위는 2019년 3월 29일 보편적 보건의료서비스의 보장이 필요한 미성년자의 사회·경제적 특성 등을 감안해 지역가입자 미성년자에 대한 건강보험료 연대납부의무를 폐지할 것을 보건복지부에 권고한 바 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는 지난 8월 16일 이에 대해 ‘불수용’ 의사를 회신한 것이다.

인권위는 국민건강보험의 경우 국가가 개인의 가입을 강제하면서 소득이나 재산 등에 따라 개인별로 보험료를 차등 부과하고 있는 사회보험제도로, 보험료 납부능력이 부족한 취약계층에게는 사회연대의 원리에 따라 보험료를 면제 또는 감면하는 방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보건복지부는 재산 및 소득이 없거나 소득이 연 100만원 이하인 미성년자는 예외적으로 보험료 납부의무를 면제하고 이에 따라 미성년자 지역가입자의 97%가 납부의무가 면제되고 있다면서, 모든 지역가입자 미성년자에 대한 연대납무의무 면제는 도덕적 해이 등 부작용 발생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인권위 권고를 수용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인권위는 해당 권고는 미성년자에 대한 보호가 국가의 의무임을 강조하는 ‘헌법’의 정신에 비춰 미성년자는 취약계층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성년인 세대원과 동일하게 연대납부의무를 부과하는 현행 규정을 개선하는 데 그 취지가 있다. 미성년자에 대해 납부의무를 예외적으로 면제해 주는 것이 아니라, 지역가입자 미성년자의 연대 납부 의무는 폐지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더불어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연간보험료 수입을 고려할 때 현재 납부하고 있는 3%의 미성년자의 보험료수입은 건강보험재정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으며, 미성년자에게 건강보험료의 연대납부 의무를 부과하는 해외사례가 발견되지 않는 점 등에 비추어 봐도, 제도 개선의 필요성이 있다고 봤다.

또한 도덕적 해이 등에 대한 일각의 우려는 우리나라와 유사한 부과체계를 가지고 있음에도 미성년자에 대해 납부의무를 부과하지 않는 해외 사례 등을 참고해 추가적인 제도적 개선방안을 마련하여 극복해야 할 문제이지, 아직 미성년자에 불과한 세대원까지 연대해 납부할 의무를 부과할 것은 아니다고 판단했다.

이에 인권위는 국민의 건강에 대한 국가의 의무와 적극적 역할의 요구, 국민건강보험이라는 사회보험제도에 의한 취약계층 사회보장의 증진, 보편적 보건의료서비스의 보장이 필요한 미성년자의 사회·경제적 특성 등을 강조하고자 보건복지부의 불수용 통보를 공개한다고 밝혔다.

파이낸셜투데이 이진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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