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헌의 보험이야기] 태아보험 엉터리 설명과 유모차에 현혹되지 말자
[오세헌의 보험이야기] 태아보험 엉터리 설명과 유모차에 현혹되지 말자
  • 파이낸셜투데이
  • 승인 2019.09.26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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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세헌 금융소비자원 국장.
                            오세헌 금융소비자원 국장.

많은 사람들이 태아보험을 별도의 상품으로 알고 있지만, 이 세상에 태아보험은 없다. 태아보험은 어린이보험을 임신 중에 미리 가입하는 것이며 어린이보험에 태아와 관련된 특약(태아가입특약)을 부가해서 가입하는 보험일 뿐이다. 그러므로 태아보험은 주계약이 아닌 특약 형태로만 존재하므로 어린이보험에 가입하지 않으면 태아보험에 가입할 수 없다.

태아보험은 아이가 뱃속에 있을 때 미리 가입해서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하는 보험으로 예비 엄마들의 필수 보험이고 출산 준비물처럼 여겨지고 있다. 특히 고령 출산으로 인한 선천 이상, 저 체중아가 태어날 확률이 높아지면서 불안감이 커지는 상황이다. 그러므로 예비 엄마들은 이런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보험사들이 판매하는 태아보험 상품들을 서둘러 가입하고 있다.

지금은 태아를 임신하면 태아보험 가입이 당연한 것처럼 인식되고 있지만 태아보험의 출발은 보험사들이 고객을 선점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과거에 어린이 대상의 교육보험을 판매하던 보험사들이 고객을 선점하기 위하여 어린이보험에 태아가입특칙을 부가한 것이기 때문이다.

태아보험을 이미 가입했거나 앞으로 가입할 예정인 소비자라면 다음 3가지 사항을 명확히 알고 행해야 한다.

첫째, 태아보험은 태아를 보장받을 수 없다. 아이가 배 속에 있을 때 가입하고 출생 시부터 발생하는 질병과 재해 사고를 보장받는 보험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태아 때부터 보장받는 것으로 착각하지 말아야 한다. 태아보험인데 태아 보장이 안 된다니 황당하다.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은 일부 보험사(보험대리점)의 설계사들이 태아 때부터 보장 받는 것처럼 엉터리로 설명하며 판매하였고, 여기에 해당 내용을 모르는 일부 기자들이 ‘태아 때부터 보장’, ‘엄마 뱃속에서부터 보장’, ‘태어나기 전부터 보장’ 등의 제호로 가짜뉴스를 남발했기 때문이다.

태아보험 가입자들의 민원이 증가하면서 금감원은 2016년 7월에 보험사들에게 출생 이후부터 보장된다는 사실을 명확히 안내하라고 시정 지시한 바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 크게 달라진 것이 없이 엉터리 상품 설명과 가짜뉴스가 여전하므로 소비자들은 주의해야 한다.

태아보험은 태아 때 진단 받더라도 출생 후에 보장 받는다. 출생 전에 태아가 선천질환으로 진단받는 경우는 보장되지 않으며 산모의 제왕절개수술도 보장되지 않는다. 태아보험은 출생 당시의 선천성 질환, 신생아 관련 질병, 인큐베이터 입원비용 등을 보장해 준다. 산모에게는 임신출산, 유산으로 치료가 필요할 때 태아보험으로 보장 받을 수 있다. 그러나 태아의 사망은 보장되지 않고 만약 태아가 유산, 사산 등으로 출생하지 못하면 계약이 무효가 되어 이미 납입한 보험료를 돌려 받는다. 일부 상품의 특약에서는 태아보험 가입 후 태아가 유산된 경우 산모에게 유산으로 인한 수술 및 입원 일당, 위로금 등을 지급하는 경우도 있다.

현재, 태아보험은 손보사, 생보사에서 모두 가입할 수 있는데 보험회사마다 가입 시기와 보장 범위, 금액 등이 상이하므로 제대로 알고 가입해야 한다.

태아보험은 임신 후 22주 이내에 가입이 가능하므로 시기를 놓치지 않아야 한다. 손보사는 임신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부터 가입할 수 있고, 생보사는 임신 16주부터 가입할 수 있다. 보험사들이 가입시기에 제한을 두는 이유는 검사를 통해서 태아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 의도적으로 태아보험에 가입하는 것(역선택)을 막기 위한 것이다.

태아보험은 보장을 위해 가입하는 것이므로 순수보장형이 좋고 갱신형 보다 보험료가 오르지 않는 비갱신형이 좋다. 특히 보험료를 절약하려면 30세만기로 가입해야 한다. 보험사 말에 현혹되어 100세만기를 가입하면 보험료가 쓸데 없이 크게 비싸고 오랫동안 보험사를 먹여 살리게 된다.

태아보험도 고지의무를 정상적으로 이행해야 한다. 병원에서 치료 받거나 약물 복용한 사실이 있다면 이를 청약서에 기재해야 하고 산모가 입덧이나 출혈 등으로 병원에 통원 또는 입원했을 경우도 마찬가지다. 임신 중 검사 등으로 태아의 기형 등을 확인한 경우 이를 알리지 않으면 보험사고 발생하더라도 보험금을 받을 수 없다.

둘째, 태아보험이 위험 보장이라는 본질을 벗어나 고급 유모차나 카시트 제공, 현금 지급의 장으로 왜곡, 변질되어 있는데 이에 현혹되지 말아야 한다. 일부 보험사, 대리점(보험설계사)들이 돈벌이와 실적 경쟁에 눈이 멀어 육아 커뮤니티, 보험비교사이트들, 육아·출산용품 박람회 등에서 시중 30만원 이상 호가의 물품을 사은품으로 주거나 현금 지급을 미끼로 호객행위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행 보험업법은 보험계약 체결 시 보험설계사가 계약자나 피보험자에게 ‘특별이익’을 제공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연간 보험료의 10분의 1 또는 3만원을 초과하는 금액 상당의 사은품 및 현금이 금지 대상이다. 이를 어기면 금품을 제공하는 설계사 뿐만 아니라 이를 받은 보험가입자도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태아보험의 고가 사은품 수수는 엄연한 불법이므로 그 동안 수 차 지적되어 왔는데, 현장에서 여전히 횡행하고 있다. ‘걸리면 끝장’ 이라는 모습을 금감원이 확실하게 보여야 시정되는데 적발할 의지가 없고 적발하더라도 처벌이 미약하기 때문이다. 금감원이 나서서 특별이익 제공에 대한 파파라치 신고제도를 운영하면 효과적일 것이고 특사경(특별사법경찰)을 투입해서 적발, 엄벌하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

올바른 설계사라면 알량한 사은품으로 사탕발림 하지 말고 수수료에 매달려 고객의 이익과 상반된 보험을 판매할 것이 아니라 고객에게 꼭 필요한 보험을 가입시키고 계약을 오랫동안 유지하도록 관리해서 보험금을 제대로 받을 수 있도록 도와 줘야 한다.

셋째, 태아보험 가입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산모의 건강 진단과 관리, 양질의 영양 공급, 깨끗한 마음가짐이다. 암 보험을 가입하더라도 암이 발생하듯이 태아보험을 가입하더라도 원치 않는 태아의 사고는 여전히 발생한다. 조급증과 막연한 불안감에 휘둘려 태아보험의 내용을 명확히 모르고 가입하거나 고가의 사은품에 현혹되지 말라는 얘기다. 태아보험은 보조적인 수단에 불과하므로 과신하거나 맹신하지 말고 가입하더라도 부차적인 목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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