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건 대표 “과도한 규제로 증권·은행 분야 진출 멈출 수도 있어”
자본 안정성 충족 못 한 토스…‘과도한 요구’ 비판

최근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가 증권업과 인터넷전문은행 도전 포기를 시사하면서 잡음이 무성해졌다. 사진은 이승건 대표의 모습.사진=파이낸셜투데이

인터넷전문은행과 증권업 진출을 앞둔 토스를 둘러싸고 잡음이 무성하다. 최근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의 증권업, 인터넷전문은행 포기 검토 발언을 계기로 토스가 과도한 요구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25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인터넷전문은행 예비 인가 신청 접수가 내달 10~15일 진행될 예정이다. 접수 후 60일 이내에 예비인가 심사 결과가 발표된다.

앞서 금융위는 지난 7월 인터넷전문은행 신규인가 재추진 방안을 발표했다. 인가개수, 인가 절차 및 심사기준 등 기존 인가 추진방안의 큰 틀은 유지하되 인가 컨설팅을 제공하고 금융위 회의 운영방식을 개선하겠다는 계획이다.

금융위는 이번 신규인가 신청 희망 기업에 종합 컨설팅도 제공하겠다고 하면서 흥행을 노리는 모습이다. 지난 상반기 진행된 제2기 인터넷전문은행 예비 인가 과정에서 네이버 등 대형 ICT 기업이 불참하면서 저조한 흥행 성적을 보인 영향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기대와 다르게 여전히 반응은 미지근하다. 대형 ICT 기업은 참여 의사를 밝히지 않았고 올해 초 인터넷전문은행 도전 의사를 밝힌 토스와 키움뱅크 역시 재도전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특히 토스를 중심으로 한 토스뱅크를 두고 잡음이 새어 나왔다. 이승건 대표가 은성수 금융위원장에게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출한 것이다.

이 대표는 지난 18일 열린 핀테크 스케일업 현장 간담회에 참석해 기자들과 만나 “금융당국에서 불가능한 안 들을 제시하고 있어 증권업은 내부적으로 중단을 검토하고 있다”며 “같은 이슈로 은행업 진출도 마찬가지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요구하는 요건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규정에 따른 요구가 아니라 정성적 요구라 우리가 더 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설명했다. 대표가 직접 증권업과 인터넷전문은행 도전 포기를 시사한 셈이다.

이어 “금융위원회와 얘기할 땐 진심 어린 조언과 도움을 받는다고 느끼지만 실제 감독기관과 얘기하면 진행되는 게 없다”고 감독 당국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사태가 확산할 조짐이 보이자 비바리퍼블리카는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다음날 공식 입장을 내고 “핀테크사 대표와 신임 금융위원장이 만난 자리에서 여러 고충을 공유하던 중 증권사 설립을 위한 예비 인가 과정에서의 어려움을 토로하는 발언이었다”며 “감독 당국의 역할과 권한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는 목적이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5월 말 증권 예비 인가를 신청해 진행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으로 감독 당국의 여러 권고 사항에 대해 최선을 다해 풀어나가고 있는 만큼 당국과 원만하게 논의해 예비인가를 통과할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토스가 지나친 요구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금융당국이 미흡하다고 지적한 자본 안정성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장벽을 낮춰달라고 요구한다는 이유에서다.

토스뱅크는 지난 5월 지배주주 적합성(출자능력 등), 자금 조달능력 측면에서 미흡하다는 이유로 예비 인가를 받는 데 실패했다.

특히 자본금 문제를 지적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비바리퍼블리카 자본금의 대부분은 상환전환우선주(RCPS)가 차지하고 있다. RCPS는 채권같이 만기 때 투자금 상환을 요청할 수 있는 ‘상환권’과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전환권’을 가진 주식이다. 토스에 투자한 투자자가 자금을 회수하면 은행과 증권에까지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금감원은 RCPS를 자본으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결국 이 대표의 공개적인 불만 표출은 감독 당국의 엄격한 기준이 원인이 됐다는 해석이다.

문제는 엄격한 기준에 불만을 드러낸 것이 적절했느냐다. 지난 1월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주요 평가항목 및 배점’에 따르면 당국은 자본 조달의 적정성과 안정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평가항목 중 ‘자본금 및 자금 조달방안’을 보면 총 배점은 100점으로 2015년과 동일하다. 하지만 은행의 건전경영에 충분한 자본금을 보유할 예정일 것인 ‘자본금 규모’가 60점에서 40점으로 하향됐고 ‘자금 조달방안의 적정성’이 총 40점에서 60점으로 확대됐다.

또 사업계획(안정성) 항목의 ‘사업계획의 안정성’은 50점에서 100점으로 두 배나 늘어났다. 안정적인 경영을 위해 주요주주가 자금 등을 투자할 의지가 있어야 하며 장기간에 걸쳐 안정적인 경영이 가능할지를 살펴보겠다는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심사기준은 1월에 발표한 배점과 동일하다”며 “만일 토스뱅크가 상반기와 동일한 형태로 예비인가를 신청한다면 결과가 크게 다르지 않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토스 자본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상환전환우선주에서 상환권을 삭제하면 자본의 질이 개선될 것이지만 정확한 것은 심사를 진행해 봐야 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비바리퍼블리카 관계자는 “공식 입장대로 증권업은 예비인가를 내고 기다리고 있는 상황으로 진행 중인 사안으로 구체적인 것을 말하기 어렵다”며 “시장에서 여러 우려를 보이는 것을 알고 있고 금감원과 소통을 통해 해결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해당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 재도전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파이낸셜투데이 김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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