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과 동행한 은행장들, 미얀마 방문
‘포스트 베트남’ 미얀마로 눈 돌리는 은행권

문재인대통령은 지난 1일부터 6일까지 태국과 미얀마, 라오스 순방에 나섰다. 문재인 대통령 부부(왼쪽)와 윈 민 미얀마 대통령 부부. 사진=연합뉴스

신남방 진출을 위해 은행권이 미얀마를 중요 시장으로 꼽고 있다. 미얀마가 베트남 다음으로 은행권의 글로벌 사업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이에 은행권에서는 현지 금융 교류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정부도 미얀마 진출을 장려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지원하고 있어 미얀마 금융시장에 대한 관심은 높아질 것으로 점쳐진다.

◆은행들의 신남방 新행선지 ‘미얀마’

이달 초 시중은행장들은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미얀마를 방문했다. 지난 1일부터 6일까지 태국과 미얀마, 라오스 순방에 나섰던 문재인 대통령의 경제사절단으로 미얀마 일정을 함께한 것이다.

경제사절단에는 김태영 전국은행연합회장과 진옥동 신한은행장, 허인 KB국민은행장, 지성규 KEB하나은행장, 손태승 우리은행장, 김도진 IBK기업은행장 등 주요 시중은행장들이 참여했다. 특히 문 대통령의 해외 순방 경제사절단에 은행장들이 대거 포함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업계에서는 미얀마가 새로운 신남방 진출지가 될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한국과 비슷하게 약 5000만명의 인구를 보유하고 있는 미얀마는 매년 6~7%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하고 있지만 15세 이상 인구의 은행 계좌보유율은 22%에 불과하다. 이에 미얀마 정부는 금융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외국계 금융사 유치를 적극 추진 중이다.

특히 미얀마 금융당국은 외국계 은행이 내년부터 영업을 시작할 수 있도록 올해 중으로 외국계 은행에 대한 3차 개방을 마무리할 것으로 분석되며 국내 은행들의 눈이 미얀마로 향하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권에서 동남아시아를 공략하기 위한 주요 시장으로 미얀마가 떠오르고 있다. 미얀마 금융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은행권의 진출이 가속화되고 있다”며 “지금은 은행들이 주로 사무소나 소액금융업으로 진출했지만 지점이나 은행 현지법인 설립 등을 활발히 추진하고 있는 것 같다” 라고 밝혔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미얀마와 ‘금융교류’ 확대

아직 은행권의 미얀마 진출이 본격적인 궤도에 오른 것은 아니다.

현재 미얀마에 진출해있는 은행은 신한은행, 국민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농협은행, 기업은행,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부산은행, 수협은행 등이다. 하지만 은행 지점을 개설한 곳은 신한은행이 유일하며 다른 은행들은 현지에서 사무소를 운영 중이다. 국민은행과 하나은행, 우리은행, 농협은행, 수협은행은 소액금융업 현지법인을 설립해 진출해있다.

다만 미얀마에서 외국계 은행 개방 움직임이 있는 만큼 은행권은 본격적인 현지 진출을 앞두고 우선 금융 교류를 확대하는 데 힘쓰고 있다.

국민은행은 주택금융 역량을 살려 독특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 4일 국민은행은 미얀마 양곤 주정부와 ‘저소득층 집단주거단지 조성사업 지원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양곤 주정부와 함께 미얀마 저소득층의 안정적인 생활을 도울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같은 날 한국산업인력공단과 ‘미얀마 송출근로자 지원 체계 마련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등 현지 친화적인 금융 행보에 나서고 있다.

아시아금융벨트를 구축하고 있는 기업은행도 미얀마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5월 기업은행은 미얀마 진출을 원하는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미얀마 투자설명회’를 개최한 바 있다. 기업은행이 미얀마 사무소를 지점이나 현지법인으로 전환하는 데 성공한다면 현지에 진출한 국내 중소기업을 위한 금융지원도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되는 대목이다.

김도진 기업은행장은 투자설명회에서 “기업은행 양곤 사무소가 지점이나 법인으로 변경된다면 미얀마에 진출하는 중소기업에 더욱 양질의 금융지원을 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국내 금융기관 중 미얀마에서 최다인 59개의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는 우리금융그룹은 현지에서 농업자금 대출과 학자금 대출 등의 서민금융 지원역할을 다 하고 있다. 또한 우리금융 역시 미얀마에 진출하는 국내 기업 지원을 위해 지난 4일 미얀마 상공회의소연합회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양 기관은 업무협약에 따라 상대 국가에 진출하는 기업을 위해 금융업무와 투자정보 등을 지원하는 등 상호협력 체계 구축에 나설 전망이다.

금융당국도 적극적으로 지원사격에 나서고 있다. 은행연합회는 국내 은행권의 현지 진출을 돕기 위해 지난 4일 미얀마 은행협회와 금융지식 공유 프로그램 운영 협약을 체결했다. 해당 프로그램을 통해 은행연합회는 앞으로 미얀마 은행권 임직원을 한국으로 초청하고 국내 금융전문가를 미얀마에 파견하는 등 미얀마 은행권과의 교류를 이어나갈 계획이다.

김태영 은행연합회장은 협약식에서 “국내 은행들에게 미얀마는 신남방 지역 중 핵심 진출지다. 이번 프로그램이 양국 은행 산업 간 교류 확대, 나아가 국내 은행의 미얀마 진출 확대에도 도움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유광열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은 지난 9일 미얀마중앙은행을 방문해 국내 금융사의 현지 진출에 관심과 지원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어 미얀마 기획재정부 차관을 면담해 금감원의 위기관리능력, 보험감독 및 검사 관련 노하우를 공유하기로 했으며 현지법인 설립을 추진 중인 국내 금융사에 대한 배려와 관심을 요청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감독분야에서 신남방 국가의 금융감독당국과 협력체제를 공고히 하겠다”며 “현지에 진출하고자 하는 금융회사를 위한 유리한 환경조성에 앞장서고 있다”고 밝혔다.

파이낸셜투데이 임정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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