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전유물이던 ‘가업승계’ 컨설팅 진출 도전장 줄이어
부동산 자문·간편결제시장 등 신사업에 군침

여의도 금융가.사진=연합뉴스

증권사들이 수익 다각화를 목적으로 업계 사업 장벽을 허물어 다양한 분야에 진출하고 있다. 이에 금융계 만능키로 도약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최근 증권업계에서는 ‘가업승계 컨설팅’ 진출 열풍이 불고 있다. 가업승계는 기업이 동일성을 유지하면서 소유권이나 경영권을 후계자에게 넘겨주는 것을 의미한다.

이들은 회계법인이나 컨설팅 업체와 협업하는 것뿐 아니라 가업승계 전문 연구소를 오픈하는 등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과거 은행들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가업승계 서비스에 증권사들이 투자금융(IB)을 무기로 뛰어든 것이다.

삼성증권은 가장 적극적으로 가업승계 분야에 뛰어들었다. 2013년부터 가업승계 서비스를 제공한 데 이어 올해 업계 최초로 가업승계연구소를 신설했다. 연구소에서는 가업승계 실행 과정에 대한 토탈케어 서비스를 제공한다. 가업승계 컨설팅과 후계자 양성, 상속과 증여, 인수합병(M&A) 등에 대한 정보도 제공한다.

이를 위해 세무사, 변호사, IB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팀이 컨설팅 보고서를 제공하는 단계에서 고객의 상황을 분석하고 제휴관계에 있는 삼정·삼일회계법인 등 외부전문기관과의 협업도 선보이고 있다.

NH투자증권도 지난 4월 KPMG 삼정회계법인과 가업상속 세무자문을 위한 MOU(업무협약)을 체결하면서 가업승계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했다. 양사는 가업상속공제 등을 통해 경영권 승계가 필요한 법인 및 CEO에 세무 및 법률자문을 협력해 제공하기로 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2월 법인금융센터를 열고 원스톱 종합금융 솔루션 서비스를 선보였다. 특히 대주주 분 관리를 위한 세무컨설팅 및 가업 및 경영 승계전략 수립, 부동산 투자 자문 등을 통해 ‘맞춤형 승계전략’을 제공한다.

대형사를 제외한 중·소형사도 가업승계 시장에 뛰어들었다. 유안타증권은 지난 7월 BDA파트너스와 ‘가업 승계 컨설팅과 해외 유망 투자 상품 공동 발굴에 관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중소·중견기업 소유주와 고액자산가를 대상으로 가업승계·상속·증여 등에 대한 종합 컨설팅을 제공하겠다는 의도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기업가들이 가업승계에 대해 큰 관심을 가지면서 이와 관련된 ‘증여·상속’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며 “특히 국내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투자 수익에 대한 기대치가 줄어들자 가업승계 수요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국내 증시가 부진하면서 부동산 업무에 집중하는 증권사들도 늘어나고 있다. 고액자산가의 경우 자산의 대부분을 부동산으로 보유하고 있어 이들을 고객으로 유치하려면 부동산 관련 업무가 필수적이라는 이유에서다. 특히 해당 업무는 은행 PB(프라이빗뱅커)를 중심으로 이뤄졌지만 증권사들이 영역을 확장하면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KB증권, NH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키움증권 등 상위 10위에 포함되는 증권사뿐 아니라 IBK투자증권, 신영증권 등은 부동산 투자자문업에 관한 라이선스를 보유하고 있다. 부동산 투자자문업은 자문계약을 맺은 고객에게 부동산 투자자문 서비스를 제공하고 수수료를 받는 사업이다. 주식에 비해 투자 기간이 길고 수수료 수익이 크다는 장점 때문에 진출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KB증권은 부동산솔루션 업체인 리얼티코리아부동산 중개와 MOU를 맺고 부동산투자자문업의 원활한 수행과 사업의 조기 안착을 대비하기도 했다. 이를 바탕으로 외부 전문부동산기업들과의 제휴 및 자문 네트워크를 구축하겠다는 복안이다.

핀테크로의 진출도 활발히 이어지고 있다. 업계 1위 자리를 두고 경쟁 중인 미래에셋대우와 한국투자증권은 간편결제시장에 군침을 흘리고 있다. 미래에셋대우는 증권사 중 최초로 전자지급결제대행(PG)업 등록을 완료했다. 이는 금융위원회가 지난해 12월 ‘금융투자업 규정 개정안’ 의결을 통해 PG업 겸영을 허용한 영향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직불전자지급수단 발행업 등록을 금융당국에 신청했고 최근 허가를 받았다. 그동안 롯데카드와 함께 CMA 체크카드를 발행해 왔지만 올해 말 제휴 연장 종료를 통보받으면서 직접 체크카드 발급 업무를 맡는 것이다.

한국투자증권 측은 고객에게 혜택을 주기 위한 목적으로 체크카드를 선보이게 됐으며 이르면 이달 중 새로운 체크카드를 출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증권사들의 연이은 신사업 진출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저금리·저성장 시대와 불안정한 국내외 상황으로 시장 전망이 어두워지면서 새로운 수익 창구를 창출하기 위한 목적으로 보인다”며 “또 고객들의 요구도 높아지는 상황에서 다양한 서비스를 한 번에 제공해 만족도를 높이겠다는 이유도 있다”고 설명했다.

파이낸셜투데이 김민아 기자

저작권자 © 파이낸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