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기조에 맞춰 중금리대출 늘리는 저축은행
“예보료율 인하는 논의 안하나”…저축은행 업계 ‘한숨’

사진=연합뉴스

저축은행 업계가 금융당국의 행보에 맞춰 중금리대출을 늘리고 업계 불공정 관행 개선에도 동참하고 있다. 하지만 예보료율 인하 등과 같이 저축은행에 유리한 규제 완화는 이뤄지지 않고 있어 업계의 실망이 큰 모양새다.

◆저축은행 “고금리에서 중금리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79개 저축은행은 총 5966억원의 순익을 거둬들였다. 이는 지난해 동기보다 355억원(6.3%) 증가한 수준으로 이자이익의 증가가 실적호조로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상반기 저축은행들이 거둬들인 이자이익은 총 2조1617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1199억원(5.9%) 증가했다.

저축은행 업계는 대출금리를 낮추고 박리다매식으로 이자이익을 늘리는 데 성공했다. 중금리대출 활성화를 통해 대출을 확대한 것이다. 이와 같은 대출 영업은 금융당국의 대출규제 행보에 따른 결과로 풀이되고 있다.

앞서 지난해 2월 법정최고금리가 27.9%에서 24%로 인하된 데 이어 금융당국은 DSR 및 예대율, 대출 총량규제를 적용하는 등 각종 대출규제를 추진해 나가고 있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인 DSR은 대출을 상환할 수 있는 소득능력을 나타내는 지표다. 지난 1분기 기준 저축은행이 신규취급한 가계대출의 평균 DSR은 111.5%로 금융당국은 2021년까지 평균 90% 수준을 맞출 것을 요구했다.

예대율은 예금잔액 대비 대출잔액 비율로 저축은행 업계는 예대율을 내년 110%, 2021년 100% 수준으로 맞춰야 한다. 더불어 가계대출 증가율을 규제하는 총량규제에 따라 저축은행은 가계대출 증가율을 7% 이내로 관리해야 하는 상황이다.

다만 이러한 규제에서 금융당국은 중금리대출에 한해 유연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DSR 산정에 새희망 홀씨나 사잇돌 대출 등 일부 중금리대출상품이 제외되며 대출총량 규제에는 중금리대출이 포함되지 않는다. 또한 예대율 산정 시 고금리대출에 가중치를 부여하기 때문에 저축은행은 대출을 확대하기 위해 중금리대출을 공략하고 있다.

실제로 저축은행들은 중금리대출 상품 공급을 늘리고 있는 추세다. 지난해 3분기 기준 28개에 불과하던 중금리대출 상품이 올해 3분기 57개로 두 배가량 증가했다.

그 밖에도 금융당국은 저축은행 업계의 불합리한 관행을 바로잡기 위해 동분서주다. 금감원은 지난 18일 대출 중도상환수수료를 대출 종류 상관없이 일률적으로 장기간 부과하는 등의 문제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업계도 금융당국의 지휘하에 불합리한 관행 개선에 동참할 전망이다.

박재식 저축은행중앙회장은 지난 1월 취임 당시 예보료율 인하를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예보료율 완화에 선 긋는 금융당국

금융소비자를 향한 개선 움직임은 활발하지만 저축은행 업계를 향한 규제 완화 움직임은 더디다. 저축은행 업계는 영업 구역의 제한을 받는 등 다른 영업권보다 강력한 규제를 받고 있으며 예금보험료율도 0.4%로 시중은행의 예보료율(0.08%)보다 5배 높다.

예보료는 금융사가 예금보험공사에 납부하는 보험료로 금융사 부실때문에 소비자가 예금을 정상적으로 지급받을 수 없을 경우를 대비하는 안정장치다. 예보는 금융사가 지급불능 상태에 빠지게 되면 그동안 적립된 예보료를 토대로 피해 고객에게 1인당 최대 5000만원까지 보장해준다.

통상 예보료율은 업권별로 다르게 적용되는데 그 중 저축은행에 적용되는 예보료율이 가장 높다. 이는 2011년 불거졌던 저축은행 부실사태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당시 무분별한 PF대출을 실행했던 저축은행들이 부동산 경기 침체로 파산해 공적자금 27조원이 투입된 바 있다.

저축은행 업계는 당시 부실사태를 초래했던 은행들은 이미 파산했으며 업계에서 건전성 지표 등을 개선해나가고 있는 만큼 예보료율을 인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 6월말 기준 저축은행 업계 연체율은 4.1%로 나타났다. 2011년 6월말 기준 0.84%, 26.93% 수준이던 BIS자기자본비율과 고정이하여신비율도 지난 6월말 기준 14.89%, 5.0%까지 크게 개선됐다.

지난 1월 새로 선출된 박재식 저축은행중앙회장도 저축은행에 적용되는 예보료율 인하를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예보료율 인하에 선을 그은 모양새다. 최근 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금융사의 예보료 부담을 낮춰주기 위해 논의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과 저축은행에 대해서는 예보료 산정 시 예금담보대출을 제외하고 보험사에 대해서는 약관대출을 제외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해당 내용대로 제도가 변화한다면 보험업계는 연간 약 500억원 가량의 예보료를 아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면 저축은행은 예금담보대출 취급액이 적어 3~4억 수준의 경감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업계에서는 근본적으로 예보료율이 인하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저축은행과 함께 서민금융으로 분류되는 새마을금고나 신협과 같은 상호금융의 경우 예보료율이 저축은행의 절반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특히 각 지방을 기반으로 하는 중소저축은행이 상호금융과 경쟁할 때 밀릴 수밖에 없다”며 “금융당국은 과거 부실사태에 대한 책임으로 예보료율을 높게 책정하고 있는데 이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저축은행의 성장을 저해할 수 있는 요인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파이낸셜투데이 임정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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